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재 기자

“이제 함께 사는 ‘화쟁적 통합의 정치 리더십’ 보여야 할 때”

“4대강·남북관계 현 정부서 해결 실마리 만들어 놓고 떠나야”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일상사의 답답함을 단박 후련하게 풀어주는 식으로 ‘즉문즉설’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안철수 멘토’로 알려지면서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쟁점을 파하다>, <새로운 100년, 가슴을 뛰게 하는 통일 이야기>를 잇따라 출간해 첨예한 사회 현안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평화재단에서 만난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 주인공답게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민심,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국민 대통합의 리더십, 남북 문제, 강정마을·쌍용차·비정규직 같은 사회적 갈등의 본질과 해법 등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법륜 스님은 “지난 대선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대립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이제는 정치가 정말 절박하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화쟁적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통합당의 모든 구성원이 ‘내탓이오’라고 외치며 광화문 광장에 나가 국민들에게 속죄의 삼천배를 올려야 한다”고 했다.

법륜 스님(오른쪽)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평화재단 사무실에서 경향신문 문화부 김석종 선임기자와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법륜 스님(오른쪽)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동 평화재단 사무실에서 경향신문 문화부 김석종 선임기자와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 대선 결과는 ‘안정 속 변화’ 국민 뜻
박근혜 당선자, 아버지 넘어서려면
탕평 인사·경제민주화·소통 이뤄야

▲ 개헌해서라도 ‘제왕적 대통령’ 청산
당분간 이명박 정부와 거꾸로 해야

-2013년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정치·경제·국제·사회적으로도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새해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가 식지 않을 겁니다. 양극화 현상과 사회 갈등을 해결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일본의 강경보수 세력이 집권하면서 일·중간 갈등, 미·중간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한국은 특히 국제관계, 남북관계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한 국민의 뜻은 무엇일까요.

“젊은 세대는 변화를 위한 정권교체를, 기성세대는 사회 안정을 원했다고 봐야죠. 결과적으로 안정희구가 변화욕구보다 약간 앞섰습니다.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당선, 문재인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라면.

“야당의 주자들이 참신하긴 한데 정치경험이 부족했어요. 이명박 정부 실정을 생각하면 야당이 패할 수 없는 선거였어요. 야당은 노무현 정신은 계승하되 참여정부의 불안감에 대해서는 탈노무현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친노세력이 대선을 주도해 노무현 대통령이 재등장하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줬어요. 기존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계층을 껴안지 못한 것이 패인입니다.”

-야당의 선거전략이 잘못됐다는 거군요.

“새누리당은 후보와 측근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당내 주도세력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했어요. 권력의지에서 차이가 났어요. 안철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배려가 부족했어요. 안철수 지지기반인 젊은층, 중도층에서 이탈자가 많으니 이길 수가 없죠. 선거에서 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교훈을 얻어서 다시 일어서느냐가 중요합니다.”

-대선 투표 당일 어떤 생각이었나요.

“후보 단일화가 잘못된 순간 이미 박근혜 후보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대방과 1 대 1 경쟁력에서 앞서는 후보가 물러났으니 단일화가 잘못된 거죠. 문 후보로는 힘이 부치는 선거였어요. 그런데도 민주당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미 야당 후보의 패배를 예상했군요.

“예.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죠. 선거 결과를 두고 야당 정치인들이 ‘멘붕’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자기들이 객관성과 냉정함을 잃은 건데, 무슨….”

-박근혜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박 당선인도 이제부터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제는 선거에서 반대표를 찍은 국민들까지 포함한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반대편의 인물과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본인 말대로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은층 좌절의 핵심인 일자리, 도산 위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노동자와 농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책을 펴면 앞날이 순탄할 겁니다. 아직도 박 당선인의 ‘불통’ 이미지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국민과의 대화, 야당과의 대화, 남북간의 전향적인 대화 모습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총리, 국회, 지방정부로 과감히 분산해야 측근 비리 같은 ‘대통령의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인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그를 지지한 절반의 국민들은 상심이 아주 큽니다.

