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블랙리스트' 김기춘 직권남용 인정…일부 혐의 '파기환송'

입력
기사원문
정다운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의무 없는 일' 개별적 판단 필요"
직권남용 대부분 확인…일부 '심리미진'
강요죄 무죄에 대법관 4명 '반대의견'

[CBS노컷뉴스 정다운 기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사건에서 심리 2년 만에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대부분이 원심(2심)대로 유지됐지만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심리가 미진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2심이 직권남용죄의 구성요건 중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부분을 해석할 때 보다 엄격하고 개별적으로 살펴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죄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피고인 7명의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범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각종 문화예술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예술인을 선별하고 지원배제를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이러한 지시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소속 직원들이 이른바 '좌파' 등에 대한 지원 배제를 실행한 부분도 모두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원배제 방침 관철 시까지 사업진행 절차 중단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 전달 △지원배제 업무에 유리한 심의위원 구성 △지원배제를 위한 명분·기준 발굴 등이 있다.

다만 이 중 직원들이 문화체육부 등에 (블랙리스트)명단을 송부하고 공모사업의 심의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한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명단을 전달하거나 심의 상황을 보고한 것은 종전에도 이뤄졌던 일일 수 있기 때문에 직권남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일을 하게 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공무원이거나 법령에 따라 일정한 공적 임무를 부여받은 공공기관 임직원이라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이 종전에도 문체부에 업무협조나 의견 교환 등의 차원에서 명단을 송부하고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한 통상적인 업무 관행이 있었다면 실제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시기의 행위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특검이 입증해야 한다.

피고인들이 문체부 공무원과 공모해 예술위·영진위·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을 협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강요죄 부분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라는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박정화·민유숙·김선수·김상환 대법관은 강요죄 역시 유죄라는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강요죄에서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는 특정한 정치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평균적인 사회인의 관점에서 형성된 경험법칙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피고인들이 문체부 공무원들에 사직을 요구한 행위 등은 강요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에서 김 전 실장은 징역 4년형, 조 전 수석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2018년 1월 2심 선고 후 2년 만에 나왔다.

▶ 확 달라진 노컷뉴스

▶ 인싸들의 선택, 노컷뉴스 구독 서비스

▶ 노컷이 못한 일, 돈컷은 한다


jdu@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