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국민 연설 하루 만에···이란 경제 숨통부터 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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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0.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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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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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9일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 승인
우크라 격추설 제기..솔레이마니 암살 정당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 하루 만에 전방위적으로 이란 압박에 나섰다. 이란과의 전면전은 일단 피했지만 경제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이란을 지목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또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습에 군사적 행동 대신 경제 제재 카드를 들고 나왔다.[AP=연합뉴스]

①경제 숨통 조이기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경제 제재에 대해 “이미 이루어진 일이다. 우리는 제재를 늘렸다. 조금 전 재무부와 함께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살인적 제재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기존의 대이란 무역·금융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며 “이란의 제재 회피를 돕는 업체와 은행, 개인도 블랙리스트(거래 제한 명단)에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그간 이란 정권에 ‘최대의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고강도 제재를 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②우크라이나 항공기 격추설 힘 싣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이란을 콕 지목하진 않았지만 “기계적 결함 때문”이라는 이란 측 설명을 일축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객기가 나쁜 환경에서 비행하고 있었고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라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객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자 그는 “나는 의심이 든다”라고도 했다.

미 언론에선 여객기가 피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와 CNN은 이날 밤하늘에 섬광이 번쩍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SA-15) 두 발을 맞고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NN은 “영상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지만, 보이는 건물들은 테헤란 공항 부근인 파란드에 있는 건물들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한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 보잉 737-800기 참사 현장에 잔해가 널려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관료들도 여객기가 피격됐다는 정보를 익명으로 언론에 밝히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지대공 미사일 2기가 열 감지에 포착됐고 그 직후 얼마 안 돼 여객기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③솔레이마니 제거 정당화

트럼프 대통령은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쿠드스군) 사령관의 사살도 정당화하고 있다. 이란 측이 구실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면서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문답 도중 솔레이마니 사살과 관련 “우리가 그렇게 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대사관을 폭파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박한 위협 때문이었단 얘기다. 트럼프는 “누군가는 죽었고 불과 한 주 전에 사람들이 심하게 다쳤다. 그래서 우리가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이란은 보복의 궁극적 목적을 ‘미군 철수’라 밝히며 대미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9일 성명에서 “피에 대한 적절한 보복은 미군을 중동에서 내쫓는 것”이라며 “중동에서 잇따라 실행할 미군 축출을 위한 본격적인 공격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설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여객기 격추설 주장을 담은) 모든 보도는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일축했다.

이란 당국은 8일 사고 직후 엔진에서 불이 나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란은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모두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은 보잉이 미국 제조업체인 만큼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블랙박스를 미국에 인도하는 걸 거부하고 있다. 이란의 마사일 공습 직후 사고가 발생해 미국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다. 이란은 다만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당사국이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한다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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