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동의: 지금 강조해야 할 것/허공의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있는 그대로/… 외 40권

▲ 성적 동의: 지금 강조해야 할 것 = 밀레니 포포바 지음. 함현주 옮김.

‘미투(#metoo·나도말한다) 운동’과 함께 비동의 강간죄 신설 논의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비동의 강간죄 핵심은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 강간이나 유사 강간의 70%가량이 물리적 폭행과 협박 없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성폭행 관련 사건의 증거수집, 조사, 재판 등 일련의 과정에서 가해 행위보다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사법기관에 의한 2차 피해, 페미니스트 법학자들의 ‘사법강간’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성적 동의’는 비동의 강간죄 논의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우선 동의의 1단계는 ‘물어보기’라고 강조한다. 성폭행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는 얼마나 강하게 거부했는지를 증명해야 하지만, 가해자는 ‘상대에게 동의 의사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해서 구했는지’ 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동의 문제의 핵심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 손에 쥔 위력과 권력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사적 경계와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적 동의가 단지 사적으로 은밀한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유할 행동지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티. 232쪽. 1만5000원.

▲ 허공의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 = 장산 지음

부산 세존사 창건주인 장산스님 수필집이다. 책에는 전국 방방곡곡 길에서 만난 풍경과 세상사람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여 궁남지 연꽃밭 정경은 ‘궁남지 연꽃이 필 무럽’에 담겼다. 이 글은 월간 ‘신문예’ 2019년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작이기도 하다. 책 표제인 ‘달을 병에 담은 동자승’에서는 노승과 동자승 이야기가 훈훈하게 그려진다.

장산스님은 1965년 해인사에서 출가한 후 해인사 강원과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공부했다. 동화사 등지에서 정진한 뒤로 호주 시드니에 불광사를 설립해 포교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초심호계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세존사 반산선원에서 안거한다.

조계종출판사. 288쪽. 1만5800원.

▲ 있는 그대로 = 정준영 지음

초기 불교를 전공한 대학교수이자 명상지도자인 정준영 씨가 2500년 전 붓다가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활용한 수행법 ‘위빠사나’를 알려준다. 위빠사나는 부처님이 대중에게 설법할 때 사용한 언어인 빠알리어다. 면밀하거나 분명하게 안다는 의미다. 통찰(insight)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서양에서 심리치료에 위빠사나를 활용해 명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저자는 위빠사나를 단지 힐링을 넘어 완전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 일반 독자에게 어렵게 다가갈 만한 주제를 오랜 수행 경력과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써 내려갔다.

에디터. 320쪽. 1만8000원.

▲ 바디:우리 몸 안내서 = 빌 브라이슨 지음. 이한음 옮김.

하나뿐인 우리의 몸. 평생을 의지해 살아가지만, 정작, 이 몸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영국 더럼대학교 총장을 지낸 저자는 우리 몸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알고 보면 몸은 놀라운 우주다. 이 책은 경이로운 우리 몸에 대한 찬사로 몸을 잘 사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사항들을 하나하나 들려준다. 더불어 몸을 잘못 써 자신을 망치는 사람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도 담았다.

저자는 사람의 몸을 만드는 59가지 원소, 세계를 인식하는 뇌, 음식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화 기관, 하루 시간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생명의 탄생, 죽음의 순간에 일어나는 체내 현상 등을 모두 23개 장으로 나눠 차례로 설명해간다.

까치. 576쪽. 2만3000원.

▲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마흔 나이가 넘었는데 아직도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이 있다. 환갑이 지났으나 초등학생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 또한 있다. 왜 이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 심리학자인 저자는 32년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임상 치료와 연구를 해온 트라우마 전문가이다. 원제가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인 이 책은 위의 질문에 대답한다.

핵심은 ‘인식’과 ‘이성’을 강조하는 상담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몸’과 ‘관계’ 위주로 심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뇌와 온몸의 신경회로가 가진 구조적 특성 때문으로,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생애 초기 몸과 뇌의 구조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지금의 삶을 낳았다. 저자는 “상처를 치유하려면 과거에 벌어진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통합하라”고 권고한다.

동양북스. 264쪽. 1만3800원.

▲ 갑오 = 만국보관 엮음, 이창주 옮김.

우리가 ‘청일전쟁’, 중국이 ‘중일갑오전쟁’ 또는 ‘갑오전쟁’이라고 부르는 1894~1895년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1850~1900년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일본 등이 내보낸 동아시아 관련 기사와 사진, 삽화를 엮은 책이다.

