소수정당에 너무 높은 국회문턱 | ③ 정치적 표현자유 차단

유권자가 후보자 지지표시 못한다고?

2020-01-07 11:08:45 게재

손팻말·배지·옷 등 차단

선거법 90·93조 폐지 여론

"정치표현 자유 보장해야"

과열금지를 이유로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 90조와 93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적 표현이 자유 제한은 곧바로 자금력이나 지지자 동원력이 떨어지는 소수정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수정당은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들의 참여가 봉쇄되는 부분이 많다.

총선 100일 앞으로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의 선거법 개정안과 자유한국당 김세연의원 외 1인의 청원은 선거법 90조 삭제를 담았고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90조 중 옥외시설물에 대해서만 제한을 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소개한 청원은 시설물 등의 설치제한 기간을 '선거일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축소하고 제한요건인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를 '선거운동을 위하여'로 고칠 것을 요구했다.

유승희 의원과 윤소하 의원과 함께 앞의 두 청원은 선거법 93조의 삭제를 주장했다. 행안위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 90조와 제93조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누구든지 법에 개별적으로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시설물 등의 설치를 금지하고(90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인쇄물 등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규제하고 있다(93조)"고 소개했다.

90조에서는 화환 풍선 간판 현수막 애드벌룬 기구류 또는 선전탑 등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하거나 진열, 게시, 배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표찰이나 표시물 착용·배부나 후보자 상징 인형이나 마스코트 등 상징물 제작·판매도 차단하고 있다.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이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등을 배부, 상영도 막아놓았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손팻말이나 차량스티커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선거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어 소수정당의 선거운동방식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거대 정당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과 인력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에서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선거운동기간 전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행위는 다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더라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 및 청원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0조와 93조 폐지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현재는 선거운동기간 개시 전에 누구든지 시설물, 인쇄물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제한되고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시설물이나 인쇄물 등을 통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없다"면서 "선거운동 전에는 누구든지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시설물, 인쇄물 등을 활용해 정치, 선거에 관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현행 90조와 93조를 폐지해야 한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상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권자는 소품과 손팻말 옷 모자 장갑 풍선 배지 등 표시물을 활용하거나 자신의 주택 또는 승용차에 표시물을 부착, 게시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시설물이나 인쇄물 기재 내용과 행위가 선거운동에 이를 경우엔 현행법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적용하고 후보자는 선거비용제한액의 총액 범위에서 자유로운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다한 비용 지출을 초래하거나 도시의 미관풍치를 해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행안위도 "규제폐지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과다한 비용지출을 초래하거나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일정크기 이상 시설물, 현수막, 광고, 벽보 등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대선기간에 후보자의 입장을 현수막에 게시하고 후보자의 정책을 캠페인하면서 후보자 사진을 포스터에 부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 조사를 받았다"면서 "선거법이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가로막으며 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수정당에 너무 높은 국회문턱"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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