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2000명 > 46억명…갈수록 커지는 부의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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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0.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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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억만장자 2100여명이 세계 인구의 60% 정도인 46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20일 ‘돌봄노동에 관심을 가질 시간 : 무급 저임금 가사노동과 세계적 불평등 위기’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은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맞춰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공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0%인 46억명이 소유한 8조2000억 달러 규모의 부가 2153명의 억만장자의 전체 재산 8조7000억 달러보다 적다.

또 전 세계 상위 1%는 69억명이 보유한 재산보다 2배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억만장자는 2008년 1125명에서 2019년 2153명으로 10년여만에 47%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억만장자들이 재산의 연평균 수익률은 7.4%에 달했다.

옥스팜은 크레디트스위스의 ‘2019년 세계 부 보고서’와 포브스의 ‘2019년 억만장자 순위’, 국제노동기구(ILO)의 ‘미래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돌봄 노동 및 돌봄직업’ 등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전 세계 돌봄노동의 불평등 실태. 연합뉴스

옥스팜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많은 기부를 했지만 아직 1000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이는 그가 회사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을 당시보다 두 배 큰 규모라고 밝혔다. 부자들의 자산 수익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후 매일 1만 달러를 저축해도 현재 가장 부유한 5명의 억만장자가 가진 평균자산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정부의 과세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전 세계 세금 중 4% 만이 부에 대한 과세에서 나오고 전 세계 슈퍼리치는 최대 30%에 달하는 조세 채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극도로 낮은 법인세는 이 슈퍼리치들이 자신들이 대주주인 기업에서 이윤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2017년 주요 7개국(G7)의 평균임금은 3%로 상승한 것에 비해 주주 배당금은 31% 급증했다.

물을 길어 가는 필리핀 여성. 연합뉴스

성별 간 부의 불평등도 있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50% 이상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2명의 남성은 아프리카 전체 여성보다 많은 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 피라미드에서 최하위층에 속한 15세 이상의 빈곤층 여성은 매일 125억 시간 동안 무급 돌봄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 돌봄 노동은 아동·노인·돌보기, 요리, 청소와 같은 일상 가사를 포함한다. 이들의 돌봄 노동 가치는 10조8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 세계 테크 산업 규모의 3배다.

전체 무급 돌봄 노동의 4분에 3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이들의 노동은 평가 절하되고 있다. 옥스팜 인도 대표(CEO)인 아미타브 베하르는 “여성과 소녀들의 무급 돌봄 노동이 경제와 기업, 사회의 바퀴를 움직이는 숨겨진 엔진”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여성 42%는 무급 돌봄 노동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6%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또 보육, 가사도우미 등 전체 유급 돌봄 노동의 3분의 2는 여성이 감당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저임금, 불규칙한 근무, 신체·정서적 피해가 우려되는 일자리라고 밝혔다. 가사도우미 중 10%만 다른 근로자와 같은 수준으로 일반 노동법에 따라 보호를 받고 있으며, 과반수는 법률에 보장된 근로시간 제한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돌봄 노동 위기.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강제노동에 처한 340만명의 가사도우미가 매년 10억 달러 정도를 강탈당하고 있으며 무급·유급 돌봄 노동에 대한 수요는 인구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향후 10년간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2030년에는 돌봄 노동자가 필요한 사람이 23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암울한 실태에 대해 보고서는 해법 역시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부유한 1%의 재산에 향후 10년간 0.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 교육, 건강, 노인 돌봄 등의 분야에서 1억1700만개의 새로운 돌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자원, 전기, 보육, 건강 관리 등 중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주문했다. 실제로 짐바브웨 일부 지역의 여성은 수원을 개선하면 하루 최대 4시간, 1년에 2개월을 추가 근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성차별적 경제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돌봄 노동자의 권리를 실현하고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가장 이득을 얻는 부유한 엘리트와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가 돌봄 체계에 대한 투자 ▲극단적 부를 끝내기 위한 제도상 허점 보완 ▲가사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유급 돌봄 근로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법제화 ▲돌봄 노동자의 의사결정 과정 참여 보장 ▲돌봄 노동을 여성의 책임이라고 보는 규범과 신념에 도전 ▲비즈니스 관련 정책 및 관행에서 돌봄의 가치 인정 등 6가지 조치를 제안했다.

베하르 옥스팜 인도 대표는 “정부가 불평등 위기를 끝내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면서 “기업과 부유한 개인들에게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고 서비스·인프라 투자와 여성의 돌봄 노동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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