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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들바보' 권상우 "룩희 같은 아들이라면, 딸 안 부러워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13.04.19 09:11 조회 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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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배우 권상우는 연예계 대표적인 '아들바보'다. 그의 아들 이름이 '룩희'라는 것은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알고 있을 정도다. '아빠어디가'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도 없는데, 권상우의 아들 이름은 유명하다. 그만큼 권상우가 아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또 아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여러번 언론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권상우는 아들자랑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룩희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를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아들바보' 권상우는 이제 다섯 살이 됐다는 룩희를 여전히(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넘치는 사랑으로 품고 있었다.

권상우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에서 하류 역을 맡아 '딸바보'의 모습을 보였다. 극중 딸 은별(김하유-박민하 분)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빠 하류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아니, 연기라기 보단 권상우가 두 아역배우들을 정말 예뻐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빠로서 권상우도 딸 욕심이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아들이 더 애교가 많아요. 룩희 같은 아들이라면 딸이 없어도 상관 없어요. 룩희가 얼마나 예쁜지 아세요? 비주얼 극강이에요. 성격도 정말 좋아요. 아내가 항상 사랑으로 곁에서 지켜주며 잘 키웠어요. 애가 유치원에 가면 처음 만나는 친구를 먼저 안아주고 그래요. 저랑 룩희랑 하루에 열 번씩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해요. 룩희가 커도 이렇게 허물없이, 부모자식 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제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 쪽에 콤플렉스가 있어요. 제 아들한테는 어릴 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 안겨주고 싶어요.”

권상우

“'야왕'은 사랑이 중심인 멜로드라마, 결말 마음에 들었다”

'딸바보' 하류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훈훈함을 선사하던 '야왕'은 은별이 엄마 주다해(수애 분)가 야망을 좇아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점철되며 점점 파행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주다해가 죽음을 맞이하는 듯한 모습과 함께 하류의 상상 속에서 세 가족의 행복했던 한 때가 그려졌다.

권상우는 이게 '야왕'의 최선의 결말이라 여겼다. 원래 '야왕'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가장 잘 드러낸 마지막 장면이라 설명했다.

“'야왕'이 복수 드라마로만 여겨졌는데, 물론 복수를 하긴 하지만 하류와 다해의 사랑이 중심인 멜로드라마라 생각했어요. 중간에 두 주인공의 교감이 없어 아쉽긴했지만, 엔딩신을 보면서 뭉클했죠. 하류가 가장 행복했던 한 때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권상우는 이번 드라마에 아쉬움이 많다. 그는 드라마가 종영한 지금, “때를 밀러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물에 때만 불리고 밀지 않고 그냥 나온 느낌”이라 자평했다. 그만큼 보여주고자 한 걸, 표현하고자 한 걸, 제대로 발산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류 캐릭터가 초반에 재미있어서 그 힘으로 끝까지 간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이 답답했죠. 하류의 감정이 섞인 대사를 하고 싶었는데, 캐릭터가 사건에 의존해 내용만 전달하는 대사가 많았거든요. 그런 생각도 했어요. '하류가 없어도 이 드라마는 흘러갈 수 있겠구나'라는. 아쉽죠. 그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겨요. 조금만 쉬고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어요. 몸은 피곤한데 에너지는 가득한, 그런 느낌이에요.”

권상우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 배우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 크다”

권상우는 '야왕'을 통해 연기력 호평을 이끌어냈다. 한 여자에게 헌신하는 순진한 하류, 그 여자에게 배신당해 복수를 꿈꾸는 하류, 하류의 쌍둥이형 차재웅, 죽은 차재웅의 삶을 대신 사는 하류 등을 연기하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권상우는 자신을 향한 연기력 칭찬에 “민망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현재 품고 있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권상우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제가 어디까지 와 있는 배우인지 모르겠어요.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끝나고 말도 안되는 인기를 얻어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 그 때와 지금, 그 사이 전 어디쯤 서 있는 것일까요. 제가 황정민 최민식 선배님 같은 배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인성 강동원 씨 같은 배우도 아니고, 영화만 하는 배우도 아니고, 드라마만 하는 배우도 아니잖아요. 잘 모르겠어요.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커요.”

권상우는 갑자기 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하게된 것일까. 인기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진 것일까. 이런 권상우의 고민은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서른 여덟살의 남자 배우, 아내와 아이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란 위치가 그에게 이런 고민을 떠안긴 것이다.

“고민이다”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권상우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런 고민이 '배우 권상우'를 훨씬 더 크게 만들 것이란 점이다.

권상우는 데뷔 초 “10년만 일하고 그만 두려 했다”고 말했다. 한 때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권상우가 지금은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건설적인 고민의 끝에는 분명 답이 있을 테고, 그 답을 스스로 찾는 순간 '배우 권상우'는 더욱 성숙해질 것을.

권상우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액션 연기 하고파”

권상우의 정체성 고민은 차기작 선택에서도 드러났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영화 쪽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권상우는 작품성과 흥행성, 원탑 주연과 떼거지 주연 등 여러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권상우는 배우 인생을 걸으며 이루고 싶은 확실한 목표가 존재했다.

“배우마다 각자 자부심이 있어요. 전 액션과 코미디, 멜로를 모두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장르별로 하나씩 대표작을 갖고 싶어요.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있으니 나머지 하나, 액션 쪽에서 대표작을 만들어야 겠죠.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그런 액션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한국배우들은 40~50대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잖아요. 전 계속 몸매를 유지해서, 할리우드 스타들처럼 50대가 되도 멋지게 상체를 노출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권상우의 인터뷰는 가족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권상우가 '아들바보'에 '아내바보'란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게 느껴졌다. 이토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과 사랑하는 아내가 있으니, 그가 배우로서 정체성 고민이 크다 하지만 버텨낼 수 있는 게 아닐까.

“결혼한 게 정말 좋아요. 후회 안 해요. 결혼하지 않은 선배나 또래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행복을 80% 밖에 못 느끼고 살고 있다'라고. 결혼하고 나서 연기의 책임감이 더 커졌어요. 또 혹시라도 제가 없을 경우 아내와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생각하며 재테크도 생각하게 됐죠. 아내가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룩희 데리고 한번 촬영장에 깜짝 방문해보려 해요. 그런 걸 은근히 좋아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저, 좋은 남편 아닌가요?(웃음)”

권상우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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