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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명이라는 코미디언의 도전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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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명이라는 코미디언의 도전

YTN라디오 편성팀장 박준범PD

 

  가끔 언론에 비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 어두운 면이 많이 부각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한겨레 신문에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씨의 사연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장애인이 코미디를 한다고?’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먼저 생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기명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는 동안 자꾸 미소 짓게 만드는 내용이 가득해 이 지면에서도 소개하고 싶어졌다.

  26살 한기명씨는 스스로를 ‘뻔장코’라고 소개한다. ‘뻔뻔한 장애인 코미디언’의 줄임말이란다. 장애인으로서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뻔뻔’이라는 단어를 가져왔는데, 펀펀(fun fun)이라고도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인터뷰 중에 실려 있다.
  한기명씨는 7살 때 태권도 학원을 다녔는데, 어느 날 태권도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기명씨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차량이 출발해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는 식물인간 상태로 반년을 중환자실에 있다가 깨어나, 결국 한쪽 시각과 한쪽 청각을 잃었다. 더군다나 왼쪽 뇌를 다쳤기 때문에 지금도 오른팔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기명씨는 사고 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고 우연히 개그콘서트를 보게 됐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즐거운 장애인 코미디언....” 병실에 누워 TV만 바라보던 한기명씨가 꿈꾸던 미래였다.
  이후 한기명씨는 대학에 들어가 연기를 전공하고, 연극무대에 서기도 한다. 2017년 코미디 얼라이브 정재형 대표가 페이스북에 〈스탠드업 코미디 오픈 마이크 모집〉이라고 올린 글을 본 한기명씨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꿈꾸는 신인들에게 5분간 무대를 내어주는 ‘오픈 마이크’라는 설명을 보고 그 동안 꿈꾸던 코미디언의 길에 도전한다. 그 인연으로 한기명씨는 지금까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마술도 배워, 컵 세 개를 이리 저리 움직이며 그 안에서 작은 공이 하나였다가 두 개, 세 개로 늘어나는 ‘컵 앤 볼’ 마술을 능수능란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두 손으로도 하기 힘든 카드 마술을 한 손으로 멋지게 해 내는 것을 보면 대단한 집념과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한기명씨는 자신의 장애를 코미디 소재로 삼아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비타민 C를 발견한 헝가리 출생 미국 생화학자이자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얼베르트 센트 죄르지는 “발견이란 모두가 보았던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한기명씨는 우리가 늘 보아 오던 장애를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내고 있는 중이다. 한기명씨의 도전은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시작 됐다고 한다. 그는 무대에서 “길거리에 장애인이 안 보이는 것은 장애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단 나올 수가 없고, 나와도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진다. 한기명씨는 인터뷰 중 장애인을 만나면 무조건 “도와줄게요.”라고 다가가는 게 아니라, “도와줄까요?”라고 먼저 의사를 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비장애인들이 가진 편견을 이렇게 하나씩 깨어 가고 싶은 게 한기명씨의 바람인 것이다. 방송계에서 장애인은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만날 수 있다. 주로 휴먼 다큐멘터리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 프로그램 등이 그나마 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방송 장르이다.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의 편견의 산물이다. 반면 한기명씨는 지금 ‘요괴’라는 독립영화에서 장애인 유가족을 맡아 열연중이라고 한다. 또, 〈코미디 에이븐〉이라는 클럽에서 매주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이는 공연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같은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도 ‘뻔뻔한 장애인 코미디언’ 한기명씨의 입담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기명 이미지
출처_2월19일 한겨레신문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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