청일전쟁 발발 100주년을 맞아 서양 각국의 옛날 신문과 간행물을 수집, 연구하는 모임인 중국의 ‘만국보관(萬國報館)’이 편저했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그래픽’, 프랑스의 ‘릴뤼스트라시옹’, ‘미국의 하퍼스 위클리’ 등은 청일전쟁 이전부터 동아시아 정세에 관심을 갖고 중요하게 보도했다.

중국의 양무운동과 일본의 메이지유신에 관심이 커 이 시기의 인물, 산업정책, 도시의 모습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조선 역시 새로운 관찰 대상이었다.

전쟁 시기에는 중국과 일본의 전함 비교, 전쟁 경과, 일본군의 뤼순(旅順) 대학살, 웨이하이웨이(威海衛) 함락, 전쟁에 참여한 군인의 모습, 전쟁 종결 후 체결된 시모노세키(下關) 조약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더해 전쟁 종결 이후 삼국간섭, 이홍장(李鴻章)의 방미, 서양 각국의 중국 이권 쟁탈전, 서태후(西太后)의 광서제(光緖帝) 폐위 음모 등도 다뤘다.

책에 소개된 화보 자료는 흥미롭고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것들을 많이 포함한다.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문명화한 일본, 야만의 중국과 조선’이라는 구도다. 이는 물론 일본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편집자는 “전쟁 기간 일본은 114명의 종군기자를 초청하고 비밀리에 미국인 전문가를 채용해 국가 선전 전쟁의 총지휘를 맡기는 등 총성 없는 전쟁, 즉 미디어 전쟁을 병행했다”면서 “그러나 역사 인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모든 자료를 원판 그대로 게재하고 원문을 번역한다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서해문집. 416쪽. 2만5000원.

▲ 정조의 말 = 정창권 엮음.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의 어록집 ‘일득록’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엮었다. 일득록은 규장각 신하들이 평소에 보고 들은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책이다.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 일부로 수록됐으며 문학 5권과 정사 5권, 인물 3권, 훈어 5권 등 총 18권으로 이뤄졌다.

이번에 나온 책은 이를 주제별로 나눠 마음 공부, 오늘 하루, 나다운 나, 배운다는 것, 온전한 삶, 처음처럼, 나아갈 길 7개 장으로 재정리했다.

정조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배움으로 자신을 가꾸고 다스렸으며 누구보다 올바른 삶을 찾고자 한 군주였다. 또 군주이기 전에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고 나를 나답게 하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책에는 이런 정조의 면모가 잘 나타난다.

이다북스. 256쪽. 1만4000원.

▲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 우문에 대한 현답 = 권오향·김기섭·김슬옹·임종화 지음.

지난 2018년 3월 출간돼 학계와 일반 대중에 작지 않은 파문을 야기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책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를 세종대왕 전문가들이 반박한다.

이 전 교수는 세종이 시행한 사대주의 강화, 노비제 확대, 기생제 확충 등을 근거로 “세종은 당대 양반들에게나 성군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이 전 교수가 제시한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사대주의에 관해서는 “작고 약한 나라가 크고 강한 나라에 굴종하는 것은 종묘와 사직을 보전하고 백성을 평안케 하는 고육지책”이라면서 “일부 사료 가운데 자신의 주장에 적합 기사를 선택적으로 인용하거나 명백한 근거 없는 추정에 따라 세종을 사대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 조선왕조실록 기사들을 근거로 세종이 노비 양산과 억압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 역시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세종은 노비도 하늘을 대신해 군주가 보살펴야 할 천민(天民), 즉 하늘의 백성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정치 철학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읽어 역사를 말살해서는 안 되며 당대의 인물은 인품과 치적을 중심으로 바르게 평가돼야 한다”면서 “스스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백성을 사랑했으며 민족 문화를 빛낸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인 세종은 지금의 잣대로 보더라도 진정한 성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보고사. 256쪽. 1만5000원.

▲ 과학기술학 편람 1·2 = 에드워드 J. 해킷·올가 암스테르담스카·마이클 린치 외 엮음. 김명진 옮김.

과학기술 기원과 형성 과정, 영향에 관한 이해를 목표로 하는 과학기술학(STS) 연구 동향과 쟁점을 정리한 글을 묶었다. 미국에서 2007년에 나온 제3판을 우리말로 옮겼다. 편람(便覽, handbook)은 보기 쉽게 만든 책으로, 과학기술학으로 안내하는 개설서라고 할 만하다.

