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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일이…헬릭스미스 초유의 `임상오염` 충격

김병호,원호섭 기자
김병호,원호섭 기자
입력 : 
2019-09-23 21:10:01
수정 : 
2019-09-24 14: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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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황당한 임상오류

업계 "인보사 사태만큼이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
제약바이오 신뢰추락 불가피

헬릭스미스, 긴급조사단 구성
3상 재진행 신약 개발 지연
치료약 실패 판단은 시기상조
사진설명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은 접해본 적이 없다." 위약군과 신약후보물질 투여군이 섞이는 임상 오염으로 헬릭스미스가 임상 3상을 다시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2005년 국내 최초로 기술특례상장업체로 지정돼 상장한 뒤 15년 넘게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라는 희귀치료제를 개발하며 한 우물을 파온 헬릭스미스이기 때문에 더 충격이 크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임상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이번주 중 공개할 예정이었다. 톱라인은 전체 임상 환자에 대한 결과는 아니지만 임상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의 데이터를 뜻한다.

하지만 위약과 신약후보물질인 엔젠시스가 위약군과 투여군에 혼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헬릭스미스는 톱라인 데이터 대신 이날 재임상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임상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작업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약 효능을 판별할 수 없게 된 임상 오염으로 인해 헬릭스미스는 장기간 시행했던 임상 3상을 다시 진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헬릭스미스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전체 바이오 업계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B사 관계자는 "위약에는 진짜 약물이 검출되면 안 되는데 어이없는 실수가 벌어졌다"며 "인보사 성분이 허가 내용과 달리 변경된 것 이상으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임상 설계나 임상 진행 경험이 미숙해 발생했을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임상을 수행할 때 임상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릭스미스의 임상 성공으로 반전의 계기를 노렸던 바이오 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임상 오염 사태와 관련해 헬릭스미스 측은 긴급히 조사단을 구성하고 임상 3상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 임상시험을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다음 임상 3상은 지금보다 2~3배 작은 규모로 정확히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내 최종 임상 3상 발표를 예정했던 회사로서는 전체 일정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회사 측은 "향후 6개월 내에 시작해 2021년 말~2022년 1분기 사이에 모든 임상을 종료하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최소 2년 넘게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다. 헬릭스미스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투자 위축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상 관리 책임 소재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을 실시한 병원 측 실수인지, 아니면 임상 설계부터 진행을 주도한 대행업체(CRO) 과실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는 "임상 전문가인 레오니드 피시 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구성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며 "추후 법적 조치 가능성을 고려해 증거 수집과 정밀분석을 거쳐 명확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치료제 개발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 아닌 만큼 시간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치료제 개발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험상 오류가 있었던 것이고, 이를 막판에 바로잡은 것"이라며 "시험 방식을 객관적으로 새로 짜서 준비해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병호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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