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기소에 미묘하게 갈린 조선일보-한겨레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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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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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신문 1면, 검찰 내전 - 우한 봉쇄 - 고향 키워드

[미디어오늘 김용욱 기자]

설 연휴 시작 날인 24일 주요 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로 검찰의 최강욱 청와대 공직비서관 전격 기소와 법무부의 2차 검찰 인사 발표로 인한 청와대·추미애 법무 장관 - 윤석열 검찰총장 전면전을 다뤘다. 특히 검찰 2차 인사를 놓고는 보수·진보 성향 별로 입장이 달랐다.

대부분 신문의 1면 사진은 설 연휴 귀향을 앞둔 풍경을 담았지만, 신문별로 선택한 사진은 약간 차이가 있었다. 또 이날 1면은 모두 중국 대도시 우한 폐쇄를 전했다.

▲ 경향신문 1면
▲서울신문 1면


조선일보, 근거 빈약한 윤석열 쳐내기 규정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는 23일 오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인턴 확인서 허위 발급 혐의로 전격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최강욱 비서관 기소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승인을 받지 않고 윤석열 검찰 총장 지시에 따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전결로 이뤄지자 법무부가 "날치기 기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지검장 승인을 안 받고 기소한 것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면 "'최강욱 기소' 충돌… 靑·秋, 윤석열 쳐내기 돌입" 기사에서 최강욱 비서관 기소가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쳐내기 돌입이라고 규정했다. 추 장관이 감찰에 착수하면 윤석열 총장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봤지만, 명확한 근거 없이 '정치권'이라는 말을 빌려 근거를 댔다. 조선일보는 이 대목을 이렇게 전했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은 그의 거취와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쳐내기가 다시 시도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외에 윤석열 쳐내기 관련 다른 근거는 없었다.

▲조선일보 1면


중앙지검장 기소 판단 두고 한겨레-조선 미묘한 팩트 차이

조선은 3면에서 최강욱 비서관 기소가 서울중앙지검장 결재 없이 3차장 전결로 이뤄진 것은 윤석열 총장의 지시에 의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감찰 지시에 맞서 기소 정당성을 강조한 보도다. 조선은 "22일 '주례보고' 자리에서 윤 총장이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즉시 기소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이 수사팀에게 아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대검으로부터 윤 총장 '지시사항'을 전해 들은 수사팀이 이 지검장 집무실로 찾아가 '혐의를 입증할 물증과 진술이 충분하다'며 그의 기소를 재가해 달라고 하고 수사팀이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 머물며 이 지검장 지시를 기다렸다. 윤 총장도 다시 이 지검장에게 전화해 '기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지검장은 듣지 않고 어딘가와 장시간 통화를 한 뒤 이날 밤 10시에 퇴근해 버렸다. 윤 총장은 이후에도 이 지검장에게 전화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윤 총장과 3차장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실관계를 짚었다.

조선일보 보도만 보면 이 지검장은 아무 지시도 없이 막무가내로 기소를 막은 인물이다. 반면 한겨레는 최강욱 비서관 소환조사도 없는 기소의 문제점에 주목하며 또 다른 사실관계를 전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검찰 최강욱 전격 기소하자, 법무부 '날치기 기소 감찰'" 기사에서 법무부 발표를 빌려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하여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이 지검장이 무조건 기소 반대를 한 것이 아닌 수사 절차상 문제를 들어 소환 조사 후 기소 여부를 판단하자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조선일보 보도에서 빠져 있었다. 한겨레는 검찰이 공소시효가 남은 피의자를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기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1면


2차 검찰 인사 놓고도 진보·보수 신문 입장차

최강욱 비서관 기소에 앞서 같은 날 이뤄진 법무부의 759명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검찰 내전의 주요 포인트였다. 법무부의 이번 인사에서 청와대와 여권 수사를 이끌던 차장 검사들이 전면 교체됐기 때문. 하지만 차장검사 인사가 관련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성향별로 차이가 났다.

