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가수 신승훈의 노래를 통기타 버전으로 찍어 올린 곡이다. 이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종일관 입술을 웃는 느낌으로 끝을 말아올린 그의 표정이다. 이런 식으로 표정을 유지하면 광대뼈 부근에 힘이 걸리면서 얼굴 공명을 이용해 노래를 부르기 쉬운 구조가 되고 그래서 안정적이며 깔끔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권인하의 노래를 들으며 그가 '쌩목'으로 고음을 짱짱하게 질러댄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물론 그가 고음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성대를 좁히며(일반인은 성대에 화상을 입을 것 같은 파워로 밀어붙이며) 독특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수십 년차 가수가 보유한 '끝판왕' 수준의 소리 내는 방식을 체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때로는 걸걸하게 소리를 질러내면서도 지금까지 엄청난 가창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2. 권인하-뜨거운 안녕(토이)
성시경과 싸이가 불렀던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그가 무대 위에서 노래한 버전이다. 올해 6월 공연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 클립은 또다른 관점에서의 권인하의 내구성이 드러나는 영상이다. 흰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노래 내내 그만의 '콩콩 창법'으로 무대에서 점프하며 노래를 소화한다. 환갑이 넘은 가수라고는 보기 힘든 체력이다. 그러면서도 호흡 하나 흐트러짐 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신나게 노래를 소화한다. 권인하를 대표하는 특급 미스터리는 중고음에서 음을 끌다가 몇 음을 뛰어넘어 그만의 샤우팅으로 소리를 질러댈 수 있는 놀라운 성대 능력이다. 웬만한 아마추어들은 중고음역을 소화하다 피곤해진 성대를 이기지 못하고 음을 도약시키지 못한 채 삑사리를 내고 만다. 그러나 권인하는 오히려 고음역으로 올라갈수록 더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짜릿한 고음 마법을 구사한다. 비밀은 그만의 호흡에 있다. 한 호흡으로 중고음에서 샤우팅까지 일정하게 음을 밀어붙일 수 있는 충분한 '숨'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건 아마도 폐활량일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박지성' 못지않은 '환갑 아이돌'의 놀라운 신체능력을 감상할 수 있다. 노래가 끝날 무렵 나오는 그의 그롤링 창법은 백미다.
3. 권인하-MY WAY(프랭크 시나트라)
올드 팝을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불렀다. 작업실에서 원테이크로 찍은 버전이다(대다수 권인하의 영상은 후보정, 편집 등이 없다. 윤종신의 '좋니'에서 나오는 우회전 바이브레이션은 유명하다). 중저음이 주류를 이루는 이 노래를 권인하는 그만의 느낌으로 감각 있게 불렀다. 마치 그의 곡인듯 노래를 거침없고 60이 넘은 그가 외치는 '마이웨이'는 감동적이다. 동년배 가수가 이 곡을 불렀다면 아마 중후한 느낌으로 일관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항상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권인하의 해석은 좀 다르다. 이 곡의 클라이맥스는 영상 2분50초대 후반부터 3분에 걸쳐 있는 '마이웨이' 부분이다. '마'를 발음할 때 입을 아래위로 크게 벌리며 공간을 확보해 깔끔하게 소리를 내는 권인하의 모습은 경이롭다. 여기서 몸을 잠시 수축했다가 확 펴며 그만의 '음 도약' 스킬을 선보이는 부분은 감탄이 나온다. 그만의 방식으로 성대를 잘 접지하며 퀄리티 높은 소리를 뽑아낸다.
4. 권인하-야생화(박효신)
최근 접한 그의 영상중 가장 경탄을 자아내는 영상이다. 잘 알다시피 박효신은 권인하의 제자라 할 만하다. 그가 음반제작사로서 박효신을 발굴하고 데뷔 앨범을 만들어줬다. 초창기 '소몰이 창법'을 썼던 박효신의 발음이 부정확해서 '이걸 수정해야 말아야 하나' 권인하가 고민했던 것은 유명한 비화다. 또 박효신이 신인 시절 권인하는 그와 함께 무대에 올라 '그것만이 내 세상'을 열창한 것도 유명하다. 권인하는 이 영상에서 박효신을 몇 단계 뛰어넘는 놀라운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무려 박효신'을 서브로 밀어내는 가창력을 보인다(물론 이 당시 박효신과 지금 '완성형'으로 진화한 박효신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당시 박효신이 가능성 많은 신인이었다면 지금 박효신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꿇리지 않는 현 시대 최고 수준의 보컬리스트다).
야생화는 박효신의 노래 중 최고 수준 난도의 곡이라 할 만하다. 최고음 3옥타브 도를 찍어야 하는 음표때문만은 아니다. 잔잔하게 시작해 점점 감정을 끌어올리며 중고음에서 고음으로 도약하며 억눌렸던 감정을 일순간 '팡' 하고 터트리는 느낌을 잘 살려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감정적으로도 어렵다. 시계 태엽을 한참을 뒤로 돌려 후배 가수 박효신의 노래를 소화하는 권인하는 왜 그가 '특급 보컬리스트'인지를 제대로 증명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노래 최고음에서 그의 전매특허인 '쌩목 느낌 발성'이 아닌 깔끔한 두성 카드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평소보다 힘을 빼고 부르는 그의 노래는 청량하게 뽑아내는 고음으로 연결된다. 여기서도 그의 긴 호흡은 진가를 발휘한다. 박효신의 노래를 부른 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있지만 원곡 가수가 잘 생각나지 않게하는 버전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진정한 리메이크 버전이라 할 만하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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