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우한삼진(武漢三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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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일월은 홀연하여 멈추지 않고 /봄과 가을은 어김없이 바뀐다 / 초목이 영락하는 것을 생각하고 / 미인이 늙어감을 두려워 한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이 중상모략으로 추방된 후 나라를 걱정하며 지은 시의 일부다. 그는 진(秦)·초(楚)·제(齊) 3국의 패권다툼에서 강국 진에 대항하기 위해 제나라와의 합종설(合縱說)을 주장했지만 왕과 중신들이 연횡설(連衡說)을 주장한 진나라의 장의의 꾐에 빠져 실각당했다. 끝내 추방된 그는 동정호로 흘러드는 멱라에서 몸을 던졌고 50여년 뒤 초나라는 진나라에 멸망당한다. 우한(武漢)의 우창(武昌)은 바로 초나라의 도읍지로 바로 굴원의 활동무대였다.

예로부터 양쯔강의 북쪽 지류인 한수이(漢水)강이 양쯔강과 만나는 지점을 둘러싼 3개 지역을 우한삼진(武漢三鎭)이라 불렀다. 양쯔강 남쪽의 우창과, 맞은편에 흘러드는 한수이강의 남쪽 한양(漢陽), 그 북쪽의 한커우(漢口)다. 우창은 초나라 외에도 삼국시대에는 손권의 오나라 마지막 도읍지이며 청나라를 무너뜨린 신하이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한양은 수나라 때에, 한커우는 명나라 때 항구가 생기며 급속히 발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장악한 후 공식적으로 후베이성 성도 우한으로 합쳐졌다. 예로부터 주변 9개 성이 만난다고 해 ‘9성(省)의 회(會)’라고 부를 정도로 교통이 발달했다. 베이징과 광저우와는 철도로, 충칭과 상하이와는 양쯔강의 수로로 연결된 교통의 중심지로 ‘중국의 시카고’로도 불린다. 우한은 이를 토대로 급속히 발전했다. 우한의 현재 인구는 1,100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기준 1만5,764달러다. 하지만 중국 교통의 허브인 만큼 전염병도 급속히 퍼뜨리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죽은 사람이 벌써 100명을 넘어섰다. 베이징 인근 탕산시는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을 전면 중단시킨다고 한다. 한국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4명, 유상증상자는 112명을 넘어서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유서 깊은 고장이 왜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까. 우한의 지역적인 특성 탓인지, 아니면 중국인들의 식습관이 우연히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다./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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