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삼성, 현대, SK, 롯데가 사내벤처를 독려해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있는 현시대에 스타트업의 영역은 CIC(Company In Company, 사내독립기업), 사내벤처, 소사장제, TF, 1인 창업, 프랜차이즈를 탈차원적으로 포괄한다.
스타트업은 현대를 살아가는 경영자라면 간과할 수 없는 핵심개념인 것이다.
삼성그룹은 경상북도 대구에서 마른 오징어를 파는 건어물상으로 시작했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라!”는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회장님은 경일상회란 쌀가게로, 롯데그룹은 화공학과를 출신 창업자가 거친 식용 고무를 설탕물에 묻혀 껌을 만들어 창업했다. 단일 아이템으로 치약 ‘럭키(樂喜, 락희)’를 만든 ‘럭키 금성(Lucky Goldstar)’은 앞 글자 ‘L’과 ‘G’를 따와 지금의 LG그룹으로, 직포(織布, 천 조각)를 짜던 선경(鮮京, Sun-Kyoung)도 앞 글자를 따서 SK그룹이 되었다.
세상을 제패한 모두의 시작의 그때는, 그냥 그런 스타트업이었다.
살아남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經營)’의 한자, ‘경(經)’의 부수 ‘系’는 ‘실타래’를 일컫는 ‘실 사’다. ‘실’은 동양철학에서 ‘수명(壽命)’, ‘장수(長壽)’를 의미한다. 확연한 성공보다는 주야장창 꾸역꾸역 오래 존속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학 용어 ‘지속가능’, ‘영속성’이란 단어들로 대체할 수 있겠다.
위기의 기업이 법정 관리에 들어갈 때 산정되는,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평가하는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 going concern value)’가 ‘청산가치(회사 처분 시 회수할 수 있는 자산 규모로 소멸가치라고도 한다)’보다 항시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이란 척박한 광야에서 개인과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라이벌을 쓰러뜨려야 하겠지만, ‘살아남는 것’에 우선될 수 없다. 경영의 지상과제가 ‘생존’ 그 자체인 거다. 경영이 초등학생들 약속 겨루기처럼 금방 결판이 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성공의 파고(波高)를 겪으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기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지상과제 또한 생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자체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신속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내공과 무장된 체력이 갖춰져 있더라도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예상치 못한 일들은 갑작스레 일어나기 마련이다. IMF 위기가 그랬고, 동일본 대지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빚어진 금융위기와 911테러가 그랬다.
실전형 기업가에 박사학위를 가진 경영의 구루(guru)라도 예측에는 한계가 있다. 혹여 예상이 적중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수는 있겠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자신의 삶에도, 내가 속한 가정과 직장, 지역, 국가, 국제 정세에도 예상치 못한 광폭의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의 교육위원과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벤처 업계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사업의 추진, 펀딩과 엑시트(exit) 그리고 리더로서의 자질에 대한 암묵지를 지식공학적으로 플레임화해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바꾸어 스타트업 경영진과 실무진에게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책 제목을 ‘스타트업 노트’(Startup Knowledge Tech : 스타트업 지식 기술)라고 하고, 분(分), 략(略), 신(新), 산(産), 조(組), 상(商), 재(財), 행(行), 창(創)의 9개 파트로 나누어 기획, 개발 단계에서부터 펀딩, 시장 선점, 이익 실현, 사회 공헌과 리더의 멘탈 관리를 망라했다. 챕터로는 분석(Analysis)→전략 설계(Strategy & Design)→혁신 개발(Innovation & Develop)→실행(Implementation)을 축으로, 필수 분야인 인사조직(HR&OB)과 협상(Negotiation), 재정(Accounting & Finance),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덧붙였다.
어떻게 알음알음 알고 연락을 하는지 매일 70~80건의 투자 관련 이메일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스타트업 12개 사의 상근, 비상근 임원으로 국내외 상장(IPO)과 M&A(Merger & Acquisition, 기업의 인수 및 합병), 해외 진출 최일선에서 일해 오고 있다.
각종 초청 강연에서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안고 있던 실질적인 솔루션이 갈급한 청중들의 요청이 노트북을 열게 했고, 평범한 회사원을 시작으로 스타트업 CEO, 기관투자사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경영학자로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을 비단 스타트업의 현재와 미래 구성원뿐 아니라, 경영의 다채로움을 만끽해 나갈 핵심 인재와 경영자, 어깨에 막중한 무게를 짊어진 국가 정책 관계자분들이 꼭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