“백팔배를 해도 억울하고 괴로운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어요. 정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렸다고도 하고. 그렇다고 이민을 갈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대한민국이 망하는 일도 아닌데, 너무들 심각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통령에게 표를 찍지 않은 사람도 똑같은 국민인 것처럼, 지지하지 않았더라도 선거에서 뽑히면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새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잘못하면 비판하고 바르게 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건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주의 국가 국민의 책임입니다. 우리 세대의 열망만큼 다른 세대의 우려, 우리 지역의 열망만큼 다른 지역의 우려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치의 결과에 따라 공정하게 박수 치고, 비판해야 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멘토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선 후보’ 안철수는 어땠습니까.

“안철수씨가 안철수 열풍을 만든 게 아니죠.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 새 정치 바람이 그를 대선에 끌어냈습니다. 그러니 여야를 다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 내용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두 후보와 다른 자기 모습을 세워내지 못하고 그냥 세 명 중 한 명이 돼버렸어요. 여론조사에서 1등이 아니라 박근혜 후보에 이어 2등을 하다보니 정권교체 열망에 밀려서 차선책인 단일화 압력을 받게 됐죠. 준비기간이 짧은 탓에 끝까지 ‘새로운 안철수’를 보여주지 못했어요.”

-대선 과정이나 후보 사퇴 후 어떤 조언을 했나요.

“구체적인 정치 과정에 그렇게 큰 관여는 안했습니다. 다만 몇가지 조언을 했어요. 앞서 얘기한 대로 새로운 정치의 분명한 정책, 국정을 책임질 만한 조직과 인력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도에 자리하면서 양쪽의 인물들을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너무 빨리 진보로 기울면서 문재인 후보와 영역이 겹쳤습니다. 사퇴한 이후에는 단일화 후보를 좀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게 정치도의상 맞다고 했어요. 앞으로 계속 정치를 하겠으면 기성정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까지 설득할 수 있는 배짱과 강인함을 갖춰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 정치라는 영역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권력투쟁적 속성도 좀 더 알고 대처해야 할 겁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정치 복귀를 염두에 둔 말씀 같습니다.

“본인이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했으니까….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잘 극복했듯이 정치적 좌절도 잘 극복하리라고 봅니다. 이번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 문제들을 놓고 휴식을 취하면서 심사숙고하겠지요.”

-최근에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미국에 간다고 해서 그냥 잘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잘 쉬었다 돌아오라고 했어요.”

-그가 다시 정치에 복귀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정치 요구와 열망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봐요. 안철수 지지세가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기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죠. 정치에 복귀하려면 뚜렷한 정치 진로를 설정하고, 스태프 이상으로 함께 갈 동지들을 모아야 합니다. 청년과 노인,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새로움’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뚜렷한 대한민국의 방향성, 통일 열망을 제대로 담아내야 돌파구가 열릴 겁니다. 어쨌든 안철수는 한국 정치사에서 귀한 자산이 됐어요.”

환경운동, 북한주민돕기 운동, 평화통일운동, 제3세계 빈민구제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우리 사회 많은 갈등과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되는 이해를 조금씩 양보해 공통의 합리적 이익을 도출하는 ‘화쟁’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환경운동, 북한주민돕기 운동, 평화통일운동, 제3세계 빈민구제활동 등 시민사회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법륜 스님은 “우리 사회 많은 갈등과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되는 이해를 조금씩 양보해 공통의 합리적 이익을 도출하는 ‘화쟁’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강정마을·쌍용차·비정규직 문제 등
전향적 조치로 대립과 갈등 풀어야

▲ 민중들의 멍든 과거 치유하는 길은
남과 북이 평화롭게 통일하는 일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가 만드는 것

