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특정 문화·예술계 인사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윤선(53)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이는 그간 쟁점이 돼온 직권남용죄에 적용 범위를 좁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형법 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대법원은 이 중 '의무 없는 일'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등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원심의 유죄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 등에 대해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기초로 정부지원금 등을 줄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8년 1월 21일 문체부 장관일 당시 현직 장관으로는 사상 최초로 구속된 후 187일 만인 지난해 7월 27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2심 재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풀려난 지 180일 만인 지난해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새로 발견된 증거 등을 토대로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도 유죄로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조 전 수석을 다시 법정구속했다.

앞서 1심은 조 전 수석이 "정무수석으로서 신동철이나 정관주가 지원배제에 관여하는 것을 지시하거나 이를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의 행위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하고 국회 위증 혐의만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업무는 상당수가 시민사회 단체와 관련된다는 측면에서 정무수석실의 업무이기도 했고, 전임자였던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지원배제 공모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1심이 일부 무죄를 선고했던 국회 위증 혐의도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파기환송이란 사후심법원이 종국판결(소(訴) 또는 상소(上訴)에 의하여 소송(訴訟)이 계속된 사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 관하여 그 심급을 완결하는 판결)에서 원심(현재의 재판보다 한 단계 앞서 받은 재판)의 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원심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 다시 심판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파기는 사후심법원(事後審法院, 예를 들어 1심법원에서 2심법원으로 상소했을 경우 원심법원은 1심법원을, 사후심법원은 2심법원을 뜻함)이 상소(하급 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고 상급 법원에 재심을 요구하는 일)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취소하는 것으로 판결로써 하며, 파기에 의하여 그 사건은 원심판결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

환송된 재판은 취소 후 처치에 따라 파기이송(破棄移送)·파기자판(破棄自判)·파기환송(破棄還送)으로 구분된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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