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13조원 규모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사업 파트너로 미국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사우디 원전은 한국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수출 사업이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영국 원전 사업에 이어 사우디 수출마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로이터와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최근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는 1.4G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최소 120억달러로 추정된다. 애초 우리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2~3개국만 예비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우디가 7월 미국과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을 무더기로 선정해 예측이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알팔리 장관 발언이 고도의 협상 전략이란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는 원전 건설을 통해 핵무기 확보를 노리는데 이 부분에서 미국의 협조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알팔리 장관 발언이 전략적이었다고 해석해도 사우디가 미국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수주전에서 더 밀려나지 않으려면 미국과의 공동 수주 등 현실적인 대안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