편자들은 서론에서 과학기술학이 증거를 배치하고 평가하는 전략, 민주주의적 과정으로 도출하는 추론 방식, 교착상태를 깨뜨리는 경험적 통찰 등을 통해 갈등 해결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1권은 ‘아이디어와 시각’, 2권은 ‘실천, 사람들, 장소’가 주제다. ‘정치와 대중들’, ‘제도와 경제학’, ‘새로 출현한 테크노사이언스’ 등을 논한 3∼5권 번역본은 내년 8월 출간될 예정이다.

아카넷. 1권 380쪽, 2권 404쪽. 각권 2만4000원.

▲ 유럽의 타자들 = 홍태영·윤비 외 지음.

정치사상과 비교정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유럽이 ‘구별짓기’라는 과정을 통해 차별하고 배제하는 대상인 타자(他者)에 관한 문제를 다뤘다. 특히 유럽에 거주하거나 유럽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타자로 명명해 동화를 거부하는 극우민족주의 세력에 초점을 맞췄다.

홍태영 국방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극우민족주의를 분석한 글에서 “극우민족주의자들은 종교, 문화 등과 관련해 소극적 방식으로 민족적 특성을 재구성한다”며 “그들에게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 ‘망령’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는 2017년 대선과 총선에서 부상한 극우 정치세력을 분석했다. 그는 대선 결선 투표에 올라 33.9%를 득표한 마린 르펜 성패를 설명하려면 민족주의, 담론 전략, 정치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를 두루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316쪽. 2만5000원.

▲ 에코사이드 =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목수정 옮김

10년 전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을 쓴 저자가 지난 10년간 더욱 심화한 화학물질과 유전자조작에 의한 생태환경 실태를 폭로한다.

이 책은 지구에서 매년 80만t이나 뿌려지는 제초제의 구성성분인 화학물질 ‘글리포세이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세계 최대 제초제 회사 몬산토가 ‘라운드업’이라는 이름으로 특허권을 보유한 이 물질은 땅·물·공기·일상용품은 물론 수많은 음식물에 퍼져 동식물과 인간에게 피해를 야기한다.

시판 후 40년 만인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센터에서 ‘발암 물질’로 지정됐으나 ‘기득권 동맹’이 수많은 과학적 문제 제기를 묵살함으로써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저자는 그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면서 이제 상황은 ‘에코사이드’, 즉 생태학살로 발전했으며 이를 저지하려는 세계 시민들의 행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대의창. 400쪽. 1만9800원.

▲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 잭 코플랜드 지음, 박영대 옮김.

컴퓨터 이론과 역사에 정통한 철학자가 ‘컴퓨터는 그것을 프로그램한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질 수 있을까’, ‘컴퓨터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컴퓨터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기원과 초기 발전 과정, 주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특성과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를 모사하려는 목표를 추구하는 한 결부될 수밖에 없는 비경험적 문제, 즉 철학적 쟁점들을 다룬다.

그는 이와 같은 검토 끝에 우리가 컴퓨터를 ‘생각하는 기계’로서 받아들일지 여부는 철학적 쟁점들을 검토한 후 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에디토리얼. 548쪽. 2만2000원.

▲ 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 = 제니 린포드 지음, 강선웅·황혜전 옮김.

제목의 ‘호모 코쿠엔스’는 ‘요리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요리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한 면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요리와 식문화에 관해 많은 책을 쓴 저자는 이 책에서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7가지를 가장 중요한 식자재로 들고 각각의 기원과 역사, 문화, 종교적 의미를 탐구한다.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자재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는 어려운 닭고기나 소고기, 커피 등은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이들 식자재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나시고랭에서 이탈리아의 수고 알 포모도로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이용한 세계 각국 음식 63가지 요리법도 소개한다.

이들 식자재가 걸은 여정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매우 전설적이고 비싸고 사치품으로 평가됐지만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창의성과 노력으로 널리 사용되고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그 덕에 이국적인 매력은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식자재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 일상적인 음식들이 얼마나 특이한 것들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파라북스. 320쪽. 1만8000원.

▲ 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 = 로널드 넘버스·코스타스 캄푸러키스 엮음, 김무준 옮김.

중세시대부터 현재까지 과학에 대해 우리가 가진 오해들을 짚으며 그 뒤에 숨어 있는 과학의 ‘활동사’를 밝힌다.

과학을 비롯해 과학사, 과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8명 학자가 참여한 이 책은 2014년 9월 미국 워싱턴 앤드 리 대학교에서 열린 콘퍼런스를 바탕으로 엮었다.

