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뜻밖의 생존자가 있었다. 박씨는 지난 2006년 5월 신정역 인근에서 한 남자에게 납치됐다. 다세대 주택 반지하 집으로 끌려간 그는 범인이 틈을 보인 사이 가까스로 탈출했다. 박씨는 피신하기 위해 숨은 2층 계단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부착된 신발장을 봤고, 집 안에 수많은 노끈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반지하에는 자신을 납치한 남자 외에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신정동 3차 납치미수사건 피해자 목격담을 토대로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경찰 역시 재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11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두 남자의 시그니처 엽기토기와 신발장, 그리고 새로운 퍼즐’이라는 제목으로 신정동 연쇄살인‧납치미수 사건을 재조명했다.
새로운 제보자 강모씨는 "뒤늦게 신정동 연쇄살인사건 편을 보다가 '어? 나 저 집 들어가 봤었어' '저 엽기토끼 신발장 본 적 있어', 그렇게 얘기를 했었거든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제대 후 케이블TV 전선 절단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강씨는 지난 2006년 9월쯤 신정동 한 다세대 주택을 방문했을 때, 작업을 하기 위해 올라간 2층에서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어 있는 신발장을 봤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강씨는 신발장뿐 아니라 그 집의 구조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억해냈는데, 놀랍게도 3차사건 피해자의 증언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강씨가 그곳에 살던 남자를 마주쳤고, 작업하기 위해 따라 들어간 반지하 집 안에 노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강씨에 대한 최면수사를 진행했다. 최면수사에서 강씨는 “집에 노끈, 가위, 칼, 커터칼이 있다. 그 사람이 얼굴을 계속 안 보여준다. 살짝 들었는데 남자답게 생겼다. 그 사람이 가고 어떤 사람이 왔다. 아까 간 사람과 다르게 모자까지 벗고 선을 달라더라. 재미있게 생겼다. 눈썹을 갈매기처럼 그려놨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강씨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해당 남자 몽타주를 그려내고, 함께 신정동 집을 찾아 나섰다.
이 와중에 부산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과거 신정동 인근에서 성폭행 전과가 있던 2인조가 이전 사건들 용의자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사건 담당 형사는 "이 강도강간 범행을 한 동네에서, 그것도 두 명이서 같이, 이렇게 합동해서 하는 경우는 형사 경험상 드물다고 본다"며 두 사건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위 두 용의자는 지난 2008년 두 차례 강도강간 범행을 함께 저질렀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거된 2인조 가운데 1명은 신정동에 거주했고, 피해 여성 중 1명 역시 신정동 1차 살인사건 피해자 권 양 집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장씨는 12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며 배씨는 10년 형을 선고 받아 2018년 출소한 상태다.
제작진은 제보자 강씨에게 2인 중 한 명인 배씨의 사진을 보여줬다. 강씨는 배씨를 보고 “눈이 너무 똑같다. 내 기억과 이미지가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배씨의 집을 찾아간 제작진은 바닥의 끈을 발견하고 “끈을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냐”고 물었다. 이에 배씨는 “전기 일을 하니까 전선 주워다 고물상에 많이 팔았다. 마대도 가져온 적 있다. 전선 담아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배씨는 장씨에 대해 언급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막노동을 하면서 장씨를 알게 됐다는 배씨는 오래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고 했다. “여자가 있다고 하면 같이 갔다”고 한 배씨는 “커터칼이 아닌 손전등을 들고 갔다. 나는 겁이 많아 사람을 죽이지도 못한다. 반지하 같은 데 살라고 해도 못 산다. 화장하는 거 되게 싫어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제보자인 박씨에게 배씨와 장씨의 사진을 봐달라고 요청했지만 사건 후유증이 큰 박씨는 제작진과의 통화를 거부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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