-지난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의 골, 지역간 갈등이 더 부각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자기와 성향이 맞는 사람과 같은 편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역에서 특정한 정당과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잘못된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결과에 따라 상대편 지역, 상대편 진영에 지역개발이나 정책에 차등을 두면 안됩니다. 정치권에서만 상대편에 섰던 지역과 계층, 진영의 아픔을 감싸고 합리적으로 풀어가면 국민들의 갈등과 대립은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지 않습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는 평화재단에서 함께 활동했지요. 새 정부에서 그의 뜻대로 경제민주화가 잘 실현되겠습니까.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의지를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가 만만찮겠지만 박 당선인의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이었으니 새 정부가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 반드시 실천해야할 정책입니다. 말을 바꾸면 얼마 못가서 국민 저항에 부딪히고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일부러 나쁜 정책을 편 것은 아니죠. 그렇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중에 다 좋아할 거라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것은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죠. 4대강 중에서 일부 꼭 필요한 구간을 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계속하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남북 관계에서도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북한의 아이들과 주민들을 외면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실용적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극단적인 ‘불통 대통령’이란 말을 듣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4대강과 남북 관계는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놓고 떠나야 합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만남 같은 문제의 물꼬를 터주는 것은 다음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강정마을, 쌍용차 문제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끝까지 이 사회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간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에 대해 스님이 생각하는 해법을 들려주시죠.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겁니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남과 북, 영남과 호남, 노동자와 사용자, 국가와 국가가 생각하는 상대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게 돼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대화가 쉬워집니다. 그리고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대화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특히 주민이나 구성원 다수가 반대하면 비록 결정이 끝난 문제라 하더라도 충분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전쟁도 아닌데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부부간, 부모자식간, 고부간, 노사간, 남북간 갈등이 다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쌍용차 사태, 비정규직 문제, 원전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원전의 경우 찬성하는 쪽은 경제성, 반대하는 쪽은 안전성을 선택한 것이니 잘잘못으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난한 나라에선 경제성, 잘사는 나라에선 안전성을 우선으로 결정하면 됩니다. 우리는 딱 중간에 있다보니 의견차가 팽팽합니다. 쌍용차는 사내외 노조, 사주의 이해가 얽혀 있어요.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안보와 환경훼손이 맞부딪치는 현장입니다. 찬성에도 반대에도 일리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갈등들은 미래 가치까지 포함해 효율성 측면에서 충분히 재검토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래도 꼭 추진해야 한다면 주민이나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서로 대립되는 이해를 조금씩 양보해 공통의 합리적 이익을 도출해서 쟁점을 타파하는 것이 바로 ‘화쟁’입니다. 원효가 말한 화쟁사상에 좋은 정치의 길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신 분인데, 새해에는 어떤 활동 계획을 세웠나요.

“저는 승려니까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을 계속할 겁니다. 전국을 다니면서 설법을 통한 치유 활동을 하기 위해 일정을 짜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각계의 힘을 모아서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단체를 만들 생각도 하고 있어요. 또 지금까지 해온 대북 지원활동을 좀더 제도화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일도 좀 더 대중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발전, 균형발전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와 함께 논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해는 종교계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그에 따른 개혁 움직임도 있었죠. 지금 이 사회에서 종교, 종교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겨난 게 종교입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는 것이 본분입니다. 그것은 개인의 마음 치유로도,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종교인이 절이나 교회만을 키우려고 해서 문제가 자꾸 생깁니다. 종교가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조율하는 기능을 더 많이 했으면 합니다.”

-대북 지원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는데, 지난 5년 동안 남북관계가 많이 경색됐지요. 차기 정부가 남북교류에서 유념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북한은 미래에 반드시 공존하고 통일해야 할 상대입니다. 미국, 일본과 아무리 친해도 통일할 대상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북한과는 적대적이니 모순이지요. 동포나 민족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면 현재의 적대 관계를 놓치고, 또 다른 입장이라면 민족보다 적대 관계에만 매몰됩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분단보다는 통일이, 갈등보다는 평화가, 단절보다 교류협력이 이익이라는 점을 봐야 합니다. 평화와 교류를 우선시하면서 북한이 도발할 때 응징하면 국지전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갈등 상태에서 도발할 때 응전하면 확전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갈등 상태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응징조차 못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평화정책만 실패한 게 아니라 안보정책도 실패했어요. 평화 속의 안보를 추구해야 합니다. 남북대화는 전제 조건을 붙이지 말고 북한을 일단 테이블에 앉히고, 합의되는 것부터 하나씩 시행해 나가야 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향후 통일의 조건, 통일 전망을 어떻게 봅니까.

