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살인사건' 재구성 <2>"나는 하지 않았다" 처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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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8. 오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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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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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 겨자 섞은 물 부어"… '가혹행위' 일관되게 주장
재판부 "사법부의 응답이 늦었다" 사과…30년만에 재심 결정
[편집자주]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이 결정되면서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등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특히 재심 개시를 결정한 재판부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를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재심 청구인인 최인철씨(59)와 장동익씨(61)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당시의 수사기록과 법무부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 조사, 재심 개시 결정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증거와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의 전모를 재구성한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1년간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61·오른쪽)와 최인철씨(58)씨가 지난 6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 301호에서 열린 재심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1.6 /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박채오 기자 = 미제로 남아있던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최인철씨(58)씨와 장동익씨(61)의 자백으로 해결된 듯 했으나, 두 사람이 자백을 번복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최씨와 장씨는 경찰의 물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두 사람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최씨 등은 항소와 상고를 거쳤지만 결국 무기징역이 확정돼 21년 이상 복역하다가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하지만 이들의 '무죄' 외침은 지속됐다. 재판과정은 물론 형 집행기간에도, 출소 이후에도 "자신들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무죄 입증을 위해 싸워나갔다. 이후 이들은 2017년 5월 재심 전문인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당시 경찰들로부터 당했던 가혹행위를 이렇게 묘사한다.

"경찰들은 저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손목에는 화장지를 두툼하게 감은 뒤 수갑을 채웠습니다. 구석에 있던 쇠파이프를 가지고 와 다리 사이에 끼우고 거꾸로 매달았고, 얼굴엔 수건을 덮어 코에 겨자 섞은 물을 부으면서 '강도짓 했지, 여자 죽인 적 있지'라고 소리쳤습니다.”

최씨는 경찰이 물고문이나 쇠파이프에 다리를 끼워 거꾸로 매달았을 뿐만 아니라 잠을 재우지 않거나 폭행을 일삼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장씨 역시 최씨와 동일한 고문을 당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고문을 받은 장소와 일시 그리고 이후 검찰에서의 진술이 따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이 미리 입을 맞춰 거짓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 당시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동료 수감자들도 재판에 나서 "얼굴과 온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연고를 발라줬다" 등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십년이 지난 이후 대검찰청 과거사위 진상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증언했다.

지난해 4월 과거사위 역시 "두 사람의 고문 피해 주장은 일관되며 객관적으로 확인된 내용과 부합하고 신빙성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심의했다.

두 사람의 재심 청구는 급물살을 탔고, 지난 6일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이 결정됐다. 두 사람의 외침이 사건 발생 30년만에 사법부로부터 '응답'받은 것이다.

재심 청구 개시를 결정한 부산고법 형사1부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해 왔지만 그에 대한 사법부의 응답이 늦었다"며 "사법부의 일원으로 재심 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른 시일안에 재심 준비기일을 열고 신속히 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che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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