잘못된 ‘통념’ 가운데 하나는 콜럼버스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항해를 통해 증명해 보이기 전까지 사람들은 지구를 평평한 구조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로마 때부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어느 정도 통용되는 믿음이었다.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이 가톨릭교회 교리를 위태롭게 했다는 통념도 옳지 않다. 코페르니쿠스는 여전히 신이 ‘우리를 위한’ 우주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고 태양 중심 천문학을 옹호하는 근대 초기 학자들 또한 성경과 새로운 천문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은 케임브리지, 런던, 링컨셔를 거의 벗어나지 않은 뉴턴이 ‘고독한 천재’라는 통념과는 달리 그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기까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로부터 정량적인 데이터를 받았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글항아리. 328쪽. 1만6000원.

▲ 왜 우리는 살찌는가 = 게리 타우브스 지음, 강병철 옮김.

19세기 이후 지금까지 비만 연구를 역사적으로 검토한 끝에 과학에 근거한 결론은 비만의 원인이 칼로리가 아니라 호르몬의 불균형에 있음을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탄수화물이 인체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우리 몸에 축적되도록 작용한다.

인슐린 수치는 주로 탄수화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탄수화물을 조절해야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출간 후 미국의 주요 언론과 다이어트 전문가들에게 큰 관심과 찬사를 받았으며 미국의 ‘저탄고지(저탄수화물·고지방)’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알마. 332쪽. 1만6500원.

▲ 시인의 시작 = 시요일 엮음

우리 현대시 한 세기 역사를 수놓은 시인들의 풋내기 시절은 어땠을까? 

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에서 엄선한 시인 100명의 등단 시를 모아 엮어냈다.

김소월, 박두진, 조지훈, 박목월, 백석, 정지용, 김영랑, 신석정, 박인환, 서정주부터 기형도, 문태준, 나희덕, 김혜순, 김용택, 고정희, 정호승, 김지하, 이성부, 조태일, 황동규까지 우리 시단을 장식한 거목들의 문학적 원형을 만난다.

이들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다. 신춘문예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시인들의 설렘이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미디어창비. 264쪽. 1만2000원.

▲ 중국중세 호한체제의 정치적 전개 = 박한제 지음.

동양사학자인 박한제 서울대 명예교수가 일관되게 주장한 ‘호한체제’(胡漢體制)에 대해 논했다. ‘중국중세 호한체제의 사회적 전개’도 함께 출간했다.

호한체제는 중국 중원에서 농경문화를 일군 한족(漢族)과 서북방에서 생활한 유목민족인 호족(胡族)이 영향을 주고받아 수·당이 탄생했다는 견해다. 이러한 시각은 한족이 호족을 흡수하며 발전했다는 이른바 한화론(漢化論)과는 배치된다.

저자는 “한나라 시기에 정점을 이룬 중국 고대문명은 후한 말 북방 유목민족의 중원 진입에 의해 붕괴하고 유목민적 요소가 첨가된다”며 “호한체제는 호와 한이 갈등과 충돌을 겪고 투쟁하면서 종국에는 공존의 길을 찾아간 기나긴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호한체제 성립 과정에서 호족황제의 중화군주 변신, 중화 분열과 재정비가 일어났다고 진단하고 수·당 황제가 보인 행태는 이전 한족 왕조 지배자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호족과 한족 통합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풍습에서도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일조각. 592쪽. 4만8000원.

▲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 신욱희 지음.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가 한국, 미국, 일본 사이 안보 관계를 전반적으로 다뤘다.

냉전 시기 한·미·일 관계 형성, 미·일 동맹 정치와 경제, 데탕트 시기 한·미·일 관계 변화, 중국 부상과 삼각안보체제 등을 분석한 저자는 “체제로서의 냉전과 한·미·일 삼각관계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우리의 국제정치적 삶을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역설한다.

이어 한·미·일 관계의 미래는 중국을 포함한 사각관계 맥락과 현재 모색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같은 국지적 역동성을 두루 고려해 복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평론아카데미. 404쪽. 2만5000원.

▲ 다크 타워 6부 =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총잡이 종족’의 최후 생존자 롤랜드가 다크 타워를 찾으려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모험을 이어가는 판타지 장편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스릴러 제왕 스티븐 킹이 2003년까지 무려 33년간 집필한 인생 대작이다. 스릴러와 호러물로 명성을 쌓은 그가 모든 역량과 정성을 쏟아부은 작품이 판타지라는 점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에선 전편에서 다른 인격에 육체를 빼앗긴 수재나를 쫓아 롤랜드와 동료들이 현재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부제는 ‘수재나의 노래’.

