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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가 모든 사람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고 한반도를 대표했던 영광굴비의 명성을 만들고 지켜온 중심지였다. 과거에는 영광군에 소속된 섬이었지만 1963년 전북 부안군 위도로 변경돼 영광과는 전혀 관계없는 지역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으나 사실은 전라도 영광굴비를 만들어낸 역사를 가진 섬이다.
섬의 이름 그대로 부지런하고 또한 다산을 상징하는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도경에 “고려의 습속으로는 자위모를 고섬섬 이라고 한다. 이 산의 나무들은 무성하나 크지 않아 바로 고슴도치털 같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고 기록돼 있으며 이후 위도로 불렸다. 서남해안 조운항로이자 대중국항로의 중간기착지로 수군객사(첨사진)까지 설치돼 해로의 중심에 위치했으며 또 엄청나게 잡히는 조기 파시의 중심어장으로 서남해안의 파시를 대변했다. 얼마나 조기가 많이 잡히던지 주체할 수 없었고 그 중심에 위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광원자력 온배수와 새만금 방조제 간척사업 영향으로 인해 조기는 사라졌지만 과거의 영광을 말해주는 기록과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특히 서남해안의 파시는 전국 파시의 70% 이상을 점하고 한국인의 대표고기 조기를 조달하는 중심지였다. 따라서 파시와 연관된 소금과 운송, 보관과 저장 그리고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 등 다양한 문화로 정착 전승돼 영광굴비의 명성을 자자하게 만들었던 섬이 바로 위도이다. 칠산바다 위도에서 잡힌 조기가 소금 때문에 법성포에서 가공됐지만 위도가 영광소속이라 영광굴비가 된 것이다. 서해안의 파시는 대표어종인 조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위도파시, 연평도파시, 흑산도 파시가 3대 파시로 꼽히고 위도파시의 중심에는 국민생선 조기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파시의 대부분은 이런 일본인의 강제수탈과 관련된 것이고 실상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파시의 중심지에서만큼은 흥청거렸다. 유곽이 설치되고 밤낮없이 사람들이 몰려들며 물자가 거래되는 흥청망청은 그 현장뿐이었다.
위도파시가 한창일 때에 일본은 증기선에다 근대화된 그물을 이용,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 운반선에 싣고 일본으로 수송하던 대규모 선단이었던 반면, 우리의 배는 풍선(돛단배)으로 그물마저 열악해 겨우 독살이나 어살 방식의 그물로 고기를 잡았으니 그 어획량의 차이는 분명했고 대부분의 고기는 일본인들이 독차지 했다. 그러나 잡히는 조기의 어획량이 엄청나서 그나마 조선인들에게도 공급됐던 생산이 조기였고 조선의 대표고기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라도 서남해안의 완도나 진도, 경상도 쪽의 서남해안에서는 풍어제를 지내는 당주로서 대부분 마고할미나 영등할미, 개양할미, 설문대할망, 마조 등 여신(女神) 계열의 신위를 모시고 있으나 이곳 위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지역에서는 남성인 임경업 장군을 모시고 풍어제를 지낸다는 것이다.
위도 치도리와 대리에 임경업 장군을 모신 당이 있다고 해 가보기로 했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서 겨우 당의 위치를 알아내고 접근했지만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조기라는 고기가 사라진 마당에 풍어제를 안지내는 것인지, 관리를 포기한 것인지 임경업 장군 당으로 가는 길은 잡풀과 칡넝쿨이 우거져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조기가 잘 잡히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돈이 돌면 이 길도 번들번들 할 것인데, 파시가 사라진 위도는 그야말로 한산하고 적막하고 가는 길마저도 황폐해 접근할 수 없었다.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기의 신으로 모신 임경업 장군이 우리 영광굴비의 당주였다는 사실이다. 위도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곳에서는 임경업을 조기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러나 영광굴비의 역사에서는 이상스럽게도 임경업 장군은 지워져 있다. 왜일까. 영광군청 누리집에서는 고려시대 반란을 일으킨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뜻의 굴비로 해석하고 있었다.
물론 고려시대에도 조기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반란을 꾀하다가 영광까지 유배 온 이자겸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소리를 상징하는 고기를 임금의 수랏상에 진상했다는 말은 누군가가 조선의 대표고기이자 국민고기인 조기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 아닌가 한다.
이자겸이 그랬다는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전해오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조기를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작의 냄새가 난다.
국민고기로 등극하기까지의 조기는 임진왜란이 끝나고 전라도의 섬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기를 대량으로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 임경업 장군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하고 또한 오랑캐를 무찌르고 의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청나라에 항거한 임경업을 기리는 뜻을 담고 있는 풍어제가 바로 위도에서 있었고 그러한 재조지은이란 명분으로 의리와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감사드리는 문화로 전승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광굴비인 것이다. 지금도 조기는 제사상에 반드시 올라야 하는 ‘절받는 생선’으로 위치하며, 연평도에서 위도까지 임경업은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대표생선인 ‘조기의 신’으로 숭상되고 있다.
지금도 위도에는 ‘띠배놀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오고 전수관까지 지어지고 국가 중요무형문화제 제82-3호로 지정돼 과거 조기파시의 번창함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나 조기는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임경업 장군이 백명 있더라도 그 희망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임경업 장군을 되살린 조기라는 생선은 조선 500년의 지배논리였던 성리학을 대표하는 물고기인데 이자겸을 가지고 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순박한 전라도 사람들이다. 그 영광굴비를 만들었던 조기가 올라오지 않는 것은 첫째로 영광원자력발전소가 1986년 상업발전을 개시, 엄청난 온배수가 칠산도와 위도 사이의 어장으로 배출되는 바람에 수온이 변화하고 수질이 달라져 조기가 올라오지 못하며 거기다가 1991년부터 대규모 새만금 간척사업이 진행되는 바람에 해류의 방향과 조류의 흐름이 변화해 조기가 위도 앞바다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거기에 대한 어업권의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원거리 조업에다가 어선시설의 현대화에 투자하는 바람에 위도어민들만 그 피해를 몽땅 떠안았다.
결정타를 날려버린 것이 2003년 방사선 핵폐기장을 만든다고 하면서부터이다. 조기를 잃고 모든 개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위도주민들은 어장을 팔고 살길을 찾아 나서겠다는 일념으로 핵폐기장 건설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딪치고 말았다. 육지에 있는 전라도 사람들과 위도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골이 생기고 백지화 되었지만, 조기가 사라져버린 그 위도에 언제쯤 희망이 다시 돌아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