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가짜뉴스 난무… 국민 86% “재난 관련 폐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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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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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진해에 감염 우려자 발생” / 광주 사는 회사원이 SNS 글올려 / 한때 지역보건소·병원 업무 마비 / 폭행 난동 20대 ‘감염’ 주장 소동 / 전북선 ‘피 묻은 마스크’ 괴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가짜뉴스’를 통한 루머마저 횡행하고 있다. 확진자 또는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내용부터 공문서 형식, 피 묻은 마스크까지 다양하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4일 창원에 우한 폐렴 우려자가 발생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업무방해)로 A(27)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우한 폐렴 가짜뉴스 유포자를 검거한 것은 처음이다. A씨는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통해 ‘창원 진해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자 발생했다’는 내용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창원지역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우한 폐렴 의심 환자가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가짜 내용이 적힌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A씨가 유포한 메시지에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50대 여성이 명절을 맞아 중국 우한시에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여성은 고열로 병원으로 옮겨져 격리될 예정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지만, 확인과정 없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 메시지 탓에 한때 창원시 진해보건소와 해당 병원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폭주했다.

경찰은 역추적을 통해 A씨가 광주에 사는 회사원인 것을 밝혀냈다. A씨는 지인에게 받은 메시지에 지역명을 자신의 고향인 창원시 진해구로 바꾼 후 친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A씨는 “별 생각 없이 장난 삼아 친구들에게 글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서로 보이는 문서 사진이 올라왔다. ‘관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보고’라는 제목이 적힌 문서에는 확진자 3명의 성과 나이, 주소, 관계, 확진 경위 등 내용이 담겼다. 이 문서는 마치 공문서처럼 보이게 작성됐다. 그러나 ‘가짜’였다. 경기남부경찰서는 모두 6건의 가짜뉴스에 대해 수사 중이다.

충남 아산과 인근 천안지역에서는 16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돼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야기했다.
4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임시생활을 하는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119구급차가 교민을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체포된 2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며 꾀병을 부려 119 구급대원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일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담배를 피우려다 이를 제지하는 식당 직원을 폭행하고 매장 내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B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고 주장했고 이에 방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이 출동해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했지만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결국 철수했다.

울산에서는 택시 운전기사에게 “우한 폐렴에 걸렸다”고 거짓말한 40대 승객이 업무방해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졌고, 피 묻은 마스크가 버스정류장과 마트 화장실에서 발견됐다는 ‘피 묻은 마스크’ 괴담이 퍼지기도 했다. 또 “서울 목운초등학교 학부모 한 명이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정됐다”는 소문이 맘카페를 달궜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균 울산대 사회학부 교수는 “자신의 안전과 밀접한 이슈인데도 일상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SNS와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가짜뉴스’가 퍼지다 보니 믿게 되고 전파도 빠르다”며 “정부의 발표와 의사·보건 전문가들의 말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 ‘가짜뉴스’를 걸러야 한다”고 말했다.

절기상 입춘이자 꽃샘추위가 찾아온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두꺼운 복장을 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등을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86% “재난 관련 가짜뉴스 폐해 심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9명가량은 “사회·자연 재난에 대한 정보·뉴스가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뉴스에 대한 ‘보다 강력한 법적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60%에 달했다.

4일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의 86.1%는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허위(의심) 정보나 뉴스가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행정연구원이 지난해 5월30일∼6월1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안전 분야 가짜뉴스 관련 국민 인식조사 결과 중 일부다.

응답자의 43.1%는 재난 관련한 가짜뉴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짜뉴스를 접한 경로는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신문·잡지’(17.3%), 페이스북 등 SNS(16.3%), 카카오톡 등 메시지앱(14.8%), 유튜브 등 비디오앱(14.3%) 등 소셜미디어가 62.7%를 차지했다. TV(16.2%)와 문자메시지(6.8%), 신문·잡지(6.3%), 라디오(2.7%) 등 기존 매체는 32.0%, 나머지는 ‘사적 모임 등 오프라인’(5.4%) 등이었다.

응답자의 59.8%는 ‘현재보다 강력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 및 가짜뉴스 작성자는 명예훼손죄 등에 따라 처벌할 수는 있지만 우한 폐렴처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엔 사실상 형사처벌하기 힘들다. 행정연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가짜뉴스 생산·유포자에 대한 처벌 조항 마련 등을 제안했다.

울산·창원·수원=이보람·강민한·김영석 기자, 유지혜·송민섭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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