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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를 피해 도망다니던 정희경, 16년 만에 'Y'를 부르고선...

[리뷰]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지난 16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프리스타일과 함께 16년 만에 'Y' 완전체 무대를 선사한 정희경
ⓒ JTBC

 
“저는… 이 노래를 제가 부른 건 맞는데… 저와 이 노래를 떨어뜨려 놓고 살아서 제 노래 같다고 생각을 잘 못했어요. 오늘 불러보니 제 노래 맞는 거 같아요.” (<슈가맨3>에 출연한 정희경의 소감) 

남성 뮤지션이 발표한 노래의 피처링에 참여한 후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여성 가수가 자신이 참여했던 노래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는 순간, 스튜디오는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출연 덕분에 멤버들 간의 불화로 오랫동안 못 본 멤버들의 얼굴을 오래만에 본 사연은 <슈가맨>의 단골 대화 주제이지만, <슈가맨>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 케이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17일 오후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에서는 2004년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을 휩쓸었던 프리스타일의 ‘Y’가 슈가맨과 슈가송으로 등장했다. 미노(최민호), 지오(최지호) 형제로 구성된 힙합 듀오 프리스타일은 현재 그룹 활동을 잠시 쉬고 있긴 하지만 최근까지 싱글 음반을 발매했던 현재진행형 뮤지션인 만큼 슈가맨으로 소환되기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이번 무대는 ‘Y’ 원곡을 녹음했던 정희경과 16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하는 시간인 만큼, 그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지난 17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Y' 완전체 무대를 선사한 프리스타일과 정희경
ⓒ JTBC

 
노래 발매와 함께 싸이월드 BGM은 물론 어디를 가도 울러 퍼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Y’였지만, 정작 이 노래의 원곡 피처링을 맡았던 정희경은 ‘Y’를 부른 가수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도망 다닐 정도로 이 노래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2004년 ‘Y’ 녹음에 참여했던 정희경이 이 노래를 멀리하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2003년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MC K의 ‘Tears’로 피처링으로 데뷔한 정희경은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 취향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본래 색깔이 보여 지기 전에 다른 색깔로 알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한다. 

심지어 정희경이 녹음에 참여할 당시에는 ‘Y’를 작사한 미노가 비즈니스를 이유로(?) 자리를 비웠고, 그녀가 녹음을 하기 전 곡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전달되지 않았던 듯하다. 녹음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평소 목소리보다 높은 톤으로 소화해야하는 노래에 부담을 느꼈던 정희경은 설상가상 영원한 사랑을 주구장창 외치는 가사에도 공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나가 다시 (가사를) 써봐”라는 지오의 말에 ‘내가 다시 쓸까’ 잠깐 고민했던 정희경은 가사를 다시 쓰는 대신 빨리 부르고 가는 방향을 택했다. 그렇게 녹음실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반 만에 녹음을 끝낸 정희경은 그 뒤 ‘Y’와 관련된 활동을 일절 거부하며 그렇게 16년을 살아왔다. 
 
 지난 17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16년 만에 'Y' 완전체 무대를 선사한 프리스타일과 정희경
ⓒ JTBC

 
‘Y’를 작업한 지오의 제안에도 정희경이 당시 가사를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슈가맨3>을 통해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정희경이 애초 ‘Y’를 자신의 노래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슈가맨3>에서 유희열, 김이나, 헤이즈와 함께 공동 MC를 맡고 있는 유재석의 소개처럼 ‘Y’는 이별한 남자의 마음을 표현한 감성 힙합곡이고 여성인 정희경이 피처링을 맡은 부분은 남성 작사가의 상상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주구장창 외칠 뿐이다. 

‘Y’ 녹음 이후 ‘Y’를 피해 살았던 정희경은 자신의 음악적 소신을 펼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했고, 2018년 그녀가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듀싱 전 과정을 혼자 다 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싱글 ‘틈(Crevasse)’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슈가맨3>를 위해 특별히 인도 북부의 발현악기인 시타르와 남아시아의 전통 북인 타블라 연주를 가미한 ‘틈(Crevasse)’을 선사한다. 
 
 지난 17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프리스타일과 함께 16년 만에 'Y' 완전체 무대를 선사한 정희경
ⓒ JTBC

 
<슈가맨3> 방송 이전에도 ‘틈(Crevasse)’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정희경을 베일에 싸여진 프리스타일 ‘Y’의 여자 목소리로만 어렴풋이 기억하던 다수의 대중들에게 <슈가맨3>에서 보여준 ‘틈(Crevasse)’ 무대는 정희경을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듀싱이 모두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임을 명백히 인지시킨다. ‘틈(Crevasse)’을 듣기 전만 해도 정희경에게 “‘Y’ 노래 정말 좋은데 왜 멀리 했나?”면서 질문을 던진 유재석 또한 음악 감상 이후 “(정희경과 프리스타일은) 가는 길이 다르다”면서 그녀만의 언어와 리듬이 있는 정희경의 음악 세계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틈(Crevasse)’ 무대를 마친 정희경은 “(‘틈(Crevasse)’보다) ‘Y’가 더 잘 불러지는 것 같아요” 하면서 좌중을 놀라게 한다. 김이나의 주석처럼 정희경이 ‘Y’가 자기 멜로디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은 계속 ‘Y’만 들으면서 연습을 한다는 어떤 스노보드 선수의 사연과 지난해 12월 <슈가맨3>을 통해 아름답게 부활한 양준일이 있었다. 

“(양준일은) 그 누구도 탓을 하지 않으시고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지금 현재를 살고 계시는 분이더군요.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되겠구나’ 뭔가 스스로 세웠던 배리어(장벽)를 낮추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게 했어요.” 
 
 지난 17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Y' 완전체 무대를 선사한 프리스타일과 정희경
ⓒ JTBC

 
한 때 ‘Y’를 부정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노래와 멜로디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정희경. 그녀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Y’를 사랑하는 대중들과 양준일을 계기로 그간 가지고 있던 아집을 돌아보는 시간도 컸겠지만, 어쩌면 그녀가 창작한 ‘틈(Crevasse)’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고히 구축하고 보여주었기에 오랫동안 그녀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지난 노래를 자신의 멜로디를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이유에서든지 16년 만에 용기를 내어 ‘Y’ 완전체 무대에 나선 정희경과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리스타일의 호흡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양준일처럼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향후 함께 공연을 하고 싶다는 프리스타일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정희경. <슈가맨3>을 계기로 프리스타일의 ‘Y’ 여자 목소리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닌, 그녀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여성 싱어송라이터, 예술가로 기억되고 활발히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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