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엄마·딸·여고생 꿰뚫은 '죄 많은 소녀', 남다른 젠더 감수성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9.05 17:26 수정 2018.09.05 18:22 조회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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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 감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죄 많은 소녀'가 1년 만에 극장에 정식으로 개봉한다. 영화 '곡성' 연출부 출신의 김의석 감독의 데뷔작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상 수상, 올해의 배우상, 제51회 시체스 영화제 초청으로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영화는 5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죽음에 가해자로 몰린 소녀 영희(전여빈)가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소중한 친구를 잃었던 자전적 사연을 시나리오로 쓴 김의석 감독의 만만치 않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살 사건을 중심에 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이나 인물 간 선악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시키지 않는다. 

특히 예민하고 부서지기 쉬운 10대 여고생들의 감수성을 남성 감독의 시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다뤘다.

뿐만 아니라 딸을 잃은 엄마의 애달픈 마음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전여빈, 고원희, 이봄, 서영희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력에 힘입은 결과지만, 감독의 연출력과 디렉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무수히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남성의 시각이 아닌 각각의 눈높이와 감성으로 다뤘다는 점이 돋보인다. 어느 캐릭터도 소비되지 않고 각자의 고민과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 

죄많은

영화를 연출한 김의석 감독은 여느 영화보다 돋보였던 젠더 감수성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사회운동이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남자의 사연을 여자의 이야기로 변환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맞는 캐릭터를 찾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벽에 부딪혔다. 내가 (잘 모르는) 반대편(여성)의 인물을 설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용기 있게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걸 넘어서는 사람, 인간의 이야기라는 생각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감정이라는 것은 다 같이 느끼니까. 그래서 성을 초월한 중성 사회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여기는 신화적인 공간이고 중성 사회고 인간들이 충돌하는 이야기다 라고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많이 물어봤다. 여성들이 많은 환경이라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들을 기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동성애 코드를 넣은 것에 대해서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든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나누지 않고 중성 사회라고 생각하고 썼다. 드라마가 흘러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죄 많은 소녀'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ebada@sbs.co.kr

<사진 =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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