핵전쟁 이후 디스토피아가 돼버린 지구에서 롤랜드와 동료들은 다크 타워를 찾아내 구원의 길을 만날까. 다크 타워 시리즈 마지막 편인 7부는 올해 말 국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1974년 장편 ‘캐리’로 이름을 알린 킹은 30여년간 500여편의 작품을 발표해 3억부 이상을 판매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로 제작됐다. ‘캐리’, ‘샤이닝’,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은 영화로도 크게 히트했다. 

황금가지. 644쪽. 1만8000원.

▲ 가족에겐 가족이 없다 = 김기우 지음

중견 소설가 김기우 네 번째 소설집. 연작 형태 중단편들을 담았다.

문학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인 가족 이야기다. 가장 가깝고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지만, 이면에서 고민과 고통을 주고 때로는 앞길을 막는 존재이기도 한 가족의 본질을 직시한다.

물질이 만능인 세상에서 파편화하는 가족 모습을 화자의 변환, 미스터리 기법 등을 활용해 신선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김기우는 1990년 계간 ‘문학과 비평’을 통해 등단해 장편 ‘바다를 노래하고 싶을 때’, 소설집 ‘달의 무늬’ 등을 펴냈다. 한림대학교와 소설아카데미 등지에서 창작론을 가르친다.

세시. 360쪽. 1만5000원.

▲ 세상이 다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다산이오 = 김형섭 지음.

다산 정약용의 유배 18년 동안 움직인 시간과 공간을 따라가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일기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정조의 죽음과 함께 낙향했다가 신유옥사로 잡혀 옥고를 치르는 때부터 강진에서 유배로부터 풀려나 다신계(茶信契)를 맺고 고향으로 올라올 때까지를 시간순으로 다룬다.

다산의 생애 중에서 옥고와 유배 시절을 주목한 것은 이때 다산의 중요한 학문적 업적이 대부분 이뤄졌고 인생에서 가장 큰 고난의 시기였던 탓에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 어느 시기보다 절절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는 가문이 풍비박산 나고 자신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시기이기도 하다. 다산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폐족(廢族)’이 된 상황이라고 절망하지 말고 공부에서 손을 놓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 중풍에 걸려 팔이 저리고 입에서 침이 흘러도 붓을 놓지 않았으며 백성의 일상과 고통을 기록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신음하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의서(醫書)를 만들기도 했다.

다산을 민족의 사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그의 학문적 업적만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산처럼. 400쪽. 2만원.

▲ 1일 1클래식 1기쁨 =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김재용 옮김.

매일 한 곡씩 들을 수 있도록 불후의 고전에서 현대 작품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365곡을 선정해 간략히 해설한다.

저자는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세계 최고의 연주장에서 연주한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라디오, TV 프로그램의 방송 진행자,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서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글과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한 곡에 할당된 분량이 한 페이지씩이어서 아주 핵심적인 감상 포인트와 반드시 알아야 할 배경지식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새해 첫날의 곡으로 선정한 바흐의 ‘b단조 미사, 바흐작품번호 23번 3부 상투스(거룩하시도다)’에 대해서는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다. 그가 없었다면 재즈, 펑크, 힙합, 테크노, 하우스, 그라임도 없었을 것이다”, “심장을 뒤흔드는 합창단의 노래와 커다란 북소리로 새해를 시작해보자”고 썼다.

저자는 서문에서 “클래식 작곡가를 모른다거나 그들의 음악을 알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면서 “내가 결심한 일은 클래식 음악의 세계가 마치 초대받지 못한 파티 같은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밝혔다.

윌북. 416면. 1만7800원.

▲ 과학의 품격 = 강양구 지음.

황우석 사태를 취재했던 기자 출신 저자가 과학계 주요 이슈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황우석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소개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는 이유는 한국 과학계가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게 된 것이 이때부터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암도 고치고 심장을 이식한다고 하면서도 생리통을 치료하는 약조차 내놓지 못하는 현대 의학,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작은 노동자들이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것에 불과한 공유 경제, ‘집단 바보를 양산하는’ 초연결시대 등 과학의 거품을 고발한다.

또 ‘기후 위기’의 시대에 과학 기술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 안전한 먹을거리로 알려진 유기농 먹을거리는 진짜로 안전한지 등에 관한 견해를 밝힌다.

사이언스북스. 448쪽. 1만6500원.

▲ 상징형식의 철학: 인식의 현상학 = 에른스트 카시러 지음. 박찬국 옮김.

