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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연봉 33억' 한국 축구선수, 세금은 어디에?

  • 조정근 서경대 조교수

    입력 : 2019.12.25 06:31

    [조정근 세무칼럼] 해외에서 돈 버는데 한국에 세금 내야 할까?


    [땅집고] 최근 중국 프로리그에서 연봉 33억원을 받은 우리나라 축구선수 A씨에게 종합소득세 9억1300만원을 부과한 서울 성동세무서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있었다. 아마 A씨는 “2016년 초 중국 진출 이후 줄곧 중국에서 생활한 ‘한국 비거주자’이기 때문에, 종합소득세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을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동세무서는 A 선수의 가족관계나 경제적 관계가 밀접한 곳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므로, 한국에 종합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해당 선수가 중국에서 얻은 소득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했고, 2016년 기준으로 부인·자녀 등 가족 대부분이 국내에서 거주한 탓에 A 선수가 중국에서 가족과 분리된 독자적인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조선일보 2019년11월10 기사, 연봉 33억원 숨긴 축구선수…法 “한국에 가족 살면 세금내야” 참조).

    [땅집고] 서울행정법원. /조선DB

    한국의 소득세법과 그 시행령에 따른 납세의무자인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주소’에 대한 판정은 원칙적으로 주민등록법에 따른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하되,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도 고려한다. 즉 민법상 주소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거소는 주소처럼 밀접한 생활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장소이므로 체류 일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국인이 해외 국가 중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연방소득세법은 미국 시민권자, 영주권자 및 실제체류기간(Substantial Presence) 테스트를 충족하는 세법상 거주자를 납세의무자에 포함하고 있다. 해당 과세년도에 최소 31일 이상 체류한 사람으로서, 해당 과세연도 체류일수 전체와 직전년도 체류일수의 3분의 1, 직전전연도 체류일수의 6분의 1을 합한 누적 체류일수가 183일 이상을 충족하는 사람이라면 실제체류기간 테스트를 충족한다. 따라서 시민권자·영주권자·취업비자·투자비자를 소지한 한국인 중 과거 3년 동안의 실제체류기간 테스트 누적일자를 기준으로 183일 이상을 미국에 체류해 세법상 미국 거주자가 된 사람은, 한국에서 발생한 사업소득·부동산 임대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양도소득 등 모든 소득사항을 미국 연방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미국 연방증여세법에서 말하는 ‘거주자’는 연방소득세법상 거주자 개념과 달리 ‘거주의도(Intention)’ 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여긴다. 이 경우 납세자와 가족의 주된 거주지, 입국비자의 종류, 주된 경제적 기반, 지인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주자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미국 영주권자라면 연방상속·증여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지만, 해당 영주권자가 한국에 주로 거주했다면 거주자 여부에 대한 논란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것. 또 영주권자가 아닌 외국인이라면 실제체류기간 누적일수가 183일을 초과해 연방소득세법상 거주자로 구분되더라도, 해당 인물의 거주의도에 따라 연방상속·증여세법상 비거주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실제체류기간 누적일수가 183일을 초과하지 않아 연방소득세법상 비거주자라 할지라도, 거주의도에 따라 연방상속·증여세법상 거주자로 판정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이중 거주하는 사람에 대한 조세조약상 거주자 판정을 위해 만들어진 한미조세협약 제3조 ‘과세상의 주소’ 조항을 보면, 납세자는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를 가진 국가의 거주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항구적 주거란 지속적인 일정 기간 동안 언제든지 거주 목적으로 가족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이후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Center of Vital Interests), 일상적 거소 (Habitual Abode), 납세자의 국적(Citizenship) 등 우선순위 판단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한 뒤에도 거주자 판정이 어려운 경우라면, 마지막으로 한미 양국 당국간 상호합의(Mutual Agreement)로 이중거주자의 거주지를 판정하고 있다.

    다시 중국 리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축구 선수 A씨 사례로 돌아가보자. 행정법원 판결을 기존 한국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판단하면, 한중조세협약 제4조 ‘거주자’ 조항에 따른 이중거주자의 첫 번째 판단기준인 ‘항구적 주거’는 A선수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다만 여기서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는 요건은 항구적 생활을 이루고 있는 근거지를 판단하는 부가적 요인이기 때문에 규범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반드시 실제 거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A선수가 중국에도 거주 가능한 주거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본인의 수입만으로 배우자와 가족 대부분이 한국에서 거주했으므로, A선수는 여전히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항구적 주거를 형성했다고 판단한다. 즉 A선수 본인이 2016년에 가족과 떨어져 중국에서 체류한 것은 그의 사업목적상 일시 체류일 뿐, 중국에서 항구적으로 머무를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한중 조세조약상 한국거주자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보면 ①납세자인 A선수 뿐 아니라 가족들도 중국에 있으면서 ②한국에서보다 밀접한 생활관계를 형성하고 ③국내에는 자산이 없거나 중국에서 보유한 자산과 비교했을 때 그 비중이 현저히 작으면서 ④국내에 연간 183일 이상 거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 없고 ⑤연간 183일 이상 국내에 체류하지 않았다면, 소득세법상 한국에 납세의무를 가지게 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정근 서경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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