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로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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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1979년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최대 앨범 판매 기록을 세운 것을 축하하기 위해 기네스북에서 특별한 상을 준비했다. 당시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성공적인 작곡가’라는 문구가 새겨진 디스크가 부상으로 수여됐는데 특이한 점은 금이나 은이 아니라 이름도 생소한 로듐으로 도금했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금속에 비해 가격이 비싸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로듐은 루테늄·오스뮴·이리듐·팔라듐·백금과 함께 6대 백금족 금속에 속한다. 1803년 영국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윌리엄 하이드 울러스턴(1766~1828)이 남미산 백금 광석에서 팔라듐과 분리하면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는 백금 광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로듐을 장미색 염화 로듐 소듐 수화물 분말로 전환했고 이를 수소 기체로 환원해 금속 로듐을 얻었다. 울러스턴은 이 금속 원소를 아름다운 장밋빛 화합물에서 얻었다며 장미의 그리스어 ‘로돈(rhodon)’을 따 ‘로듐(rhodium)’이라고 명명했다.

로듐은 첫 발견 직후 한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19세기 말부터 산업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금에 주로 쓰이다가 1930년대부터 담배 라이터, 은 제품 등에 장식용 혹은 부식 방지용으로 활용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다른 백금류와 함께 전략물자로 분류돼 상업적 활용이 전면금지됐으나 1980년대 들어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산소로 변환시키는 촉매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최근 로듐 가격이 온스당 8,200달러까지 뛰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로듐 현물가가 온스당 8,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만달러 이후 12년 만이다. 로듐 강세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기가스 저감장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로듐은 가솔린엔진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만드는 촉매제로 쓰이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연간 생산량이 25톤에 그쳐 공급이 크게 달리는 형편이다. 환경문제로 최근 2년 새 로듐 가격이 750%나 치솟으며 금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다니 뒷맛이 씁쓸하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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