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美 전쟁시 이라크·아프간 등 재건 지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가 아덴만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군의 중동 파병의 역사가 관심사다.
최근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아덴만은 아라비아 반도 남쪽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이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호르무즈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한국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요한 원유 수송로 평가받는 곳이다. 그 중 가장 좁은 구간은 국제법상 이란의 영해에 속한다.
한국군은 1991년을 시작으로 이번 호르무즈 파병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중동 6개국(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이란)에 파병이 됐다. 주로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전쟁할 때 지원하는 파병을 했다.
중동 파병의 시초는 199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국군의료지원단을 보냈을 때다. 당시에는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싸운 걸프전이 한창이었다. 한국으로선 1960년대 중반 베트남전 이후 최초의 파병 사례다.
병력 150여명으로 이뤄진 국군의료지원단은 1991년 4월10일까지 사우디군 969명, 이라크군 163명, 다국적군 502명 등 총 1634명의 군인을 진료했고, 87명의 대민진료를 실시했다.
이어 공군수송단 '비마부대'는 2월24일 아랍에미리트(UAE)로 건너가서 4월3일까지 37일간 총 69회의 수송 임무를 수행했다. 수송 작전 323소티(출격)에 비행거리 24만㎞, 비행시간 461시간57분, 화물수송 713.3t, 인원 수송 1405명 등이 주요 기록이다.
이 당시 파병은 유엔의 국제평화유지 노력에 동참하고 아랍국과 우호 관계를 증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 후 아프간의 의료 및 토목 재건 지원을 위해 동맹국의 파병을 요청했다.
이에 2002년 2월 의료지원부대인 제924의료지원단 '동의부대'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 기지에 파견됐다. 1년 후인 2003년 2월 공병부대인 제100건설공병대 '다산부대'가 추가로 파병돼 임무를 실시했다.
이들의 임무는 2007년 12월 동의부대 11진, 다산부대 9진이 철수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파병은 미국과 서방의 테러와의 전쟁에 한국군이 협력함으로써 중동지역 내 한국군의 역량 활동이 강화됐다. 또한 한국의 민사작전에 의한 중동-중앙아시아의 대외이미지도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라크전 때는 종전 이후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재건지원을 위해 미국이 동맹국의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 정부는 제320의료지원단 '제마부대'와 제1100건설공병지원단 '서희부대'를 창설해 2003년 4월 이라크에 파병했다.
2004년 9월에는 사단규모인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아르빌 지역으로 전개해 임무를 실시했다. 기존 서희·제마부대는 자이툰 부대에 편입됐다. 자이툰부대는 2008년 12월까지 이라크 책임지역에 대한 평화정착 및 재건지원, 이라크 임시정부 지원, 이라크 치안 유지 활동지원, 적대세력 공격시 방어적 조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또 자이툰 부대에 대한 병력 및 군수지원을 위해 공군에서 제5전술공수비행단 예하 제58항공수송단 '다이만부대'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자이툰 부대 파병과 함께 창설돼 2008년 12월19일 마지막 귀국 비행을 끝으로 4년3개월간의 임무를 마치고 해산됐다.
임무 기간동안 병력 4만3000여명과 군수물자 4600여t을 수송했으며 지구 86바퀴에 해당하는 총 340만㎞를 비행했다.
자이툰부대 파병은 베트남전 파병 이후 2번째 규모의 파병(총 인원 1만8000여명)이었으며, 전쟁 후 복구사업에 주도적으로 참가하며 과거 지원을 받는 국가에서 지원을 주는 국가로 인식이 제고되는 데 기여했다.
2007년 7월부터는 '동명부대'가 레바논 남부 타르지역으로 가 불법 무장세력 유입, 무기 반입을 통제 및 감시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로 12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의 후속 조치였다.
동명부대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서부여단의 예하부대로 편성돼 있으며 6개월 단위로 임무를 교대하고 있다.
동명부대는 한국군 파병부대 중 최장수 파병부대로 레바논 남부지역의 평화 유지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민사작전을 통해 현지인에게 '신이 내린 선물', '레바논 국민의 친구이자 형제'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2010년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돕기 위해 파견한 지방재건팀을 보호하기 위한 오쉬노부대를 아프간에 파병했다가 2014년 6월 철수시켰다.
오쉬노부대 총 파병 인원은 1700여명이었으며 이들은 아프간 파르완주 일대에서 민간주도의 개발원조사업과 행정역량 강화, 교육·직업훈련등 원활한 재건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경호, 호송작전을 통한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2011년 1월에는 UAE특수전 부대 교육훈련 지원 및 유사시 재외 한국인 보호임무를 수행하는 '아크부대'가 UAE에서 임무를 시작했다. 아크부대는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알아인의 대통령 경호사령부에 주둔하면서 현재까지 연합훈련 및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아크부대는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된 한국 화물선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한국으로 호송하는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아크부대는 양국의 군사협력과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파견되는 새로운 형태의 파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부터 줄곧 호르무즈 해협 안정 기여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압박해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가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이란에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파병을 강력히 원하는 미국에는 저들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어 한미 간 마찰음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청해부대는 원래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해적 소탕의 임무를 펼쳐왔는데 이번 작전 지역 확대로 이란 정규군을 상대할 가능성이 생겼다. 군은 항상 어떤 상황에든 대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eggod6112@news1.kr
▶ [ 크립토허브 ] ▶ [터닝 포인트 2020] 구매!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