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신분당선 미금역 설치 논란

“분당 주민 편의” vs “잘못된 선례 우려”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1.03.16 04:00:13
분당선 미금역 주변모습.

분당선 미금역 주변모습.

“신분당선 미금역 신설은 수원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다”(수원시) vs “미금역에 정차해도 1분밖에 늘지 않고 이 일대 이용객을 고려한다면 얼마든지 경제성 있다”(성남시)

신분당선 미금역 설치를 둘러싸고 수원시와 성남시가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자칫 지자체 이기주의로 번질 우려까지 커졌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에서 수원시 광교신도시까지 연결하는 신분당선 연장선 2단계 공사가 시작된 지는 갓 한 달이 됐다. 올 2월 8일 공사가 시작돼 2016년 2월 완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은 총 길이 12.8km로 1조5343억원 공사비가 투입됐다. 1단계 구간인 서울 강남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18.5km)는 올 9월 개통 예정이다.

문제의 발단은 역 신설 논란이다. 신분당선 연장 노선에는 애초에 용인 수지 3곳과 광교신도시 신대저수지 인근, 경기도청사 인근, 경기대 인근 등 총 6곳의 역사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남시가 돌연 연장선이 지나가는 분당선 미금역과 바로 붙여 정차역을 신설하려고 나섰다. 일명 ‘제2미금역’이다. 만약 제2미금역이 추가되면 신분당선 연장구간 역사는 6개에서 7개로 1개 더 늘어난다.

성남시가 제2미금역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미금역 일대 주민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성남시 측은 “신분당선 연장선은 분당선 미금역 아래 지하 12m로 무정차 통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차역을 추가 설치할 경우 분당선 이용객이 강남으로 가기 위해 정자역으로 두 번 갈아타는 불편을 줄이고 미금역 교통체계를 그대로 이용해 정차역 교통 혼잡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신분당선 연장선 종착역이 들어서는 수원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행동으로 옮겼다. 광교 입주 예정자들로 구성된 미금역추진결사반대위원회 회원 1000명은 지난 2월 10일 감사원에 국토해양부와 성남시를 감사해줄 것을 촉구하는 감사청구서까지 제출했다. 내용은 이렇다.

“미금역을 추가하면 ‘고속전철’로 계획된 노선이 일순간 ‘저속전철’이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130만명 수원시민에게 돌아간다. 만약 미금역을 추가할 때는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분담한 전체사업비(1조5000억원) 중 33%인 4519억원에 대한 분담금 반환소송을 제기하겠다.”

이와 함께 성남시에 혐오시설까지 가져가라고 주장했다. 위원회 측은 “정자 환승역과 미금역 사이 거리가 불과 1.3km에 불과해 역 간 거리가 짧다. 광교신도시에 들어서는 혐오시설인 철도차량기지도 성남시가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미금역 허용하면 지자체마다 역 신설 요구할 것”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도 제2미금역 설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수원시 측은 ‘신분당선 연장선은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 돈으로 짓는 만큼 미금역이 추가될 경우 전철 운행 속도가 떨어져 반대한다’는 주장을 국토부와 경기도에 전달했다. 실제로 신분당선 연장선 건설을 위해 광교신도시 입주민들은 사업비 4519억원을 부담했다. 가구당 평균 1200만원 수준이다. 특히 미금역이 신설된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도 정차역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 결국 신분당선 연장선은 저속전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도재호 수원시 첨단교통팀장은 “광교신도시 주민 40%가 서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1분도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며 “성남시 요구를 들어준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역 신설을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도 완강한 입장이다. 미금역사 신설비용 900억원을 전액 시 자체예산으로 부담하겠다는 것. 한마디로 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성남시는 총 사업비 9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을 시비로 충당하고 나머지 200억원을 민간사업자가 분담하는 사업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현재 민자사업자인 경기철도㈜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성남시는 민간회사와 한국교통연구원에 경제성과 타당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모두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만약 미금역을 신설하면 1일 이용객이 1만명 수준으로 충분히 건립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현재 분당선 미금역 이용객은 5만명이 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미금역에 정차할 경우 정차시간, 가감속도 등을 감안해 1분 정도만 지체될 뿐 전체 운행시간, 속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정자역과 신설 미금역 구간 길이가 1.9km로 역 간 거리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중간 입장에 선 국토해양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측은 “성남시와 수원시가 합의를 봐야 할 사안이다. 민자사업자와 성남시가 경제성이나 타당성, 사업비 분담방안 등을 마련해서 미금역 설치방안을 내놓으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못 박았다.

해법은 없나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단 수원시와 성남시가 설치비용 등에 대해 합의하는 게 급선무다. 자칫 합의가 늦어질 경우 2016년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연장선 사업이 장기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국토해양부가 제2미금역 설치에 따른 비용 대비 편익을 정밀하게 분석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주민 찬반 투표를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두 지자체 간 관련 비용 문제를 적정선에서 협의하면 대립관계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며 “단, 다른 지역에서의 불평이 없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 국토해양부가 성남시 손을 들어줄 경우 아파트 바로 옆으로 선로가 지나고 있어 출입구만 건설하면 돼 신분당선 미금역 설치는 어렵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제2미금역 설치에 따른 사업성 및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액을 따져볼 필요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순한 역 설치가 아닌 환승역 설립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분당선 제2미금역 설치 계획안을 보면 환승 시스템 없는 별도의 역을 설치한다고 하니 그 취지가 무색하다”며 “이왕 설치한다면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환승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금역 설치되면 부동산 영향은

신분당선 연장선 미금역이 설치된다면 환승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분당선 미금역 일대 부동산시장은 벌써부터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가격을 올려 매물을 다시 내놓고 있다. 실제 청솔주공, 청솔대원아파트 소형 평형 매매가는 최근 한 달 새 2000만~3000만원가량 뛰었다.

박상언 사장은 “그동안 미금역 일대는 분당임에도 불구하고 용인 죽전아파트 시세보다 낮아 저평가됐다”며 “역 신설 이후 아파트, 상가 등의 투자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태욱 위원은 “9호선 개통 이후 역 주변 부동산 투자가치가 올랐던 것처럼 신분당선 개통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신분당선 노선이 강남역으로 가는 황금노선임을 고려할 때 미금역 정차가 가능해지면 지금보다 강남 접근성이 개선돼 미금역 주변 부동산에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미금역 연장선이 설치된다면 미금역이 분당선과 판교를 잇는 신분당선의 교차점이 된다. 이 경우 인구이동 중심선상으로 상반된 두 가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집중효과가 생기는 것, 다른 하나는 인구 유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미금 지역이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교 등의 상업 지역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미금 지역 유동인구가 감소할 우려도 크다. 인구 유출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분당선 설치는 강남, 판교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생활권역 변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7호(11.03.16일자) 기사입니다]

초과이익공유제 청와대 의중 바뀌었나
수입물가 17%↑…2년만에 최고치
`신한웨이` 길을 잃었나…舊 빅3 내달말 징계
"어딘가서 이익 나는데 주유소는 남는게 없다"
온실가스 미리 감축땐 실적 인정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