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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임상오염 쇼크 헬릭스미스…돌연 "임상 성공"

김병호 기자
입력 : 
2019-10-07 17:19:45
수정 : 
2019-10-08 00: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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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3상 2개 트랙 진행
A상 약물혼용으로 실패
B상 장기관찰 효능입증
2주새 천당과 지옥 오가

업계 "수치 유의미" 판단
주가 상한가 급등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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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를 개발 중인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실시한 임상 3-1B상에서 신약치료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7일 밝혔다. 임상 환자에게 제공한 플라세보(가짜 약)와 신약치료물질이 혼용되는 초유의 임상 오염으로 엔젠시스 '임상 실패'를 겪은 지 2주 만에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엔젠시스를 각각 치료제와 가짜 약으로 맞은 시험군과 대조군에서 이상 반응 빈도와 정도에 차이가 없었고 약물 관련 중대 이상 반응도 관찰되지 않았다. 약물의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얘기다. 통증 감소 효과를 측정하는 유효성 지표(P값)는 6·9·12개월 기준으로 각각 0.010, 0.044, 0.046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P값이 0.05 미만이면 약효가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특히 엔젠시스만 투여받은 집단이 다른 통증 약물을 같이 복용했던 집단보다 더 높은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방 후 통증 감소 효과가 8.7개월 지속되는 등 신경 재생 효과도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주 새 이처럼 전혀 다른 임상 결과가 도출될 수 있었던 것은 헬렉스미스의 3상이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중간미팅에서 9개월 관찰과 별개로 12개월 장기 추적도 하라는 권고를 받은 뒤 3-1상을 투 트랙으로 가져갔다.

지난달 말 임상 오염이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임상 환자 433명을 9개월간 추적 관찰하는 3-1A상이었다. 이날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나온 것은 3-1A상에 참가했던 일부 임상 환자(101명)를 대상으로 A상보다 3개월 더 긴 12개월간 장기 추적 관찰한 3-1B상이다. 3-1A상은 약물 혼용(임상 오염) 우려로 임상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사실상 임상 실패로 마무리됐다. 이와 관련해 헬릭스미스는 잘못된 임상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가짜 약을 맞아야 할 환자가 신약물질이 들어간 시험약(엔젠시스)을 맞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면 약효를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통계를 얻을 수 없게 된다.

'3-1B상에서도 약물 혼용에 따른 임상 오염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FDA가 임상(3-1B상)을 승인한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기존 3-1A상에서 270일 추적 관찰이 끝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 지난달 확인된 임상 오염은 대부분 2~3년 전 초기 시험 환자들에게서 발생했고, 이들은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이미 270일 관찰 기간이 끝난 만큼 3-1B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상 대상인 환자 101명 가운데 1~2명에게서만 임상 오염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A상은 약물을 혼용한 환자가 많아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B상은 FDA에 허가 자료로 즉시 제출해도 될 만큼 데이터가 깨끗하고, 약효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오염이 10% 정도 발생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1% 내외라면 그것만 빼고 의미 있는 결과치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는 "3-1A상이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3-1B상은 약효와 안전성을 좀 더 정밀히 보기 위해 장기 추적을 실시한 것"이라며 "회사가 내놓은 수치를 보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3-1B상에서 엔젠시스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한 헬릭스미스는 두 번째 임상 3상인 3-2상을 올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임상 3-2상이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두 번의 3상 결과(3-1·3-2상)를 종합해 FDA에 엔젠시스 판매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나온 3-1B상 결과만으로 FDA 신약허가가 가능할지 단정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C사 관계자는 "A상 대신 B상 결과만으로 FDA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앞서 약물이 혼용된 임상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향후 진행할 추가 3상 등이 종합돼야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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