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로 퍼진 휴머니즘, ‘자존’으로 낚아 엮은 둘만의 밀담…17인 릴레이”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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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5.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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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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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신기원을 개척한 김지수 기자가 인터뷰집 ‘자존가들’을 내놨다. 인터뷰의 신기원은 그만의 독특함이라 하기 이전에 제대로된 인터뷰가 없었음을 역설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의 책 ‘자존가들’(출판사 어떤책, 출간일 1월 20일, 가격 1만6000원, 분량 352쪽) 역시 그 의미의 일면을 알 수 있지만, 그 단어가 오롯이 혼자서 존재해 오지 않은 신개념의 단어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대중도 ‘자존’으로 자존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자존가’로 명명된 이 책의 인터뷰 대상자로 말미암아 우리 스스로 그 길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 역시 신기원이다.

이 책은 6000여 감동 댓글의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를 비롯, 김혜자, 이근후, 리아킴, 이승엽, 알렉산드로 멘디니, 이적 등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는 앞서 주목받는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의 두 번째 책이다.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인터뷰 한 편이 포털사이트 및 SNS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번 만남이 아마 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거예요”라는 말로 시작을 연 인터뷰이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고, 인터뷰어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의 김지수였다. “이 기사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다시없는 선물이다”, “인터뷰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한 송이 꽃 같은 인터뷰” 등 “감동”, “눈물”과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 이른바 ‘선플’들이 수천 개씩 이어졌고, 페이스북, 블로그 공유도 수천 건에 이르렀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김혜자 인터뷰’는 시청자와 평단 모두가 호평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종영한 그 주 토요일에 게재되어 포털사이트 뉴스 카테고리의 상위 목록을 차지했다. 코믹하고도 미스터리한 타임슬립 스토리인 줄 알았던 드라마가 알츠하이머와 노년의 풍경을 웅숭깊이 담아 낸 문제작이었음을 깨달은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김혜자 인터뷰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이 인터뷰는 한 달여 뒤 김혜자가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5월에 또 한 번 회자됐다. 시상식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수감을 전하던 김혜자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그가 읊었던 ‘눈이 부시게’의 대사는 “눈앞에 주어진 시간을 꼭 붙들라”는, 김지수와의 인터뷰에서 당부하던 메시지와 꼭 같았다. 2015년부터 연재되어 200만 명 이상이 읽은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두 번째 인터뷰집 ‘자존가들’이 출간됐다. 첫 번째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불안의 시대, 자존의 마음을 지켜 낸 인생 철학자 17인의 말”을 담았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21세기는 자본의 시대가 아닌, 자존의 시대다. 나이의 많고 적음, 사회적 성취라는 세상의 기준을 떠나,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것인가가 그만큼 절실한 시대다. ‘자존가들’은 김혜자, 이근후, 리아킴, 이승엽, 알렉산드로 멘디니, 이적 등 자기다움을 지키며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피워 낸 17 인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이 책의 제목 ‘자존가들’은 “자기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첫째가 남의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그 다음이 세상에 등 돌리지 않고 세상과 호흡한다. 그 셋째가 하루하루 쌓이는 시간의 힘을 믿는다.

데뷔 25 년 차에 접어든 가수 이적은 “뭔가를 쫓아가지도 않았지만 골방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어요”라며 자기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한다. 죽기 전에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천국일까?’ 등의 책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로 떠오른 요시타케 신스케는 걱정 많은 ‘어른아이’인 자기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렸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달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전 세계 수십만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홈런왕 이승엽은 “라이벌은 누구였나요?”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대답한다. “저 자신이요. 오로지 저의 나태와 자만과 싸웠습니다.” 팔로워 1900 만 명의 유튜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리아킴은 세상에 박치는 없다고, 자기만의 리듬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매일 나와 타인/세상 사이에서 팽팽하게 줄타기를 하는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자기다움으로 존재감을 피워 낸 17인의 다정한 격려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는 말이 과장이 되지 않는 김혜자, 이근후, 신구, 알렉산드로 멘디니, 황규백, 이어령의 말은 어떤가. “시간만큼 공평한 게 없다”는 배우 김혜자, “기분 좋게 지내는 하루하루가 살아갈 힘이 된다”는 정신의학자 이근후, “시간이 지나면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만이 남는다”는 배우 신구, “모든 사람의 인생은 로맨스 소설 같고, 자신을 소설 속 주인공처럼 소중하게 여기라”는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인생이 얼마나 좋은지,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요?” 반문하는 세계적 화가 황

