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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韓교민·기업 초긴장…정부 "악화땐 철수용 선박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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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거주 교민 1570명
국내 건설사 14곳 진출

"당장 영향 없지만 철수 대비"
한화·현대·대우 등 예의주시
국방부도 긴급 대책회의
◆ 중동 전면전 치닫나 / 외교부 24시간 대응체제 가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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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보안요원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왼쪽).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미국 정부 측 요청으로 미국행 항공편에 대한 보안 검색이 강화됐다. [EPA = 연합뉴스]
이란이 8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무력보복에 나서자 이란·이라크 등지에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들은 초긴장 상태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현지 교민 피해는 없지만 향후 미국·이란 간 무력충돌이 확대돼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교부와 현지 우리 건설사 등에 따르면 8일까지 이라크와 이란 등지에서 집계된 우리 국민과 기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에 위치한 아인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와 북부 아르빌 미군기지에 탄도미사일 15발로 타격을 가했다. 그러나 타격 지점이 이라크 내 우리 건설사와 교민이 주로 위치한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습 지점과 떨어져 있어 현장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란에 위치한 주테헤란 한국대사관도 "테헤란은 아직 평온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공격을 받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는 한국대사관도 직접적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집계에 따르면 1월 현재 이라크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총 1570여 명이다. 이 중 한화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에서 파견한 근로자가 1381명으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이란 내 교민은 약 290명이며 주로 유학생, 자영업자, 공공기관 근로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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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 우리 기업의 주요 사업지로는 현대건설·GS건설·SK건설 등이 공동 시공 중인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과 한화건설이 주택 10만가구를 건설 중인 비스마야 신도시가 꼽힌다. 각각 660여 명과 39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이곳 현장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떨어져 있으며 이번에 공습을 받은 북부·서부 지역과도 150㎞ 이상 떨어진 중부에 위치해 있어 당장 영향은 없다는 게 외교부의 판단이다. 당국자는 "아직 철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레바논, 이스라엘 등 중동 주변국으로도 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 안전 대책 마련 범위를 중동 전역으로 넓힐 계획이다. 사태 추이에 따라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 공관을 철수하고 교민을 대피시키는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박과 항공편 등 비상 이동수단 준비 등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조세영 1차관이 주관하는 비상대책반을 설치한 외교부는 본부와 공관 간 24시간 긴급상황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중동지역 공관장과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외교부는 또 재외국민보호 관련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발령하고 이란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상향했다. 국방부도 8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합참의장 등 국방부와 합참 고위직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건설사들도 현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며 추가 공습 등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외교부 지침대로 임직원의 출장 부임, 휴가 복귀 등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외교부와 협의해 △주거 단지 밖 외출 및 이동 금지 △경호 인력 증강 △유사시 대피 계획 점검 등 자체 대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공습 지역보다 300㎞가량 떨어져 정상 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해외 건설 수주에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는 210억달러(약 24조6000억원) 수준에 그쳐 2006년(164억달러)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이란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면 올해 해외 수주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상황으로 치달으면 인근 국가 공사 현장의 자재 조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해운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선박보험료 등 비용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최근 들어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 송광섭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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