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후손들 “덩치 키워 패싸움 정치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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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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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신당의 창당은 통합을 위한 길이다". 대안신당의 박지원 의원이 '꼭 굳이 정당으로 했어야 했나, 정치결사체로 충분한 것 아니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한 답변입니다.

호남 최대 정당인 대안신당이 12일 창당하고,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제3세력 통합에 나섰습니다.

DJ를 뿌리로…"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안신당 최경환 대표와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성엽 의원이 16일 정당 대표들을 차례로 만났습니다. 취임 인사 자리였는데,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였습니다. 지난해 대안신당으로 떨어져 나오기 전까지 평화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입니다.

최 대표는 평화당 대표실에 걸려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최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면서 같이 했던 기억이 난다"며, "여러 가지 아픈 기억들도 있고, 앙금도 있지만 털어내고 정치적인 결단을 할 시점으로 돌아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대안신당과 평화당이 김 전 대통령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온 정당임을 환기하며 통합을 강조한 걸로 보입니다.

이날 최 대표의 정당 대표 예방 계획은 평화당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순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유성엽 위원장은 "우리가 임의적인 순서를 정한 게 아니었는데, 직전 친정(평화당), 직전 친정집(국민의당)이 방문 순서 1번, 2번으로 선정이 돼 있어 뭔가 하늘에서도 뜻을 준 것 같다"고 했는데요. 우연의 일치에도 의미 부여를 할 만큼 통합에 대한 간절함이 큰 걸로 보였습니다.

유 위원장은 그러면서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오래된 격언을 되새기면서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최경환 대표는 "손 대표가 국민의당에 왔을 때 같이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 해변가에서 파이팅을 외치던 생각도 난다"며 옛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최 대표는 "돌아다녀 보면 뿔뿔이 흩어져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함께 해라. 통합해라. 힘을 모아봐라. 그럼 다시 지지해주겠다"는 말을 듣는다며, 통합을 호소했습니다.

민주당에는 선전포고…한국당엔 'DJ 정신' 꺼내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는 민주당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해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최 대표는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교육부 장관으로서 개혁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함께 모신 적이 있었다"고 추억을 소환했는데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최 대표는 "선거 국면에서 경쟁은 하겠지만 많은 협력과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며, '경쟁'이란 단어를 처음 꺼냈습니다. 친정 정당들과의 통합을 통해,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입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어김없이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 최 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웠는데, 의회주의의에 따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배웠다"고 회고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을 향해 '대화와 협상'을 주문해온 대안신당이, 황 대표를 만나 DJ의 정치 신념을 꺼낸 것, 우연일까요?

최 대표는 "저희들의 목표는 너무 덩치가 작아서, 통합을 통해 키워보려고 한다"는 말로 정당 방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설 연휴 전 라운드테이블 구성하자"

대안신당은 15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3세력의 결집과 통합을 통해 광주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호남의 정치적 위상을 세워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광주와 호남의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의 패싸움 정치에도 신물을 내고 있지만 동시에 지리멸렬한 제3세력의 분열된 모습도 질타하고 있다"며,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안신당은 설 연휴 전에 통합 시동을 걸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경환 대표는 16일 모든 정당 대표들을 예방한 뒤, "구체적으로 설 전에 뭔가 선물할 수 있는 걸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당장 당 대표급 회동은 어려울 것 같고,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무소속 호남 의원 중 실무자들 중심으로 통합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게 대안신당 쪽 설명입니다.

보수통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대중 정신의 온전한 계승자임을 내세운 대안신당이 주도하는 '개혁통합'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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