독일 마르부르크 신칸트학파 철학자로 분류되는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가 신화, 종교, 언어, 예술, 과학, 역사 등에 관해 논했다. ‘상징형식의 철학’ 세 번째 책으로, 앞서 ‘언어’와 ‘신화적 사유’가 번역됐다.

카시러가 지칭하는 상징형식은 언어, 신화, 예술이다. 그는 이러한 주제들이 인간의 자기 인식으로 귀착된다고 여겼고, 전통적 인식론과는 구별되는 시각을 드러냈다.

역자인 박찬국 서울대 교수는 해제에서 “카시러는 신화와 언어가 과학에 의해서 대체되지 않고, 나름대로 독자적 의의를 지닌다고 봤다”며 “그는 신화적인 세계경험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계를 경험하는 근원적 형식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우재단과 아카넷이 함께 펴내는 대우고전총서 51번째 책. 조아생 뒤 벨레가 쓴 ‘프랑스어의 옹호와 현양’도 출간됐다.

아카넷. 972쪽. 3만9000원.

▲ 맑스와 정의 = 앨런 E. 뷰캐넌 지음. 이종은·조현수 옮김.

존 롤스의 ‘정의론’과 마르크스 사상을 비교하며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미국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유와 평등에 기초했다는 자유주의 관념이 허구라고 비판한다. 인간 개개인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일 수 있으나, 사회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순간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나뉜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착취가 임금노동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가지지 못한 자의 실천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갈무리. 448쪽. 2만4000원.

▲ 롤랑 바르트 음악을 읽다 = 김정진 지음.

피아니스트인 저자가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 텍스트 이론으로 현대음악 작품을 분석했다. 문학, 철학, 미학을 넘나들며 바르트의 비평적 사고를 음악에 적용해 참신한 해석을 시도했다.

그는 바르트 이론을 인용해 노래에서 중요한 것은 시와 선율의 자연스러운 연결이며, 음악의 참다운 실체는 호흡 영역과 운율적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앨피. 384쪽. 1만6800원.

▲ 자유의 법 = 로널드 드워킨 지음, 이민열 옮김.

‘법철학의 거두’로 불리는 저자가 법의 정신, 헌법 가치, 사법부와 법관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물음에 대해 ‘자유’의 관점에서 답한다.

낙태, 안락사, 프라이버시, 포르노그래피 등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제기된 헌법상 큰 쟁점에 관해 연방대법원이 내린 중요한 판결을 다루면서 법이 자유를 보호할 때 민주주의가 더욱 강건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류가 법에 의한 통치를 시작한 이래 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법관에게 주어진 재량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줄곧 논쟁의 대상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법을 해석하는 법관의 기준은 입법자의 의도나 법에 나열된 문구 자체의 뜻이 돼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저자는 ‘도덕적 독법(moral reading)’을 중요시한다.

대부분의 현대 헌법은 정부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매우 넓고 추상적인 언어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법관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이 추상적인 조항들을 ‘정치적 도리와 정의에 관한 도덕 원리’를 근거로 해석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시민 개인이 말하고 출판하는 것을 검열하거나 통제하는 것은 그르다’고 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포르노 금지법을 허용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그 추상적인 도덕 원리가 어떻게 하면 최선으로 이해될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도덕적 독법이 판사들에게 그들 자신의 도덕적 확신을 공중에게 부과할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주게 된다’는 비판에 대해 저자는 “도덕적 독법은 그 자체로 자유주이적이지도 보수주의적이지도 않으며 다만 헌법을 정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일 뿐”이라고 썼다.

미지북스. 612쪽. 2만2000원.

▲ 자살하려는 마음 = 에드윈 슈나이드먼 지음, 서청희·안병은 옮김.

‘심리 부검’의 개념을 처음 제시하는 등 ‘자살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평생을 자살 예방을 위한 연구와 치료에 헌신한 저자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은 거의 모두가 고통으로 인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그 고통은 움츠러들거나 왜곡된 심리적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정신통(psychache)’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또 자살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통로는 뇌구조 연구나 사회적 통계 연구, 정신질환 연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감정을 평범한 말로, 자살하려는 사람의 말로 직접 서술한 것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여성, 죽으려고 자기 몸에 칼을 댄 소녀, 머리를 쏘려 한 총이 빗나가면서 얼굴을 잃은 남성자살 시도자 등 세 가지 사례를 분석한다.

그 결과 자살에서 공통되는 목적은 해결책, 다시 말해 문제, 딜레마, 속박, 어려움, 위기,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자살하려는 사람을 도우려는 이들에게 “자살의 대안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살이라는 해결책이 아닌 다른 가능한 행동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전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해도 새로운 개념화를 통해 치명적이지 않은 방식들을 선택하게 해 줄 수는 있다”고 조언한다.

