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재구성 <3>경찰 가혹행위 악습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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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8. 오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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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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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비슷한 시기 유사 고문사례 33건 찾아내
법정 증언 A씨 "사하서 강력계 사무실서 4, 5명이 물고문"
[편집자주]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이 결정되면서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등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히 재심 개시를 결정한 재판부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를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재심 청구인인 최인철씨(59)와 장동익씨(61)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당시의 수사기록과 법무부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 조사, 재심 개시 결정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증거와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한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61·오른쪽)와 최인철씨(58)가 지난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1.6 /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1990년대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와 고문 등 가혹행위가 정말로 있었을까?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이 결정되면서 당시 경찰들의 가혹행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최인철씨(58)와 장동익씨(61)의 재심청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재심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이 구속된 시기와 비슷한 시점(1990~1992년)에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례 33건을 찾아냈다.

그 중에는 최씨와 장씨 두 사람이 고문을 당한 사하경찰서에서 발생한 A씨의 사례도 있었다. 특히 A씨가 주장하는 고문 일자는 두 사람이 주장하는 시기와 50여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A씨의 사례를 지역신문을 통해 확인한 뒤 재심 청구 결정 여부 공판에 증인으로 신청했고, A씨는 법정에서 고문 당시를 증언했다.

A씨는 지난 1991년 9월 사하경찰서에 붙잡힌 뒤 강도상해범의 공범으로 몰려 고문을 당했다고 말한다. 추석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강도상해를 공모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고문과 관련해서는 "사하경찰서 별관 강력계 사무실로 끌려갔는데 경찰 4, 5명이 물고문을 했다. 당시 경찰이 쪼그려 앉은 다리 사이에 쇠파이프를 꽂고 거꾸로 매달았다. 수건을 얼굴에 덮은 뒤 코에 겨자가 섞인 물을 부으면서 혐의를 인정하면 손가락을 ‘까딱’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장씨과 당했다는 고문 방법과 장소 모두 동일하다. 특히 A씨는 "(고문)당시 경찰관들은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웃통을 벗은 채 중국집 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다. 경찰관들은 파티하듯 중국 음식을 시켜놓고 술을 마셨다"고 구체적 상황까지 설명했다.

A씨는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직도 중국 음식점을 못간다고 말했다. 최씨가 고문 이후 겨자가 든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A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피해자가 범인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덕분에 무죄로 풀려났다. A씨는 법정에서 "기억조차 하기 싫은 일이라 (법정에) 오지 않으려고 했으나 두 사람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A씨의 증언은 "재판부가 가장 주목한 부분이다"고 말할 정도로 재심 개시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재심 청구 개시를 결정한 부산고법 형사1부 재판부는 A씨의 증언을 포함한 여러가지 증거들을 토대로 당시 경찰관들이 가혹행위를 일삼아 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은 최씨 등에게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저지른 사실을 자백할 것을 강요하면서 1991년 11월11일부터 15일까지 폭행을 비롯해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가혹행위의 존부에 앞서 그 무렵까지도 일선 경찰서에서는 '중대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해 자백을 이끌어내는 악습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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