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심 결정 ‘낙동강변 살인사건’ 인권 곧추세우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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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한 장동익, 최인철 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이 재심 결정에 항고하지 않으면 이 사건은 발생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확정된 판결을 다시 심리하라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재심 개시 결정을 환영하며, 사법부를 대신해 재심 청구인들에게 사과한 재판부의 용기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낸다.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에서 발생한 강도살인 사건은 두 사람의 인생을 수렁에 빠뜨렸다. 불법체포와 감금, 고문으로 이어진 경찰의 직권남용에 손을 든 결과였다. 경찰 수사관들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과 물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법원도 인정했다. 경찰 공권력이 1급 시각장애인인 장 씨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범죄 행위를 했다니 용서받기 어렵다. 이들은 옥살이를 시작할 때는 어렸던 딸이 장성해 이제 손녀를 안으니 마치 딸을 보듬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청춘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평범한 인생이 망가지고, 단란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당시에는 공권력에 의한 가혹행위가 만연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명백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두 사람은 검찰 조사 때부터 “경찰이 가혹행위를 해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고문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의 사과와 반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경찰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는 결과 발표가 없었다면 재심 결정이 나오지 않았을 뻔했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대통령까지 변호사 생활 동안 가장 한이 됐던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했을까. 이춘재 8차 사건 관련해서 20년간 옥살이를 한 분의 재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들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결정은 인권을 곧추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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