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언어를 고스란히 담다
상태바
청년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언어를 고스란히 담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9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청년잡지 '광클'
광클 1호
광클 1호

20191월 광주에 전례 없는 청년잡지가 나왔다. 이름은 광클’. 광주 청년의, 광주 청년에 의한, 광주 청년을 위한 잡지다. 창간호 표지에 적힌 문구만 봐도 뭔가 범상치 않다. ‘광주 살믄시롱 당연히 구독 했겠제?’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더욱 유쾌하다. 광주 청년들의 목소리를 자유분방하게 담은 신개념 청년잡지 광클을 소개한다.

광주를 클릭하라. ‘광클에 담긴 메시지다. 여기에는 우리가 직접 광주를 대표하는 청년잡지를 만들어보자라고 뭉친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20대들의 포부가 담겨 있다. 이름은 디지털 도구가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 특성에 착안해 지었다. ‘클릭해서 광주의 안까지 들어가 보자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마우스 커서를 형상화해 로고도 만들었다. 배경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을 넣어 완성했다.

광주광역시에 살고 있는 청년들의 시각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광클은 광주 청년이 바라본 광주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잡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경석 편집장은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광클 에디터로 참여하는 청년들이 가진 생각과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가장 신경 썼다고 말한다. 단순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이미 그런 정보는 온라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광주 청년이 가진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것에 있다고 임 편집장은 설명한다.

에디터가 가진 개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는 것처럼 똑같은 글도 존재하지 않잖아요. 톡톡 튀는 나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글을 쓸도록 신경 썼습니다. 예를 들어 맛집이나 관광지를 소개한다면,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왜 그 장소가 주목 받고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담는 거죠. 만약 SNS에 올라온 맛집이 자신이 생각했을 때 아니다 싶으면 비판도 할 수 있는 거고요.”

 

내가 몰랐던 광주, 광주를 새롭게 만나는 시간

20대로 구성된 8명의 광주 청년들은 매주 회의를 거쳐 아이템을 선정하고 진행상황을 논의한다. 구성원은 취업 준비생,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다. 기획, 취재, 글쓰기부터 디자인 및 출판까지 잡지 제작 전 과정에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모두가 잡지를 처음 만들어보기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지만 모두가 잡지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탄생한 창간호 주제는 음식이다. 1호는 혼밥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혼슐랭 가이드북,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비와 함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충장로, 동명동 등 광주 맛집을 소개한 아비 여기 어때’, 부산 토박이가 자신의 4년차 광주살이를 이야기한 부산촌놈의 이거시 레알 광주살이등 광주 청년이기 때문에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음식과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들로 다양하게 채워졌다.

8월에 발간한 2호는 여행이다. 여행 정보와 후기 등 광주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을 담았다. 광주 20대들의 즉흥 여행 커뮤니티 하루사이를 취재했고, ‘양림으로 떠나는 근대여행’, ‘광주 어디어디 가봤니?’ 등 에디터들이 직접 몸으로 뛰어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잡지를 만들면서 광주를 새로운 면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광클 1호에서 에디터로, 2호에서는 공동 편집장으로 활동한 임경석 편집장은 잡지를 만들면서 새로운 광주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광주에 오래 살아서 광주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광클 활동을 하면서 광주를 새롭게 다시 알게 되었죠. 제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도 있었고 에디터들의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것도 많았습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온 에디터들은 그동안 저에게 익숙한 광주를 새로운 관점을 바라보게 해주었어요.”

그가 꼽은 인상 깊은 기사는 음식부터 공간까지 다양하다. 경상도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 먹지만 광주에서는 초장에 찍어 먹는다는 이야기, 광주 핫플레이스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등 광주 시민으로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내용들을 잘 포착한 기사들이다.

이러한 청년잡지를 통해 광클이 청년들에게 던지고픈 메시지는 간단하다. ‘소통하고 공감하자는 것이다. 임경석 편집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광주에 일자리가 없어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광주에서 갈수록 청년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광주에 사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클을 통해 광주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였고요.”

광주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광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청년잡지 광클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이기도 하다.

광클 2기 팀원
광클 2기 팀원

있는 그대로의 청년 목소리를 담기 위해

현재 광클은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광클 발행인인 참한창작소 박근성 대표는 광클은 청년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참한창작소는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청년단체다. 참한창작소 대표 겸 문화기획자인 박근성 대표는 광주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청년잡지 광클을 기획했다.

광주에서 청년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말하게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계속하고 방안을 연구하던 끝에 청년잡지를 제작하게 된 거예요. 청년잡지가 청년들이 타인의 시선,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이 되길 바랐습니다.”

잡지 제작에 참여할 에디터와 편집장은 광주 소재 대학교와 SNS 등을 활용해 직접 모집하고 있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참여하는 20대가 많아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유동성 있게 잡지를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는 취업을 해서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구성원에 변동사항이 생길 경우 추가 모집을 하는 것도 박근성 대표의 몫이다.

잡지 판매 수익도 없고 활동비를 두둑하게 챙겨줄 수도 없지만 발행인으로서 그는 잡지 제작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인원 모집과 진행 과정 파악, 회의와 작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기획회의나 제작 방향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청년 스스로 알아보고 탐구해 청년 시선에 맞게 제작되는 청년문화콘텐츠를 지향하는 만큼 에디터와 편집장의 주체성을 최고 원칙으로 삼는다.

각자의 생각을 잘 담아낼 수 있다면 그뿐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가 들어있지 않다면 그 사람의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디터가 생각한 것을 글에 잘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광클은 이제 3호를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상반기에는 3호를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1호와 2호를 거치면서 다사다난한 일도 많았지만 박근성 대표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고 말한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열정이 생긴다는 것.

잡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1, 2호로 탄생하고 보니 계속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만 하면 할수록 노하우도 쌓이는 것 같고요. 물론 아직도 미숙한 단계라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만 앞으로 나올 3, 4호는 더 좋은 콘텐츠로 알차게 만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청년잡지 광클. 청년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생각과 언어를 고스란히 담는 유일무이한 잡지로 자리매김하길 응원한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임경석 광클 1호 에디터 & 2기 공동편집장 미니 인터뷰

Q. 광클에 참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블로그로 맛집과 여행 관련 글을 꾸준히 썼어요. 언젠가는 저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광클 에디터 모집 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미리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1호에서는 에디터로 참여했어요. 제가 쓴 글이 1호에 실리면서 자신감을 얻어 광클 2호에서는 공동 편집장을 맡았고요. 에디터들과 소통하며 잡지를 발행하는 전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Q. 광클 1, 2호를 만들면서 위기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을 것 같아요.

1호를 만들 때 전체 디자인을 해준 업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2호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죠. 그때가 제일 아찔한 순간이었네요.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대표님을 비롯해 에디터와 지인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2호를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Q. 본인이 제작한 콘텐츠가 궁금합니다.

무비트립 in 광주라는 기사입니다. 광주에서 촬영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내용이에요. 군산에 가면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 목포에 가면 ‘1987’의 연희네 슈퍼가 있는데 광주에서는 유명한 영화촬영지가 왜 없을까란 질문에서 기획한 콘텐츠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광클 블로그에서 확인해주세요.

Q. 취업을 하면서 광클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앞으로 광클을 만들어나갈 미래의 편집장, 에디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고생도 해야 하고 힘든 순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잡지를 손에 쥐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금은 취업을 한 상태라 더 이상 편집장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취업 전인 광주 청년이라면 광클 활동을 강력 추천합니다. 분명 많을 걸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될 거라 확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