법무부 인사를 두고는 진보·보수 언론 할 것 없이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중앙지검 차장급과 대검찰청 참모 등 '윤석렬 사단'을 대부분 핵심 보직에서 바꿨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사팀의 부장급과 검사들을 그대로 남겨 둔 데서 평가가 갈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일각에서 제2의 대학살 운운하지만 과한 표현이다. 수사 방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하명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부장급들은 유임시켰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 않은 차장을 교체하면서도 부장은 남긴 것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이른바 정권 수사 지휘부의 대대적 이동으로 현안 수사의 차질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의 공백으로 관련 수사 동력 약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야당 및 보수언론에서 제기하듯 '제2대학살', '수사 방해'라는 비난은 옳지도 않고 섣부르다. 이들은 수사의 지휘계통에 있기는 하지만, 직접 수사를 하는 실무검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지휘부가 교체되면 수사 결론까지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검찰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감찰 무마·선거 개입 의혹 수사 실무팀 부장검사들도 모두 현직을 유지했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조국 수사의 경우 수사팀인 부장검사까지 전보조치 됐으나 이 수사는 이미 기소까지 끝난 상태다. 공소유지 등의 절차는 남아 있는 검사들이 하면 된다. 이런 인사를 놓고 '수사 방해' 운운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법 무시 대통령이 또 검찰 학살한 날"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조선은 "대통령 불법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면 수사 검사들을 쫓아내야 하는데 검사들이 지난해 8월 임명돼 필수 보직 기간 1년이 지나지 않았다. 이 정권 스스로 만든 인사 규칙이어서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억지 직제 개편을 강행해 그 핑계로 인사를 했다"고 수사 검사 유임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이어 "정권 비리를 조사하던 검사들이 쫓겨난 자리에는 운동권 출신 검사가 여럿 배치됐다고 한다. 법무부 실·국장들을 민변이 독차지하다시피 하더니 과장급 주요 보직을 운동권 출신 검사들에게 맡겼다. 실제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임 동부지검장이 안면몰수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검찰 인사는 절충안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절충안' 택한 검찰 인사, 청 수사 차질 없도록" 사설에서 "사실상의 수사 책임자 전원 교체는 '문책성'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다. 검찰 지휘부에 '괘씸죄'를 적용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사건 수사팀의 실무 검사들은 대부분 잔류 시켜 '수사 방해' 등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봤다. 또한 "법무부가 수사 실무진을 잔류시킨 것은 청와대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일선 검사들이 소신껏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뒷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 사설


귀향 풍경 다룬 1면 사진 사이에 다른 주제 선택한 신문도

이날 대다수 신문 1면 사진은 설 연휴 시작일답게 주로 서울역 등에서 설 귀향 가족사진을 내보냈다(경향, 국민, 동아, 중앙). 반면 한국일보와 서울신문은 서울역에서 마스크를 쓴 가족이 귀향 열차에 오르는 사진을 내보내 같은 귀향 사진이지만 결이 달랐다. 한겨레 역시 설 관련 사진이지만 23일 강원도 오지 마을을 찾아가 마을 어르신 13명이 머리에 손 하트를 그리며 귀향하는 자식을 기다리는 심정을 담았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 사진에 귀향 관련 사진이 아닌 더 과감한 편집을 시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22일 출산한 네쌍둥이 가족의 아파트를 19일에 찾아가 함께 누워 행복해하는 모습을 담았다. 조선은 귀향 가족사진은 사회면 10면에 배치했다. 이래저래 까치까치 설날 풍경은 어느 신문이건 가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편 민족의 대이동을 앞두고 모든 신문은 1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 도시 봉쇄를 다뤘다. 중국 정부가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 우한을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초강력 대응책을 내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중국 정부가 전염병 때문에 대도시 전체를 봉쇄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에서 사망자 284명을 낸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공항과 지하철은 정상 운행 됐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중국 내 도시에서 우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여객 교통편 운영을 중단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1면 사진
▲한겨레 1면 사진
▲조선일보 1면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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