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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연속 올림픽 가는길, 언제나 쉽지 않았다

기사입력 2020.01.08. 오후 02:15 최종수정 2020.01.08. 오후 02:15 기사원문
김학범호,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도쿄올림픽행 도전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서기 위한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김학범호'의 도전이 시작된다.

8일부터 26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AFC U23 챔피언십은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최종예선을 겸하는 대회다. 16개 팀이 각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 팀이 8강전부터 녹아웃 스테이지로 우승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도쿄올림픽에 걸린 아시아 티켓은 총 4장. 개최국 일본이 이미 한 자리를 예약한 상황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최고 성적을 올린 3팀이 도쿄행 티켓을 가져간다.

한국축구에서 올림픽은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비중을 두고 도전하는 무대다. 올림픽이 23세 이하(U-23) 선수들만 나서는 연령별 대회로 축소된 뒤로도 한국은 항상 가능한 최정예 멤버로 나섰다.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경우 병역혜택이 주어진다는 것도 중요한 동기부여가 됐다.

이런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한국축구는 홈에서 개최한 지난 1988 서울올림픽부터 2016 리우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며 올림픽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축구 강국들이 즐비한 유럽과 남미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물론 올림픽으로 향하는 길이 언제나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에 처음 나선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이었는데. 당시에는 참가국들이 지역 예선을 거치지않고 바로 본선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8강전에서 스웨덴에게 0-12로 대패했지만 앞서 열린 멕시코와의 본선 경기에서 5-3으로 이기며 감격적인 올림픽 본선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후 본선으로 다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1956년 멜버른 대회부터 지역예선이 도입되었고 한국축구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예선을 뚫고 본선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본선 무대에서 브라질, 체코슬로바키아, 아랍공화국을 상대로 3연패를 당하는 동안 1득점, 20실점이라는 참혹한 성적표를 기록하며 세계와의 격차를 실감했다.

한국축구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부터 1984년 LA 올림픽까지 5회 연속 본선진출에 실패하며 침체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본선진출 티켓을 따낸 것을 계기로 부흥기를 맞이했다. 한국은 비록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강팀 소련-미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에 1-2로 석패하는 등 2무1패로 선전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축구는 1992 바르셀로나-1996 애틀란타-2000 시드니-2004 아테네-2008년 베이징-2012 런던-2016 리우 대회에 이르기까지 본선무대에 빠짐없이 개근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본선진출에 만족하는 수준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로는 5번의 본선무대에서 3번이나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고 한번은 3위까지 올랐다. 96 애틀란타 대회부터 6회 연속으로 최소한 본선 1승 이상을 거두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최용수, 윤정환, 이천수, 이동국,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손흥민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선수라면 올림픽 본선은 반드시 거쳐야갈 통과의례가 됐다.

'죽음의 조'

올림픽 예선은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월드컵과 비슷한 홈앤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2016년 리우 대회부터 U23 챔피언십이 올림픽 예선을 겸하게 됐다. 아시아의 강호인 한국 입장에서는 썩 좋지 않은 변화라고 볼수 있는데, 홈앤 어웨이 제도에 비하여 단기 대회와 토너먼트의 특성상 아무리 강팀이라도 이변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올림픽의 특성상, 한국은 지역예선까지는 유럽파 선수를 차출하기 쉽지 않아서 최정예 전력을 가동하기도 어렵다. 한국은 2014년 첫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2016년 대회에서는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U23 챔피언십은 한국축구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C조에서 중국(9일 오후 10시 15분), 이란(12일 오후 7시 15분), 우즈베키스탄(15일 오후 7시 15분)과 함께 '죽음의 조'에 배정됐다.

이란은 국제무대에서 언제나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아온 천적이고,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2018년 대회 4강에서 김봉길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연장접전 끝에 1-4로 무너뜨린 바 있다. 중국은 한국과 전력차는 크지만 특유의 라이벌 의식과 악명높은 거친 플레이로 부담을 주는 상대다. 더구나 연령대별 대표팀과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각 팀 전력은 변수가 너무 많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상대전적은 한국이 C조에서 가장 앞서고 있지만 낙관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칫 방심하면 1960-70년대 오랫동안 지역예선의 벽에 막혀 본선무대를 밟지 못했던 암흑기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여기에 조별리그를 통과한다고 해도 D조(베트남·북한·요르단·아랍에미리트)팀과 8강전에서 맞붙게 되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만나는 시나리오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베트남은 최근 박 감독 부임 이후 동남아축구의 최강자로 부상하며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다.

더구나 8강전에서 만나게 되면 두 팀 중 하나는 무조건 탈락하는 '데스매치'가 될 수밖에 없는데, 박 감독의 존재 때문에 한국 다음으로 베트남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도 많아진 만큼 기왕이면 결승까지는 두 팀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펼쳐진 두 감독의 첫 대결에서는 김학범 감독이 승리하며 금메달까지 차지한 바 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국내파 감독에 대한 불신-황의조 발탁 논란-지옥의 대진 일정 등 여러 가지 악재를 극복하고 대회 2연패를 이끌어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국제대회와 평가전, 전지훈련을 통하여 꾸준히 선수들을 점검해왔다. 믿었던 이강인-백승호 등 기대했던 핵심 유럽파 선수들의 합류가 끝내 불발된 지금, 김학범호는 오로지 '조직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U20 대표팀의 월드컵 준우승을 포함하여 최근 몇 년간 연령대별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려왔기에 김학범호와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은 편이다. 김 감독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홍명보-정정용-신태용으로 이어지는 국내파 감독의 연령대별 대회 성공신화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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