규백, “내 힘으로 이룬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들의 말은 살아낸 무게가 더해져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질문하고 귀 기울이는 성실한 인터뷰어 김지수의 기록

김지수 작가가 ‘작가의 말’에 쓴 것처럼 “인터뷰 또한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의 누적분으로 모인 인터뷰 모음은, 집단지성의 모양을 띤 하나의 인생이자 발굴된 인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존가들’은 자기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삶과 죽음과 일과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격려다.

‘자존가들’의 후반부에 실린 인터뷰들에서 가톨릭 신부 최대환은 미래는 착취의 대상이 아니니, 오직 선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봄을 믿어야 한다고. 그 뒤로 18년간 노숙자로 추운 거리를 떠돌던 임상철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그는 최대환 신부가 말하는 “봄의 증거”이자 김지수 작가가 말하는 “자존가들의 하이라이트”다. “태어났으니 내 삶을 사랑해야죠”라는 그의 말은 은연중에 ‘금수저’, ‘은수저’ 등을 시시때때로 상기하는 우리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힌다.

‘말하는 자의 진의는 듣는 자의 호의로 완성된다’는 믿음으로, 인터뷰어 김지수가 질문하고 귀 기울여 완성한 인터뷰집 《자존가들》. 우리의 인생은 고민하고 노력할 가치가 있고, 삶에의 애착, 잘해 보고자 하는 안간힘에 경외를 보내는 김지수의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자존가들’은 독자들이 자기 존엄을 깨닫기를, 힘주어 응원하는 책이다.

■‘자존가들’을 추천한 자존가들의 코멘터리

사나운 말들이 판치는 세상에, 김지수가 정성스럽게 듣고 써 낸 ‘자존의 말들’을 읽고 있으면, 사람을 향한 그 환대의 마음에 사위가 고요해진다. 그의 초대로 인터뷰이가 되어 독자들과 만난 일은 내게도 큰 기쁨이었다. 그러니 만약 내가 라스트 인터뷰 책을 낸다면 기꺼이 김지수와 할 것이다.=이어령 문학평론가, 초대 문화부 장관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매혹된다.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눈을 반짝이며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이는 극히 드물기에. 이 책은 항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간절한 눈빛으로 들어 줄 준비가 된 인터뷰어의 성실한 마음챙김의 기록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직 자기 안의 눈빛과 목소리로 삶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채워 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애틋한 눈빛으로, 이 순간이 세상에 한 번뿐임을 매순간 잊지 않으며, 절실히 듣고 기록하는 인터뷰어 김지수의 희망과 사랑을 만난다.=정여울 작가,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섭외하는 게 2할이라면, 질문 내용이 5할, 그리고 편집과 정리가 3할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함과 독창성을 넘나드는 인터뷰이 선정, 인터뷰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깊이 있는 질문, 현장의 시공간을 재현하는 적확한 문장.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이 모든 것이 일품인 인터뷰 시리즈다. 그의 인터뷰에 선 매번 마음이 담긴 시선과 대화의 힘이 느껴진다. 이번 인터뷰집의 주제인 ‘자기다움’은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가치다. 내 삶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생각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기다움을 지키며, 동시에 세상에 등돌리지 않고 타인과 공존하며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들. 듣기만 해도 두근거리는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사각거리는 종이 위에서 적합한 폰트와 행 간격의 편집으로 다시 만나는 일은 그 인터뷰 속 시간과 공간이 오롯이 담겨 있는 선물을 받는 것과 같다. 그건 스마트폰 속 기사링크와는 다르다.=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매거진 ‘B’ 발행인.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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