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억만장자 2153명이 46억명보다 더 부유"

입력
수정2020.01.20. 오후 4:12
기사원문
박효재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상위 부자 2000여명이 가진 돈이 세계 인구 60%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 나이로비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불평등보고서에서 억만장자 2000여명의 재산 총합이 지구 상 46억명의 재산보다 더 많으며, 빈부격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슈퍼리치(초갑부)’는 세계에 2153명이었고, 이들의 재산 총액은 8조7000억달러(약 1경81조원)에 이르러, 하위 60%인 46억명의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도 5000억달러가 많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최고 부자 남성 22명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 여성 3억2600만명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1% 부자는 나머지 99%가 가진 재산의 2배 이상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옥스팜은 매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 전날 불평등보고서를 공개한다.

억만장자 숫자는 2008년 1125명에서 지난해 2153명으로 약 2배가 됐다. 이들 중 3분의 1은 유산을 물려받아 지금의 부를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팜은 빌 게이츠가 기부를 많이 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1000억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서, 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을 때와 비교해도 2배로 늘었다고 했다. 부자들의 자산 수익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가 만들어질 때부터 매일 1만달러를 저축해도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5명 자산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빈부격차가 급속히 커지는 주된 이유로는 부유층·대기업에 대한 과세정책 실패를 꼽았다. 보고서는 전 세계 세금의 4%만이 부유세이고 슈퍼리치들은 최대 30%에 달하는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인세가 매우 낮기 때문에 초갑부들은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이윤을 더 많이 낼 수 있다. 2011~2017년 미국·독일·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의 주주 배당금은 31% 늘었다. 같은 기간 노동임금은 3% 오르는 데 그쳤다.

옥스팜은 특히 여성들이 무임금 혹은 매우 낮은 임금으로 돌봄노동에 내몰리는 현실에 주목했다. 15세 이상 여성들의 무급 돌봄노동은 연간 10조8000억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첨단기술산업의 3배 수준이다. 최상위 1% 부자의 재산에 10년간 0.5%만 더 세금을 매겨도 교육·건강·노인 돌봄 분야에서 새 일자리 1억1700만개를 만들어낼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