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환자 접촉 딸은 어린이집 교사 … 원생 29명 ‘감염 불안’ ['우한 폐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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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31. 오후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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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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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구멍에 커지는 공포 / 설연휴 직후 사흘간 원생 지도 / 해당 어린이집 긴급 휴원 조치 / 사위 근무 태안 발전교육원도 / 교육 받던 200여명 돌려보내 / 30일 확진 7번 환자 늑장 공개 / 2·3차 확산… 방역체계 점검 시급

7번 환자 격리조치 31일 오후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7번 환자가 격리조치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병원관계자가 의료용품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3차 감염자 발생은 방역구멍이 낳은 결과다. 3번 환자의 접촉자가 초기에 제대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추가 환자가 나왔다. 확진자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3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3번 환자에게서 전염된 6번 환자가 가족 2명에게 다시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6번 환자는 3번 환자와 90분가량 함께 식사했으나 일상접촉자로 분류됐다. 일상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주기적으로 상태를 점검받는다.

질본은 애초 3번 환자의 증상 시작 시점을 22일 오후 7시로 봤으나 며칠 뒤 오후 1시로 수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6번 환자는 밀접접촉자로 다시 조정돼 격리돼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4명 추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2차 조사 과정에서 6번 환자 접촉 강도를 재분류했었어야 했는데 내부 판단의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 태안 보건당국은 6번 환자가 설 연휴인 지난 23~27일 서울 자택에서 자신의 딸 A씨(29), 사위 B씨(33) 부부와 밀접하게 접촉했다고 밝혔다. 질본은 우한 폐렴 확진을 받은 6번 환자 가족 2명이 이들 부부인지 밝히지 않았다.

어린이집 교사인 A씨는 설 연휴 직후인 28일부터 30일까지 출근해 원생을 가르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어린이집 원생은 34명이며, 방역작업을 거친 뒤 즉시 휴원에 들어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A씨에게서 아직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한 데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B씨가 근무하는 태안군 한국발전교육원도 이날 오전 교육생 전원을 긴급 귀가시켰다. 한국발전교육원은 한국서부발전을 비롯한 5개 화력발전회사가 설립한 직원 교육기관으로 200여명이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31일 충남 태안군청 회의실에서 가세로 군수(가운데 왼쪽) 주재로 신종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태안에서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설 연휴 6번째 확진자인 아버지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태안군 제공
태안군은 A씨 부부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했다. 충남도는 A씨가 어린이집 교사인 점을 고려해 질본에 조기 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요청했다.

7번 환자 발생 사실을 늦게 알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제6차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서울시민인 7번 환자는 어제 저녁 6시30분에 확진됐음에도 즉시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며 “실시간으로 발표되고 공유되지 않으면 시민 불안을 키우게 된다”고 비판했다. 질본은 이날 오전 7번 환자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보건소에서 열린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현장점검 및 송파구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5번 환자 동선도 이날 오후 4시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CGV성신여대입구점은 이미 전날 밤 5번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영업을 중단했다. CGV 측은 “구청에서 통보를 받고 자체 방역을 했으며 추가로 보건소 방역도 실시됐다”며 “주말에도 방역한 뒤 안전이 확인된 다음, 2월2일 이후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일관에서 3번 환자, 6번 환자가 식사를 한 사실도 한일관, 지역 보건소가 질본보다 먼저 공개했다. 한일관은 위생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다음달 5일까지 문을 닫는다.

국내에서 2, 3차 감염이 발생하면서 국내 방역체계를 점검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31일 우한 교민들과 버스에 동승하여 숙소(아산,진천)에 도착 후 교민들과 함께 방역을 하고 있다. 뉴스1
6번 환자의 경우 증상이 경미한 데도 3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능동감시자도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무증상 전파’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현재는 지인, 가족 등 제한된 범위에서의 전파로, 지역사회 광범위한 전파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밝혀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보 등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평가해 사례정의 확대, 접촉자 관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태안=김정모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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