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하면 장애인?…‘꽉 막힌 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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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3. 오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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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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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트랜스젠더 부사관 강제전역
ㆍ‘고환 없으니 심신장애 3급’
ㆍ‘자발적 절제’에 일률 적용
ㆍ피우진 중령, 전역 취소 사례
ㆍ변 전 하사도 불복·소송 예정

군 당국이 성전환 수술을 한 부사관을 심신장애로 판단해 강제 전역시키면서 적용한 장애 등급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성기 상실을 군 복무가 불가능한 수준의 장애로 분류한 것은 과도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은 23일 6군단 5기갑여단에서 복무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변희수 전 하사가 전역했다고 밝혔다. 전역심사위원회가 전날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남성으로 입대한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성 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군 병원의 의무조사에서 심신장애 3급을 판정받은 것이 강제 전역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육군은 이번 사건을 성 정체성 문제가 아닌 심신장애 관점에서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복무 중 성전환을 한 군인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이 심신장애 등급을 신체 변화의 원인, 개인 차이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고환이 모두 없는 사례와 음경이 없는 사례는 각각 5급을 받게 돼 있다. 5급에 장애가 두 개 발견되면 3급 판정이 내려진다. 변 전 하사는 이에 해당하지만 그는 자발적으로 성기를 절제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점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게 인권보호 원칙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성기 절제가 군인의 임무수행 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는 ‘남성 군인의 성기 상실이 복무에 어떤 지장을 초래해 장애 3급으로 판단했는지’를 두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무정자증’ ‘발기부전’ 등도 등급은 낮지만 10급으로 분류한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군대가 요구하는 남성성은 생식능력이 존재하고 아이를 낳아 재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람만이 전투를 적합하게 할 수 있는 신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라고 말했다.

과거 법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피우진 전 보훈처장은 2002년 육군 중령 시절 유방암으로 양쪽 가슴을 절제한 뒤, 심신장애 2급을 판정받아 2006년 강제 전역했다. 피 전 처장은 전역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심신장애의 원인과 군 구성원 개인 간의 상대적인 차이 등에 따른 임무수행 가능성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기준을 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신장애 2급을 받았더라도 그 정도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데 장애 사유가 되지 않으면 전역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변 전 하사도 전역 처분에 불복해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법적 공백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관련 정책을 마련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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