한울. 280쪽. 3만3000원.

▲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 세계 = 이호철 지음.

아이들 스스로 속내를 털어놓은 글 180여 편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본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에게도 말 못 하는 걱정과 생각들, 집에서 겪는 어려움, 학교와 학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 관해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소개하면서 이로부터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저자의 견해를 덧붙인다.

소개된 글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그 자리에서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크고 작은 일이 모두 어른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깨닫게 되고 어른 중심의 삶 속에서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아이들 편에 서서 생각해 보게 된다.

보리. 424쪽. 1만8000원.

▲ 짓기와 거주하기 = 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저자의 오랜 작업인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의 완결편이다.

프로젝트 1편 ‘장인’과 2편 ‘투게더’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스스로 삶을 만드는 존재인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도구의 인간)’가 개인적 노력,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설명했다면 3편은 문명의 물리적 환경인 도시와 호모 파베르의 관계를 연구한다.

파리, 바르셀로나, 뉴욕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서 제인 제이콥스, 루이스 멈퍼드, 마르틴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 등 사상가들의 생각을 살펴본다.

또 콜롬비아 메데인의 뒷골목에서 뉴욕의 구글 사옥, 한국의 송도에 이르는 상징적 장소를 돌아다니며 물리적인 도시가 사람들의 일상 경험을 얼마나 풍부하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지, 혹은 그 반대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닫힌 도시, 즉 건축적 분리와 사회적 불평등이 서로를 강화해 주는 도시가 어떻게,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열린 도시’를 제안한다.

열린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이며 복잡성을 다루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기후 위기 같은 단기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위협과 불확실성에 맞서 더 잘 회복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김영사. 512쪽. 2만2000원.

▲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 로즈 조지 지음, 하인해 옮김.

개인의 일상은 물론 도시의 환경과 공중위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누구도 입에 올리기를 꺼리는 분변 문제에 관해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분변은 인류의 중대한 관심사였고 지금도 세계 인구 중 약 20억 명은 최소한의 위생 시설조차 이용하지 못해 분변이 초래한 갖가지 고통과 질병을 겪고 있다.

인간과 배설물 간의 접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위생 체계야말로 현대적인 도시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요소이며 아이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첫 과정은 배변 교육이다. 이렇게 본다면 분변에 대한 태도는 문명의 척도이자 한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각국의 화장실과 하수도 실태에서 미래형 변기 개발 실태에 이르기까지 분변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탐사했다.

카라칼. 480족. 1만6800원.

▲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 = 송지호 지음.

평생을 간호학자로, 교육자로 살아온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의 자서전이다.

유년 시절 겪었던 한국전쟁 직후의 피난살이, 공부와 테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학생 신분으로 학원까지 운영했던 대전의 중고교 시절, 기대와 달랐던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총학생회장까지 맡았던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의 학창 생활 등을 담담히 회고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햇병아리 간호사로 일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회의에 시달리다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잠시의 ‘외도’와 전업주부 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출산 9개월 만에 학교로 돌아온다.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초빙교수와 국립의료원 간호대학 학장, 성신여대 간호대학 학장까지 오르는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많은 성취를 이룬다.

저자는 “일을 사랑하다 보니 일도 늘 나에게 성과로 보답했다”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면 성공보다는 최선을 다한 그 날의 성취가 내 인생이었고 행복이었다”고 썼다.

기록연. 720쪽. 2만원.

▲ 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지음

열반 10주기를 계기로 출간된 ‘스스로 행복하라’는 스님이 생전에 남긴 글 중에서 행복에 도움이 되는 대목을 가려 뽑아 다시 묶은 책이다.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은 샘터는 월간지 지령 600호 기념판으로 이번 신간을 펴냈다.

책은 ‘행복’, ‘자연’, ‘책’, ‘나눔’ 모두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선물하는 기쁨, 나눌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묘미 등을 차례로 들려주는 것이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스님은 1956년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했고 1975년부터는 순천 송광사 뒷산에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며 수행정진했다.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8년 동안 회주로 있었다.

무소유의 삶은 생애 마지막까지 초지일관 이어졌다. 회주직에서 물러난 뒤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 주인 없는 화전민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며 살았다. 남긴 저서는 수필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등과 역서 ‘깨달음의 거울’, ‘숫타니파타’ 등 수십 권에 달한다.

샘터. 216쪽. 1만2000원.

