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돈의 코칭이야기] 직장이 없는 ‘긱 워커’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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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Job)보다 일(Work)이 중요하다. 평생직장 시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긱 워크(Gig Work)' 는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필요 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해 단기적으로 공연을 진행했던 것에서 유래한 용어다. 당시 상설 공연의 비중이 낮았기에 재즈 보컬들은 공연이 잡힐 때마다 임시로 연주 팀을 모아 공연했다. 이렇게 단기 계약을 맺은 연주자를 부르는 말이 '긱(Gig)'이다.

이후 '긱'은 주로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자·디자이너 등 비정규직 근무자를 말할 때 사용되다가, 지금은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를 포함하는 말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즉 '긱 이코노미'란 특정 프로젝트나 일시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노동력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공급되는 경제 환경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긱 이코노미'가 이제 새로운 고용 트렌드로 뜨고 있다.

플랫폼 플랫폼 노동자와 긱 워커가 대세다 플랫폼 노동은 세계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Uber)의 드라이버 파트너, 쿠팡플렉스(Coupang Flex) 근무자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라고 한다. 전 세계 디지털 노동 플랫폼 산업의 규모는 2017년 총매출액 기준으로 약 820억 달러 에이른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65%나 성장했을 만큼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8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EU 14개국 성인의 9.7%가 '긱 워크'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 대 '긱 이코노미'와 '플랫폼 노동'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긱 워커 열풍이 분다. 우리나라 채용 시장에도 '긱 워커'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경기연구원(GRI)의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중 플랫폼 노동자와 유사한 고용 형태를 가진 파견, 용역, 특수형태 노동자 등은 207만 명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약 3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미 직장을 갖고도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N잡러'까지 포함하면 플랫폼 노동으로 수익을 얻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배달주문 중개 앱들이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 서비스가 세분화되면서 배달 대행 및 배달인력 중개업까지 등장한 상태다.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물건처럼 사람의 노동도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20세기는 소득 분배에 대한 이슈가 가장 컸다면 21세기는 일자리 분배에 대한 이슈가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



긱 워커 시대에 유의해야 할 점 5가지

첫째, 필요한 시점에 직원을 뽑는 수시채용 환경에 적응하라.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정기 공채를 수시채용으로 바꿨다. 정기 공채는 보통 일 년에 한두 차례 진행되며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면접을 통해 직원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1956년 삼성물산이 도입한 이후로 최근까지 대기업 신입사원을 뽑는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반면 수시채용은 경력직을 뽑을 때만 활용되던 방식이다.

수시채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결국 특정 직무의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채용 공고를 내는 방식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이 또한 긱 이코노미 시대에 맞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으로 직무역량 중심으로 뽑을 가능성이 많다. 취업준비생이라면 이러한 노동 시장의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수록 유연하게 대처하라.

'긱 이코노미'는 필요한 만큼 일하고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할 것이다. 따라서 정규직 채용에만 목매지 말고 유연하게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인턴직을 통해 직무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 '호모인턴스'라는 신조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 각종 인턴직을 두루 거친다고 해서 이런 말이 등장했다. 인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인턴은 크게 채용형 인턴십과 체험형 인턴십으로 나뉜다. 채용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짧게는 6주에서 길게 는 4개월까지 진행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턴들은 현장 실습, 과제 수행, 수행 평가, 임원 면접 등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기업으로서는 몇 시간 면접으로 직원을 뽑는 것보다 인턴십으로 검증된 인재를 채용하는 게 훨씬 낫다. 인턴십은 지원자의 역량과 인성을 함께 확인할 수 있고, 입사 후엔 회사 충성도가 공채 합격자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 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70% 이상까지로 높이고 있다. 체험형 인턴십은 말 그대로 인턴을 체험하는 제도다. 직무역량 평가가 강화되면서 인턴활동은 취업 성공에 이르는 가장 좋은 경력이 되고 있다.

셋째, 하나를 뚜렷하게 잘하는 핵심인재가 되어라.

긱 이코노미에서 살아남으려면 긱 워커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의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이 과거보다 쉬워졌을 수 있으나, 다들 차별화된 경쟁자들이기에 그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준비된 전문가에게 긱 이코노미는 오히려 기회의 바다다. 핵심인재는 회사마다 다 다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강점을 찾는 검사로 다음의 두 가지를 권한다. 하나는 여론조사기관으로 유명한 갤럽이 개발한 '스트렝스 파인더'다. 유료이며, 개인의 강점을 34개로 분류하고 테스 트를 통해 상위 5개 강점을 알려준다. 또 하나는 'VIA 성격강점검사'다. 문항이 240개다보니 시간이 좀 걸릴 테지만 자신의 강점을 무료로 알 수 있 다는 장점이 있다. 홈페이지 언어가 영어라서 주저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한국어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평균치로 10개를 잘하는 것보다 단 하나를 뚜렷하게 잘하는 핵심 인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기억하자.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넷째.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다각화하라.

옛날처럼 기업의 누군가가 찾아와 같이 일해보자고 권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구인기업을 찾는 게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온디맨드 일자리가 많아져서 중개업체를 통해 임시로 일하거나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또는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일을 받아서 하는 경우도 많을 듯하다.

《고스트 워크(Ghost Work)》를 쓴 메리 그레이와 시다스 수리는 이른 바 '온디맨드 일자리'가 2055년이 되면 전 세계 고용의 60%를 차지할 거라고 예측한다. 인바운드(In-bound, 내부에서 일하는 것) 네트워크와 아웃바운드(Out-bound, 외부에서 일하는 것) 네트워크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효과적인지 파악한 뒤 설득력 있게 요청하고 제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긱 이코노미 시대에는 직업 안정성과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다각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다섯째, 나만의 고용가능성을 확보할 방법을 파악하라 긱 이코노미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다. 늘 메이커의 스케줄(Maker's Schedule)과 매니저의 스케줄(Manager's Schedule)이 맞는지 파악하라. 메이커의 스케줄이 타깃(Target), 즉 실제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시간이라면 매니저의 스케줄은 과제(Task)로 기획회의나 마케팅 보고 등 관리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당신을 평생 고용해주는 기업은 이제 없다. 어떻게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언제든지 직장을 바꿀 수 있는 출구 전략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을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이라고 한다. 나만의 안전망을 확보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이제는 직업도 소유권(Ownership)이 아니라 사용권(Use's right)을 생각해야 한다. 소유는 베이비부머 시대에나 유용했다. 빚을 적게 지고 더 유연한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사용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안정적인 정규직을 얻어야 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 아무리 '긱 워커' 전성시대라고 해도 채용 자체를 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기업이 어떤 패러다임으로 변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직무역량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취업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영돈 본하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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