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바누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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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006년 한 국제기구에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민족’으로 선정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신경제재단이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한 국민행복지수(HPI)에서 당당히 1위에 오른 나라는 바누아투였다. 생소한 최빈국이 가장 행복하다는 소식에 때아닌 바누아투 배우기 열풍마저 불 정도였다. 비록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욕심을 내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그들 나름의 생활방식에 관심이 몰렸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바누아투는 솔로몬제도 남동쪽에 자리 잡은 8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나라 면적은 1만2,200㎢로 우리로 치면 전라남도 정도의 크기다. 바누아투는 현지어로 ‘영혼을 만들어준 우리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1606년 스페인 해양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후 1774년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에 알려지게 됐다. 이때 ‘뉴헤브리디스(New Hebrides)제도’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후 1900년대 초반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통치를 받아야 했다. 이곳이 유럽 무역상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에로망고섬에서 향료나 약재로 사용되는 희귀 교역품목인 백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요즘 대중화된 번지점프도 바누아투에서 유래됐다. 분랍이라는 마을에서는 청년들이 매년 4~6월에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20~25m의 망루 위에서 칡넝쿨로 발목을 감고 뛰어내리는 행사를 갖는다. 한 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런 짜릿한 모험을 즐긴다는 것이다. 몇 해 전에는 중국이 남태평양 항로 확보를 위해 바누아투에 항구적인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해 강대국 간의 갈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내 한 통신업체가 한국으로 걸려오는 스팸 전화 발신지를 추적했더니 바누아투(국가번호 678)가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통신 인프라가 열악해 국제전화 요금이 비싸게 책정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바누아투의 1분당 요금은 2,212원에 달해 부재중 전화를 받은 이들이 다시 전화하면 고액의 국제요금이 부과되게 마련이다. 순수하게 살아가는 섬나라 사람들의 약점을 이런 식으로 악용해 사기행각을 벌인다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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