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의 본질 흐리는 인재영입 깜짝쇼 자제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망신을 당했다.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씨가 전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의 책임을 지고 28일 스스로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원씨로부터 당했다는 성폭력,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등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원씨는 자진사퇴로 책임을 졌지만, 집권여당 민주당의 정치적 책임은 남았다. 20대 유권자를 겨냥해 원씨를 '이남자(20대 남자)'로 치켜세우며 청년정치의 대표주자로 홍보한 마당이니, 인재를 보는 집권여당의 안목이 고장난 것 아니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원종건 사태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자유한국당도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물러난 박찬주 전 대장을 영입1호로 거론했다 여론의 비판을 견디지 못해 취소한 바 있다. 박 전 대장의 정치적 자질과 식견보다 정권의 희생양이라는 활용가치에 집중했다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정의당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이자스민 전 의원을 영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인재영입은 당원 기반이 취약한 한국의 정당 현실에서 정치인 수요를 메워온 주요 수단이었다. 훈련된 예비정치인이 없으니, 선거철만 되면 정당들은 영입 경쟁을 통해 확보한 인재들의 참신한 이미지를 팔아 유권자의 표를 획득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야 정당들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천 깜짝쇼를 벌이기 일쑤였다. 이념적 지향이 다른 인사, 각 분야 유명 인사 등이 영입 표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적 정당구조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벌어진 여야 인재영입 양상이 심각하게 정치의 본질을 훼손하기에 이른 점이다. 공당들이 기준과 명분 없이 득표 효율성만을 따져 작위적인 인재를 만들고 있다는 걱정마저 든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신성한 영역이다.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정치의 품격과 기능을 결정한다. 그런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 여야 기득권 정치세력들의 권력분배로 밑그림을 그리고, 영입 깜짝쇼로 분칠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으니 국회와 국회의원을 향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여야는 정치의 본질을 흐리는 인재영입 쇼를 자제하고, 이념적 지향은 분명하면서도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검증된 예비 정치인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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