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 속 검은 구멍에 황홀한 황금빛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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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의 전설’따라 경주 해안 여행
이른 아침 경북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용굴 속에서 내다본 일출. 태생이 다른 두 마리의 용이 옥신각신 싸웠다고 전해지는 동굴 내부에서 일렁이는 파도 너머로 비치는 풍경이 일품이다.

경북 경주의 감포를 중심으로 한 동해안 권역은 내륙의 화려한 문화유산에 밀려 덜 찾는 곳이었지만 경주 동해안의 바다 비경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특히 웅비와 비상, 희망의 상징인 동시에 지상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의 전설을 품고 있는 곳이 많아 주목받고 있다.

요즘 ‘핫’한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감포읍 전촌항 인근 용굴이다. 전촌항 북쪽 방파제에서 북쪽 해안 길을 따라 가면 바닷가 언덕으로 오르는 산책로를 만난다. 감포 깍지길 1구간에 속하는 길이다. 2015년에 개방돼 민간인 출입이 잠정적으로 허용된 곳이다. 초입에 ‘군 작전 지역으로 일몰 이후 출입 통제, 군사시설 촬영 금지’ 등 경고판이 있다.

언덕 위에 군사시설이 있다. 그 앞에 보는 전망이 빼어나다. 전촌항의 긴 방파제와 전촌의 남쪽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내리는 데크길을 따라가면 길은 양쪽으로 갈린다. 바다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 가면 검은 구멍을 가진 기암이 앞에 우뚝하다. 용굴이다. 용이 승천할 때 뚫렸다는 구멍이다. 구멍이 4개여서 사굴 또는 사룡굴이라 불린다는데 굴 앞에서는 2개의 구멍만 보인다. 용굴의 정수리에는 초소가 앉아 있다.

이 굴에 뱀이 변해서 용이 됐다는 사룡(巳龍)과 맑은 물에 사는 담룡(淡龍)이 함께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태생이 다른 두 마리의 용은 자주 옥신각신 싸웠다고 한다. 용굴 속 바다는 용들의 싸움처럼 으르렁댄다. 이른 아침 그 구멍으로 비치는 여명이 황홀하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솟아오르면 구멍 속 바닷물 위에 황금빛이 출렁인다.

항구 바로 옆 광장에 하늘 높이 솟은 거대한 말 조형물이 있다. 이 마을 북쪽 감포 가까운 언덕이 마치 큰 말이 누워있는 형상이라 ‘거마장(巨馬場)’ 또는 ‘거마산(巨馬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신라시대 왜군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병마(兵馬)가 주둔해 있던 곳이란다. 이런 옛 지명의 유래를 담아 거마상 조형물이 세워졌다고 한다.

광장에는 이색적인 야외공연장과 공중화장실이 있다. 공연장은 천년의 미소 ‘수막새’처럼 웃는 기와 모형으로 둘러싸인 무대를 갖추고 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 바닥분수도 설치돼 있다. 바로 옆 공중화장실은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전촌항과 공연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용의 전설로 유명한 수중 문무대왕릉이 있다. 삼국통일을 완성한 신라 30대 문무왕(文武王·626~681)은 사후 해변에서 200여m 떨어진 바다 가운데 바위에 묻혔다. 죽은 뒤에도 해룡이 돼 왜구의 침략을 막고자 함이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바위섬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바위 한가운데가 못처럼 패여 있고 기둥 모양의 자연암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둘레에 세워져 있다.

이견대 너머로 보이는 수중 문무대왕릉.

수중왕릉 가까운 해변 언덕에 이견대(利見臺)가 자리한다. 용으로 환생한 문무왕이 대를 이은 신문왕에게 세상을 구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옥대와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전해준 곳이다. 이견대에서는 문무대왕릉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용혈이 있는 감은사지 금당터와 삼층석탑.

인근 감은사지에도 문무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용이 드나들게 설계한 금당터다. 그 바닥 맨 아래에 높이 약 60㎝의 공간이 있고, 바닥 동쪽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둥그런 구멍이 있다. 구멍은 용혈(龍穴·용이 드나드는 구멍)로 추정된다. 금당 앞에 높이 13.4m의 삼층석탑 2기(국보 제112호)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 여행메모
감포 전촌항에서 용굴까지 10분 정도
해국길 감포제일교회 앞 계단 ‘포토존’


수도권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경주 전촌항으로 간다면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영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차례로 타고 가다 경주나들목에서 빠져 4번 국도를 따라 감포로 간다. 추령 쪽이나 토함산 터널 쪽으로 가면 바다와 함께 바로 전촌리다. 마을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항구에서 용굴까지는 10분도 안 걸린다.

문무대왕 수중왕릉은 봉길해수욕장 앞바다에 있다. 해수욕장 주차장은 5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할 정도로 넓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과 경주역에서 봉길해소욕장까지는 150번 좌석버스가 7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대왕암 앞에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 경주 시내나 인근 감포항, 또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해안의 펜션 시설을 이용하는 게 좋다.

해국길 포토존인 감포제일교회 앞 계단.

감포항과 감포 깍지길, 일출 촬영지로 유명한 군함바위 등 겨울철 바다 여행지가 많다. 감포 깍지길은 감포읍 대본리에서 오류리까지 전체 68㎞로 총 8개 구간이 이어져 있다. 감포 읍내의 해국길은 깍지길의 일부로 4구간 ‘고샅으로 접어드는 길’에 속한다. 감포제일교회 앞 긴 계단이 포토존이다.

경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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