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확진 급증세…무증상 감염 사례 보고돼 불안감 ↑
1월 23일 등록된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게시 나흘 째인 1월 26일 오전 4시 13분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모았다.
한달여 지속되고 있는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최근 갑자기 빨라졌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청원 게시글 전문은 다음과 같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 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습니까?!
선제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12월 12일 증상 등이 처음 보고됐고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이어 1월 9일 중국 현지에서 최초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사망자 및 확진자가 늘기 시작했다.
1월 20일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확인됐다. 1월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30대 여성이다. 이어 1월 23일에는 두번째 확진자이자 한국인으로는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한에서 일하다 상하이를 거쳐 김포공항을 통해 1월 22일 입국한 55세 남성이다.
확진 환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을 넘어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 내 사망자 및 확진자가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1월 25일 기준 중국 내 사망자가 41명, 확진자가 1천372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숫자가 높을수록 확산이 빠른 전염성(R0 추정치 1.4~2.5)은 메르스(0.4~0.9)보다 강하지만 사스(2~5)보다는 약하다. 치사율(4%)은 메르스(35%)·사스(10%)보다는 낮다.
중국 정부가 1천만명이 넘는 인구의 대도시인 우한시를 봉쇄하는 등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바이러스 확산세가 빨라지자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비교는 할 수 없으나 전례가 있다. 2003년 중국 정부는 사스가 중국 광둥성에서 퍼지기 시작했을 당시 이를 대외적으로 숨기다 수개월 늦게 대응하며 수많은 사망자를 낸 바 있다.
더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는 '무증상 감염' 사례까지 최근 보고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월 2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전염병 전문가 위안궈융 홍콩대 교수 등이 포함된 연구진이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 관련 사례를 발표했다. 최근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홍콩대학 선전병원에 입원한 일가족 6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도출한 결과인데, 이들 중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은 1명의 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우한폐렴이 발견됐고, 2명은 병원에 입원할 당시 발열 증상이 없었던 것.
아직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대만 등 인접 국가에서는 수명 수준의 확진 사례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고, 이런 흐름이 머잖아 인접 국가들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선제 대응 사례가 눈길을 끈다. 앞서 북한이 중국인은 물론 자국민까지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탑승을 막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필리핀도 우한에서 온 관광객들을 되돌려 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미국 정부가 곧 전세기를 보내 우한에 남은 자국민을 귀국시킬 것이라는 내용의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도 비슷한 맥락에서 제기된 청원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리의 설과 추석처럼 중국인들도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춘절(1월 24일부터 1월 30일까지)을 맞아 중국인들의 한국 입국을 막는 것이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막는 결정적 대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청원에 담겨있다는 풀이다.
우리 정부가 공항과 항만 등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고열과 기침 증세가 있던 한 중국인 관광객이 해열제를 먹고 중국 공항을 통과해 프랑스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는 등 검역만으로는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와 홍콩사태 등으로 인해 누적된 중국에 대한 혐오, 일명 '차이나 포비아'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을 계기로 굳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희진 기자 hh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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