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몰려드는 동물영화…펭수 없는 극장가는 우리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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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0. 오후 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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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모델처럼 콜라 마시는 곰
고릴라·기린과 대화하는 사람
‘닥터 두리틀’ ‘해치지 않아’ 이어
내일 개봉 ’미스터 주’도 흥행 기대

반려동물 기르는 기구 늘면서
교감·동물권 보호 관심 커져
2013년 ‘미스터 고’부터 정교화된
국내 시지 기술 발달도 한 몫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0년 연초 극장가가 동물과 사랑에 빠졌다. 할리우드와 한국 동물 영화 두 편이 흥행몰이를 하는 데 이어, 또 다른 동물 영화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주 개봉한 한국 영화 <해치지 않아>가 누적 관객 81만3407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 등 독특한 코미디를 연출했던 손재곤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에는 동물을 소재로 삼은 코미디다. 동물은 동물이되 보통의 동물과는 다르다. 사람이 동물 탈을 쓴 ‘가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망하기 직전의 동물원 원장이 된 대형 로펌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동물원을 되살리기 위해 묘책을 짜낸다. 빚 때문에 동물들이 팔려나가면서 텅텅 빈 우리에 사람이 동물 탈을 쓰고 들어가 손님을 모으자는 것. 배우들이 북극곰, 사자, 고릴라, 나무늘보 탈을 쓰고 동물인 척하는데, 언뜻 그럴싸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콜라를 마시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등의 행동을 하는 데서 웃음이 터진다.

영화 <닥터 두리틀> 스틸컷.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해치지 않아>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닥터 두리틀>은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145만4274명을 모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마블 영화에서 ‘아이언맨’으로 활약해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슈트를 벗은 이후 처음 출연한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영국 작가 휴 로프팅의 1920년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수의사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여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동물들과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정교하게 구현한 동물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라미 말렉(고릴라), 톰 홀랜드(개), 마리옹 코티야르(여우), 설리나 고메즈(기린), 에마 톰슨(앵무새) 등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재미를 배가한다.

22일 개봉하는 <미스터 주: 사라진 브이아이피(VIP)>는 <닥터 두리틀>과 비슷한 설정의 한국 영화다. 국가정보원 요원 주태주(이성민)는 불의의 사고를 겪은 뒤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는 중국에서 특사로 왔다 실종된 판다를 찾기 위해 군견 알리와 공조 수사를 벌인다. 알리는 실제 셰퍼드가 연기했으며, 목소리 연기는 신하균이 맡았다. 다른 동물도 여럿 출연하는데 유인나, 김수미, 이선균, 이정은, 이순재, 김보성, 박준형 등 목소리 출연진이 화려하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브이아이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동물 영화가 인기를 끄는 건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몇년 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급증했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고양이를 키우는 1인 가구도 많아졌다. <교육방송>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 등 반려동물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반려동물 박람회 ‘펫페어’, 반려견과 함께 뛰는 ‘댕댕런’ 등 각종 페스티벌도 열렸다.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동물 영화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난 것이다. <해치지 않아>와 <미스터 주: 사라진 브이아이피>가 ‘동물과의 교감’과 ‘소외된 동물 보호’를 주제로 삼은 것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맥을 같이한다.

국내 시지 기술의 발달도 동물 영화의 증가에 한몫했다. 할리우드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실사판으로 선보였을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앞서도 <라이프 오브 파이> <혹성 탈출> 리부트 시리즈 등 시지를 활용한 동물 영화 걸작이 즐비했다. 반면 국내에선 사람과 말의 우정을 그린 <각설탕> 등 실제 동물을 출연시킨 영화가 간혹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김용화 감독이 <미스터 고>(2013)로 본격 시지를 앞세운 동물 영화에 도전했다. 흥행에선 참패했지만 고릴라의 미세한 털의 움직임까지 표현한 시지 기술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박훈정 감독의 <대호>(2015)에선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높은 수준의 시지로 구현해냈다.

영화 <미스터 고> 스틸컷. 쇼박스 제공


가짜 동물이 나오는 <해치지 않아>에도 시지 기술이 활용됐다. 수의사 소원(강소라)과 오랜 세월 교감해온 북극곰 ‘까만 코’는 극 중 진짜 동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시지로 구현한 것이다. <미스터 주: 사라진 브이아이피>에서 알리는 실사 촬영 뒤 일부 시지를 입혔다. 다른 동물들은 코스튬을 활용하거나 100% 시지로 구현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친밀감이 증가한 사회 분위기에다 시지 등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하면서 최근 동물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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