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폐암 4기 극복 김한길…"걸음마부터 다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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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09. 오후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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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겨울 2주간 혼수상태"[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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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날은 고칠 수 없으니…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초대석)

▷ 주영진/앵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인터뷰라고 한다면 정치인과의 인터뷰가 됐을 텐데. 지금은 참 많이 다른 상황에 있습니다. 폐암 선고를 받고도 불굴의 의지로 암과 싸워 나가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계시는 분이시죠. 작가이기도 하시고 전직 정치인기도 하시고 주요 정당의 대표까지 지내신 분입니다. 김한길 전 대표님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요즘 뭐 다른 방송사에서 하는 프로그램 잘 보고 있습니다. 뭐 방송 상당히 잘하시던데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래요?

▷ 주영진/앵커: 네, 그런데 일단 모셨으니까 많은 분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게 폐암 선고를 받았는데 지금 김한길 전 의원이 완쾌가 된 건가? 방송에 나오던데? 어떤 상황입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얼마 전에 이제 병원에 가서 또 여러 가지 사진도 찍고 그랬거든요. 그때 제가 제 주치의 선생께 내가 요즘에는 거의 정상인처럼 살고 있습니다라고 그렇게 말씀을 했더니 그분 말씀이 이제는 거의 자 떼도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던데요?

▷ 주영진/앵커: 물론 앞으로도 계속 병원에 가서 점검은 받으셔야 하는 거죠?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렇죠, 그렇죠.

▷ 주영진/앵커: 그러면 처음에 이런 내 건강이 나빠졌다. 이런 이야기를 병원 측으로부터 들으신 거는 언제입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2년 전이죠, 2년 전에 폐암 수술을 받았어요. 그런데 받고 나서 항암치료를 한 6개월 하다가 그 암 세포가 폐를 벗어나면 벗어나서 전이되면 4기라고 한대요. 그때 이제 4기라는 말을 들었죠. 그런데 이제 그 말을 하면서 그 담당 의사는 자기는 4기라고 하지 말기라고는 안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그게 사실은 말기라는 이야기 아니었겠어요? 뭐 그렇구나 했죠.

▷ 주영진/앵커: 그렇구나 했죠. 그다음에 상당히 위중한 상황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방송에서도 나오던데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랬죠, 그러니까 이제 그래서 이제 폐암 4기라는 것을 알고 나서 항암치료를 더 뭐랄까요, 강하게 아마 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항암치료 받다가 이제 호흡을 못하게 돼서 중환자실에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 있었죠.

▷ 주영진/앵커: 얼마나.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중환자실에 한 2주쯤 있었다고 해요.

▷ 주영진/앵커: 2주 정도?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런데 저는 이제 의식이 없어서 모르죠.

▷ 주영진/앵커: 그 당시에는 기억이 안 나십니까? 의식을 완전히 잃으신 상태라서.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모르죠. 코마 상태였으니까.

▷ 주영진/앵커: 그러면 다시 깨어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인 겁니까, 어떻습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기적은 아니고 어쨌든 인공호흡기라는 것을 이제 기도에 삽관하고 있었는데 대개 들어보니까 이제 그것을 다시 뺐을 때 폐가 작동을 하면 사는 거고 그걸 뺐는데 작동 안 하면 살지 못하는 거고 뭐 그렇다고 해요. 그래도 어쨌든 살기는 했는데 중환자실에 이렇게 손도 양쪽을 침대에 묶어놓고 했는데 저는 뭐 의식이 없었으니까 물론 잘 몰랐지만 그렇게 누워 있으니까 온몸에 이제 근육이 다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물론 이제 걷지도 못하고 해서 갓난아이처럼 이제 기는 것, 걷는 것부터 연습해서 이렇게 멀쩡해진 겁니다. 참 다행이죠.

