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바이러스' 공포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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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정치부장

14세기 유럽 강타 흑사병
수백년 지나도 경계 여전

'우한 폐렴' 불안감 극도
위생관리철저 예방 충분
극단적 공포 대상 아냐
질병대응 경험 극복가능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된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십m 높이의 장벽을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천의 좀비가 좀비탑을 쌓은 뒤 넘는다. 이들을 피하려 이륙한 헬기를 본 좀비들은 순식간에 탑을 쌓은 뒤 잡아 추락시켰다. 2013년 전 세계에 개봉한 월드워Z는 이 같은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에서 좀비는 절대 피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국내 영화 중에는 2016년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덮친 `부산행'이 좀비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긴급재난경보령을 선포했다. 마침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해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 2010년부터 시작된 미국드라마 워킹데드는 10년간 벌써 시즌10까지 나왔다.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좀비 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여년의 세월 간 좀비에 물리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극도의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내는 행동이 각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심각한 전염성과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의외성은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실제 각 영화마다 지구의 작은 한 곳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된다. 이 같은 줄거리는 최근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기시감이 든다. 영화 월드워Z에서 좀비로부터 유일하게 감염되지 않은 나라로 북한이 나온다. 북한 당국이 전 주민의 이빨을 뽑아 입으로 물어 상대를 감염시키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웃지 못할 대목도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공포는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4세기 중반 유럽에 전파된 흑사병은 도시 간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세 말기인데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전 유럽을 강타한다. 당시 기록으로 보면 전 유럽 인구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인 6,000만~2,500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인구는 2세기가 지난 16세기가 돼서야 흑사병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강력한 전염병, 높은 치사율을 보인 흑사병은 수백년이 지난 요즘 시대에도 경계의 대상이다. 1918년 처음 발생해 2년간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 수천명이 숨진 에볼라 등도 바이러스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상징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도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일으킨 신종플루, 2015년 첫 감염자가 발생,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38명이 숨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있다.

주말과 휴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추가 발생했다.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은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크게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와 메르스 이후 방역과 감염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이 높아졌다.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웃 중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더욱이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은 없지만 겉으로 나타난 병의 증상에 대응해 처치를 하는 치료법인 대증치료(對症治療)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정부와 자치단체, 국민 모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와는 감염 경로 및 예방 방식이 전혀 다른 만큼 극단적인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감염자 또는 감염자와 접촉했던 사람과 만날 수 있겠지만 마스크 쓰기와 손세정제 사용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할 수 있다. 또 우리에게는 지난 10년 사이 큰 바이러스를 극복한 힘과 경험이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응하면 바이러스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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