“통일 조건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전에는 대북문제를 거의 미국이 결정했는데 점차 우리 주도권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 절대적인 것은 아니죠. 미·중 사이의 경쟁에서 남북이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커졌습니다. 남북한 스스로 관계를 잘 풀어내면 통일의 기회를 앞당길 수 있다고 봅니다. 남쪽의 진보·보수간 갈등이 줄고, 남북간 실질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미·중의 이익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통일 한국에 대해 우려하면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는 대통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갈수록 불안해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보다는 경제적으로 나아졌고, 훨씬 민주화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북한이나 베트남, 중국보다 낫다는 긍정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 에고와 기득권,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망을 내려놓으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비움이 필요한 거죠.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아주 바람직한 사회라는 뜻은 아닙니다. 양극화가 심하고, 일자리는 없고, 남북 갈등 같은 불안정 요인도 크죠. 사회적으로는 긍정의 토대 위에 비판 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좌절과 분노 같은 부정 위에서 비판을 하면 파괴로 가기 쉽죠. 자기가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선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꾸는데 참여하고, 그런 생활과 마음가짐으로 이상을 추구하면 희망이 생깁니다.”

-스님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이 좀더 자유롭고 행복하도록 돕고 싶어요. 사회적 치유 활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동학혁명, 의병운동, 3·1운동, 독립운동, 한국전쟁, 4·19혁명, 광주민주항쟁 등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지난 100년간 겪은 아픔과 실패, 상처는 너무 크고 깊습니다. 이런 민중들의 멍든 가슴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결국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하는 일입니다. 개인의 치유, 사회의 치유, 과거의 치유와 함께 미래세대를 위해 평화 통일을 이루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들려주세요.

“불교에서는 지은 인연의 공덕은 없어지지 않는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좋은 일을 했는데 그 결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그게 헛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목돈으로 되찾는 것과 같아요. 나쁜 인연을 지으면 도망가도 피할 데가 없어요. 그러니 좋은 인연을 많이 지어 공덕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법구경의 말씀 중에 이런 말도 있습니다. ‘행복도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새해에 이런 말씀을 새기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 김석종 문화부 선임기자>

▲ 법륜 스님은

법륜 스님(60)의 활동은 불교수행운동, 인권·평화·통일운동, 북한동포돕기운동, 해외구호운동, 환경운동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승려로서 불교 활동은 1988년 설립한 수행공동체 ‘정토회’가 중심이다. 1993년에는 국제 기아·질병·문맹 퇴치 민간기구인 ‘한국JTS’를 설립해 현재 인도, 미국,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캄보디아에 지부를 두고 제3세계 구호 활동을 펴고 있다. 1994년 만든 ‘에코붓다’는 빈그릇운동 등 불교 정신에 바탕을 둔 환경단체다. 1996년부터 ‘좋은 벗들’을 통해 인도적 대북 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4년 ‘평화재단’을 설립해 민족의 미래에 대한 장기 전략과 우리나라 정치·사회적 쟁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윤여준 전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오재식 아시아교육연구원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평화재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평화재단은 전문가포럼, 열린아카데미,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청년리더십아카데미, 여성리더십아카데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청춘콘서트’의 기획자, ‘즉문즉설’ 강연회 등을 통해 세대를 넘나드는 ‘국민 멘토’로도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전국 시·군·구를 돌며 ‘법륜 스님 희망세상 만들기-즉문즉설’ 300회 연속 강연을 진행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시골의사’ 박경철씨, 개그맨 김제동씨 등은 청춘콘서트를 함께한 인연으로 가까워졌다. 그의 강연은 시골마을에서도 항상 객석이 꽉 찰 만큼 인기다. 그가 쓴 <엄마 수업> <스님의 주례사> <방황해도 괜찮아> 등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0년 만해상, 2002년 막사이사이상, 2007년 민족화해상, 2011년 청암봉사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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