▷ 주영진/앵커: 정말 요즘 폐암과 관련해서 또 유명 연예인도 폐암을 선고받고 강아지 구충약을 먹고 있다 이런 기사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렇죠, 그렇죠.

▷ 주영진/앵커: 우리 김한길 전 의원 같은 경우는 많은 분들이 기적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아이고, 그렇지 않아요. 7무슨 기적은요. 우리 나이만 돼도. 우리 나이가 아니고 제 나이만 돼도 많은 사람들이 중병을 앓잖아요. 그런데 이제 어떤 분들은 그런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거기서 끝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좋은 약, 좋은 의사 만나서 조금 더 살기도 하고 뭐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것이 별난 일이 아닙니다. 무슨 제가 뭐랄까요, 대단한 의지로 투병을 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못 가진 의지로 싸워서 이겼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살아났다 하는 식으로 극적으로 이야기하면 제가 참 쑥스럽습니다. 어쨌든 다행인거죠.

▷ 주영진/앵커: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건강을 회복하셨는지 저에게도 좀 알려주십시오라고 하는 연락이 올 법도 하고요. 그때 말씀을 좀 해 주십니까? 어떻습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물론 뭐 이야기하죠. 그런데 별난 게 아니거든요. 다만 이제 폐암의 경우에는 면역항암제라는 것이 지난해 노벨의학상 받은 분들이 새로 발견한 신약이 있어요. 그런데 그 약은 폐암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약이라고는 하는데 단점이 한 10명 중에 한두 명에게만 확실한 효과가 있고 나머지에게는 아무 효과가 없어요. 그런데 저는 이제 다행히 그 효과는 있었던 거죠. 그러나 효과는 있었는데 또 다른 부작용이 와서 제가 또 중환자실에서 고생하게 된 거죠. 아마도 신약이라는 것이 효과도 좋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데이터가 부족하니까 어떤 부작용이 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조금 더 아마 연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주영진/앵커: 지금 말씀 듣다보니까 그야말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신 것 같고요. 그러면서 이제는 좀 건강을 많이 되찾으시고 그러면 이제 생각도 많이 하실 것 아닙니까. 지금 뭐 방송 프로그램도 부인과 함께 하고 있는데 많이 생각을 해보면 이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실 거 아니에요. 내 인생이 참 어땠다. 내가 이거는 참 잘한 것 같은데 이건 정말 아쉽다. 잘못했다, 이런 생각도 많이 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물론 하지요. 뭐 아쉬운 일이야 한두 가지겠어요? 누구나 돌아보면 그럴 거예요. 그러나 저는 가능하면 제가 지난 지내온 삶에 대해서 후회 같은 거 안 하려고 하고요.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니까. 제가 정치를 오래한 셈이지만 정치에서도 뭐 작은 성공과 여러 좌절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수많은 좌절도 그때그때 다 의미 있는 시도였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 주영진/앵커: 어떤 시가 있지 않습니까? 올라갈 때는 못 봤는데 내려갈 때 보았다.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 이런 시도 있는데 자, 건강을 잃고 어려운 상황까지 갔다가 회복이 되고 이제 가족과 함께 정말 새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고 계시리라 짐작은 하는데 그러면서 비로소 예전에는 바쁜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우선에는 정치를 한답시고 너무 거대담론, 거창한 이야기에만 빠져 있었어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 널려 있는 작고 사소한 행복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너무 깔보면서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이제 아팠다가 회복되어가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에 작지만 작은 행복의 재료들이 될 만한 일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됐고요. 요즘에 아까 방송 이야기하시는데 많은 사람들과 같이 우리 주변에 우리가 생각만 조금 바꿔 먹으면 널려 있는 이 작고 사소한 행복들에 대해서 더 찾아보고 더 알아보고 더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하는 것을 같이 생각해보자 하는 의도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미처 우리가 알아보거나 느끼지 못했던 것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 그런 행복과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럼요,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모르고 살았죠. 한 가지로 제가 이제 아플 때 체중이 한 20kg 가까이 빠졌어요. 그러면서 약 때문에 뭘 먹지를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제 주변에 제 아내를 비롯해서 저한테 뭐든지 먹이려고 했어요. 저는 평생 식사라는 것은 그저 끼니를 때운다. 배를 채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맛있는 것을 열심히 찾아다니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보니까 굉장히 중요한 거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방송 봐도 막 먹방이라고 하나요. 먹는 이야기들만 있어서 제가 굉장히 비판조로 이야기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제 자신이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찾아서만 끌려다니다 보니까 아, 이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구나. 이것도 굉장히 큰 낙일 수 있겠구나. 또 특히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라는 게 우리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저하고 맺고 있는 관계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 다시 되새기게 됐지만 그들하고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가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같이 작은 주변 이야기들을 하면서 미소 짓고 하는 것들이 결코 뭐랄까요, 함부로 포기해도 되는 일들이 아니더라고요.