▲ 서독 이모 = 박민정 지음

1990년대 독일과 2010년대 후반 한국을 살아가는 두 여성의 모습을 통해 미완성의 삶을 그린다.

화자 ‘우정’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한국인 입양아인 독일 물리학자와 결혼한 이모의 삶을 소설로 써보려고 한다. 이모의 결혼 생활 자체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기 때문이다.

이모는 남편이 결혼 2년 만에 실종되자 시누이와 동거하며 남편을 찾는 데 진력하지만 결국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다. 그는 왜 사라졌을까? 
우정은 대학 입학 후 이를 소설로 쓰려고 했지만, 대학원생이 된 뒤에도 여전히 소설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대학 내부의 잘못된 상하 관계와 성적 왜곡 등으로 논문마저 진행이 잘되지 않자 결국 우정은 소설을 포기한다.

중견 작가로 접어든 박민정의 장편이다. 2009년 등단한 그는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장편 ‘미스 플라이트’ 등을 썼고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현대문학. 128쪽. 1만1200원.

▲ 나의 카트린 = 비올렌 위스망 지음, 김주경 옮김

프랑스에서 현재 주목받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인 비올렌 위스망 데뷔작이자 자전적 소설이다.

어머니라는 가장 보편적인 문학 주제를 다루지만 대세 트렌드인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기존 가치관을 해체한다.

모성을 기존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로 보면서 불완전한 여성의 존재를 부각한다.

주인공의 어머니 카트린은 결혼과 출산 때문에 자신의 꿈이 박탈됐다고 믿고, 보상심리로 술과 약과 쾌락을 추구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모성은 버거운 아이들을 아예 부정할 수는 없다.

카트린은 강간에 의한 임신으로 태어났고 세상과 어머니를 증오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결국 용서하고, 그의 딸들도 종국에는 그를 용서한다.

작가는 어머니라는 사실로 모든 여성은 존재 이유를 증명한다고 강변한다. 

시공사. 384쪽. 1만4000원.

▲ 내 이웃의 살인마 = 김태민 외 지음

살인마를 주제로 8명이 작가들이 다양한 단편 장르 소설을 엮은 앤솔로지.

추리 미스터리에서 호러, 오컬트,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가 펼쳐진다.

연쇄 살인, 기이한 죽음, 의문의 인물들이 나오는 범죄 소설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범죄와 인간사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

김태민, 박부용, 해도연, 이마음, 정예진, 엄성용, 묵독, 배명은이 참여했다.

황금가지. 364쪽. 1만3800원.

▲ 보도영상실록 = 배완호 외 지음

단 몇 초를 촬영하기 위해 발로 뛰는 영상기자들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일까.

현직에서 활동 중인 배완호, 김원, 한영광, 전범수 네 명의 영상기자들이 모여 ‘보도영상실록’을 발간했다.

‘보도영상실록’은 역사의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국민에게 전달하는 영상 기자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잔잔한 일상부터 세월호 참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국내외 역사적 현장까지 담았다.

좋은땅. 228쪽. 1만5000원.

▲ 보이지 않는 말들 = 천경우 지음.

사진작가이자 공공미술가인 저자가 지난 20여년간의 작업을 돌아보며 쓴 첫 에세이집.

2017년 2월부터 2년여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에세이를 250여장 컬러사진과 함께 묶었다.

저자는 인도 뭄바이 기차역, 스페인 작은 섬마을, 런던올림픽, 뉴욕 타임스스퀘어, 서울 을지로, 경남과 전북 사찰 등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감하며 공공미술 작품을 만든 시간을 돌아보고 이를 통한 사유와 깨달음을 소개하는 작가노트다.

현대문학. 352쪽. 1만8000원.

▲ 혼자 보는 그림 = 김한들 지음.

학고재, 갤러리현대 등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한 저자의 첫 산문집.

뉴욕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돌아와 10년 넘게 전시 기획을 한 저자가 미술계에서 보낸 시간과 기억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다.

큐레이터가 쓴 에세이지만 미술사나 작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속에 자연스럽게 미술과 예술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녹여냈다.

저자의 발걸음을 붙잡았다는 알렉스 카츠, 팀 아이텔, 박광수, 전병구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원더박스. 184쪽. 1만4000원.

▲ 당신을 찾아서  = 정호승 지음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며 삶을 위로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정호승 시집. 시인의 열세번째 시집으로, 2020년 ‘창비시선’의 첫번째 시집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모두 125편의 시를 각부에 25편씩 5부로 나눠 실었으며, 이 중 100여편이 미발표 신작시이다.

창비. 184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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