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항소심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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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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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파기환송시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심리 미진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기춘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들을 정부지원금 등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지원배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수석도 1심에서는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지원배제에 관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이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등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 배제하도록 한 혐의가 직권 남용에는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개인 또는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문예위 등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직권남용 범죄성립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지시를 받는 쪽)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가 어떠한 일을 한 것이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 집행은 서로 간 협조를 거쳐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라며 "이러한 관계에서 일방이 상대방의 요청을 청취하고 협조하는 등의 행위를 법령상 의무 없는 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등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유죄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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