▷ 주영진/앵커: 알겠습니다. 정치하실 때는 모르셨던 것을.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래요.

▷ 주영진/앵커: 그래서 누구보다도 가장 우리 김한길 전 대표님을 염려하시고 걱정하셨던 분이 바로 부인이실 텐데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팀에서 최명길 씨와 전화 통화를 해봤습니다. 모르셨죠?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래요?

▷ 주영진/앵커: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아니, 언제 했어요.

# VCR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여보, 사랑해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아니, 언제 저런 걸 했어요?

▷ 주영진/앵커: 저희 작가들이 직접 전화 통화를 한 건데요. 사랑이 정말 느껴지는 그런 인터뷰였습니다. 우리 김한길 전 대표님, 이제 또 삶의 새로운 목표나 이런 것들이 혹시 생기셨습니까?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뭐 새로운 목표랄 것은 없고요. 제가 이제까지 잘 몰랐던 작은 일상의 행복들에 대해서 더 관심 있게 대처해야 하겠다 하는 생각. 그리고 또 원래 제 본질이라고 할까요.

▷ 주영진/앵커: 글쓰기?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사는 이야기에 대해서 좋은 글도 써봐야 되겠다 하는 생각 요즘에 하고 있습니다.

▷ 주영진/앵커: 예전에는 눈 뜨면 없어라. 그리고 되돌아오지 않는 것들 뭐 이런.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뭐 몇 개 있죠.

▷ 주영진/앵커: 그리고 뭐 불멸의 히트작인 소설도 있고요. 김한길 전 대표께서 쓰시는 새로운 책. 그 내용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한 번 모셔서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좀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좋죠.

▷ 주영진/앵커: 오늘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예전에 노래 작사도 한번 하셨죠?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랬죠.

▷ 주영진/앵커: 조영남 씨의 유일한 히트곡이 있다고 한다면 화개장터와 사랑 없인 못 살아요도 혹시 김한길 전 의원께서 작사하신.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맞습니다.

▷ 주영진/앵커: 그 노래 한번 들어볼까요?

# VCR

▷ 주영진/앵커: 김한길 전 대표님 시청자분들께 짧게 오늘 인터뷰 마감하면서 인사말씀 한번 해주시죠. 꼭 하시고 싶은 말씀.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글쎄요,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 같거든요. 축구로 말하면 추가 시간을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추가 시간이라는 게 적당히 시간 때워서 되는 게 아니라 남은 힘을 전부 쏟아붓는 시간이잖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삶 주변에 일상에 널려 있는 작고 사소한 행복들 제대로 찾아 먹기 위해서 남은 힘을 다 쏟으면서 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다시 한 번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는 기회가 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 주영진/앵커: 저도 김한길 전 대표님과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게 돼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그러네요.

▷ 주영진/앵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한길/전 민주당 대표: 고맙습니다.

▷ 주영진/앵커: 사랑 없인 못살아요, 이 노래 여러분께 들려드리면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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