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중동 오만해(海)에서 사상 처음으로 합동 해상훈련을 했다. 중동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국, 이란 해군은 지난 2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이란 남동부 도시인 차바하르를 기점으로 오만해와 인도양 북부 공해상에서 합동 훈련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군사적 긴장이 빚어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걸프만 근처 국가들의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해를 거쳐 세계로 수출된다. 중국 국방부는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052D형 구축함 시닝을 보냈다. 러시아 해군은 소형 구축함 야로슬라프 무드리호와 급유함, 구조용 예인선을 파견했다.

FT는 훈련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군사·외교적 의미는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통상 군사훈련은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이번에는 이란이 훈련 전부터 지역을 특정해 공개했다. 미국 등 적대 진영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지난 5~6월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유조선이 잇따라 공격당하자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다. 미국과 사우디, 영국 등의 해군 연합군은 지난달 이 지역에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 작전을 시작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훈련 지역이 자국 안보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이란의 훈련에 동참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중둥 지역에 개입하고 있다. 골람레자 타허니 이란 해군 소장은 “이번 훈련의 최대 성과는 이란이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대외에 알린 것”이라고 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이번 훈련으로 이란은 군사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줬고 러시아는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중국은 해군력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소의 조너선 이얄 부소장은 “세 나라가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이번 훈련을 계획한 것”이라고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