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감염병’ 맞서려면 ‘독하게 손씻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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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28. 오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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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의료진이 말하는 예방 수칙
ㆍ신종 코로나 ‘메르스 악몽’ 우려…“확실한 치료법 없어 예방이 최선”
ㆍ개인위생, 기본 행동 수칙 철저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중보건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역 전광판에 해당 바이러스 감염예방 정보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팔순 노부모와 함께 사는 직장인 ㄱ씨는 이번 설연휴에 가족(네 가정)이 모이지 않았다. 설날을 앞두고 부모가 모두 독감(인플루엔자 A형 확진)에 걸린 데다 자신마저 감기몸살로 몸져누웠다가 겨우 일어난 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생 가족 중 몇 명이 ‘감기에 걸려 골골하거나 독감 증상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연락해 2~3명은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ㄱ씨는 고심 끝에 부모, 동생들과 상의해 이번 설날은 건너뛰고 ‘몸들을 잘 챙겨’ 조만간 날씨 좋은 주말에 새해 모임을 갖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려된 부분이 독감으로 인해 쇠약해진 부모의 감염 가능성이었다. 감기 바이러스 100여가지는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각종 세균이나 곰팡이류도 위험하다. 한편으로 부모는 자식들에게 독감이 옮을 것을 우려했다.

ㄱ씨는 명절에 온 가족이 함께하지 못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이 서운하기도 했으나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계속 늘어나고 중국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빨간불’이 켜지자 서운함이 사라지고 ‘모이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네들과 통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부를 나누면서 같은 심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 당장 백신이 없고 치료법이 잘 정립돼 있지 않아 증상을 다스리고 치명적 합병증을 방지하는 대증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감염병은 무엇보다 걸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며 예방과 함께 주변에 옮기지 않도록 전파방지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적당한 실천이 아니라 보다 철저하게,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를 챙기는’ 쪽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는 손씻기, 마스크 쓰기, 과로하지 않기, 인파가 많은 곳에 가능하면 가지 않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손수건이나 팔꿈치 안쪽 옷으로 가리기 등의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한 감염병 환자에 대한 병문안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미 몇몇 주요 종합병원들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게 환자 면회제한 등 메르스에 준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평균 교수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외국에 갔다 돌아온 후 2주 이내에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 직접 오지 말고 반드시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를 통해 조치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독감과 폐렴은 신종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에 걸리면 발열, 근육통, 두통과 마른기침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이후 세균 합병증이 동반되면 폐렴, 패혈증 등 중증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65세 이상의 노인, 심혈관계질환·천식·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폐렴 합병증에 걸리기 쉽다.

폐렴은 폐에 생기는 모든 염증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바이러스·세균·곰팡이균 등 미생물이 호흡기에 들어와 폐에 급성염증을 일으킨 경우가 가장 흔하다. 독감과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발생하는 콧물이나 비말(飛沫) 분비물을 통해 직접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고, 분비물이 묻은 손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바이러스성 폐렴 역시 환자의 콧물이나 가래가 묻은 손으로 입이나 코를 만져서 감염이 일어난다.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가 늘어나면, 감기나 독감에 걸렸어도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빠르고 정확한 검사의 필요성이 높아진다.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많은 인력과 재원의 투입이 불가피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독감이나 폐렴 등 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 모유 수유, 안전한 물·위생시설, 비누로 자주 손씻기, 충분한 실내 환기 등을 실천하라고 권고했다.한국은 올해 1월1일부터 관리가 강화된 새로운 법정 감염병 분류체계를 마련했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에 대해 사스나 메르스 등 1급 감염병 수준의 감시체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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