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이란인들, 가족 걱정에 타는 속…"전쟁 나면 어쩌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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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1. 오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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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충돌 모두 꿈이었으면"…대학도 이란 체류 교환학생 안전 확인

미국-이란 관련 뉴스 지켜보는 시민들(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란 혁명수비대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여러 곳을 향해 탄도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한 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2020.1.8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김철선 김다혜 장우리 기자 = 군사적 충돌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에 체류하는 이란인들은 혹시 모를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며 현지에 있는 가족과 친지를 걱정했다.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A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복 공격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이란에 계신 부모님께 바로 전화를 걸었다"며 "이란은 새벽 3시였는데, 잠에 깨신 부모님에게 '전쟁이 날지 모르니 더이상 주무시면 안 된다'고 당부드렸다"고 말했다.

A씨는 "학업 때문에 2016년 이후 이란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상황이 어찌될 지 모르니 다음달 이란으로 출국해 부모님을 뵐 예정"이라며 "지금 이 상황이 모두 꿈 속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3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란인 B씨 역시 최근 이란 관련 뉴스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

B씨는 "이란에 친척 등이 남아있어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며 "현지에서도 전쟁이 날까 봐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B씨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보복을 감행하면 '52곳의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게 어딘지를 모르니까 국민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에 온 뒤 개신교로 개종한 이란인 전도사 C씨는 "아들이 최근 결혼식 때문에 테헤란으로 잠시 돌아가 있다"며 "아들이 전화로 '아빠,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더라"고 전했다.

C씨는 "이란 사람들은 전쟁이 당장 이번 주라도 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 가족들도 전쟁이 나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무서워한다"고 전했다.

반면 실제로 현지에 있는 이란인들은 외부에서 보는 시각보다는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었다.

한국에서 2년 반째 머물고 있다는 대학원생 D씨는 "가족과의 통화에서 이란 내에서는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오히려 해외에 사는 이란인들이 이란 내 국민들보다 더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잖아도 이란인들에게는 까다로운 절차가 적용돼 한국 시중은행에서 계좌 하나 개설하기도 힘들다"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로 앞으로 한국에서 지내는 이란인들의 일상생활이 더 힘들어질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미국이 아끼는 곳 불바다 만들겠다'(서울=연합뉴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이 7일(현지시간)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주도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 공격을 경고했다.
사진은 지난 6일 테헤란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 2020.1.7 [IRNA통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내에 있는 이란인들은 한 목소리로 고향땅을 걱정했지만, 최근 사태의 책임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B씨는 "혹여라도 전쟁이 발발한다면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게 될까 걱정"이라면서 양국 간 상황이 현재에 이르게 된 데에는 이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B씨는 "이란 정부는 미국이 보복하면 우리도 보복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국민을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능력이 이란보다 더 크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D씨는 "이란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란) 정부나 미국 한쪽만을 응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둘 모두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상황이 나빠 정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던 참에 미국의 공격으로 정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의 테러가 이란 정부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대학가에서도 이란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의 안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학기 10여명씩 이란으로 유학생을 보내는 한국외대 이란어과는 지난 학기 이란으로 교환학생을 떠난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귀국 여부와 학생 안전을 점검했다.

한국외대 이란어과 관계자는 "교환학생을 간 학생 10여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귀국했고, 이란에 체류 중인 두 학생의 안전도 확인했다"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음 학기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들에게도 환불이 가능한 비행기 표를 사도록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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