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사로잡은 백종원ㆍ장성규ㆍ펭수 “꼰대 마인드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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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31. 오후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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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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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요리비책’ ‘자이언트 펭TV’ 등
지난해 전 세계 가장 성장한 채널로 꼽혀
지난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채널에서 활약 중인 백종원, 펭수, 장성규. [사진 각 방송사]
장성규ㆍ백종원ㆍ펭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각 아나운서, 요리연구가, 연습생으로 공통분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지난 한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장성규는 지난해 7월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에서 론칭한 ‘워크맨’으로 구독자 385만명을 모으며 브라질 게임 채널 ‘라우드(LOUDㆍ500만명)’에 이어 ‘2019년 구독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채널’ 2위에 올랐다. 2018년 3월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을 개설한 백종원은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해 335만명을 모아 3위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3월 개설돼 EBS 연습생 펭수가 활동하는 ‘자이언트 펭TV’는 ‘톱 10’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최근 구독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3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는 이들을 만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튜브 라이징 스타로 선정된 JTBC 고동완 PD,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EBS 이슬예나 PD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흘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해 골드 버튼과 10만명 돌파시 제공되는 실버 버튼을 동시에 수령해 ‘유튜브 생태교란자’로 소개된 백종원은 “결혼 전 소유진씨와 한 약속 때문에 게임을 할 수가 없어서 그 시간에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는데 직접 채널을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3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백종원. [사진 유튜브]
백종원 대표 픽,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

[사진 유튜브]
백종원은 “모든 영상이다 좋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 녹화 현장으로
버튼을 가져와서 깜짝 언박싱을 한 거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백종원의 요리비책’에 올라온 127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초간단 김치찌개’(665만회).
인터넷상에 떠도는 잘못된 레시피로 장모님조차 자신의 갈비찜 맛을 낼 수 없는 모습을 보고 유튜브를 시작한 백종원은 “백과사전처럼 똑같은 수준의 지식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주제별로, 단계별로 다양한 종류의 책이 구비된 무료 서점 같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방송을 많이 하다 보니 표지도 화려하고, 말하는 것도 허술해서 저 사람이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많이들 봐주시는 것 같다”며 “‘요리비책’은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요리를 표방하지만 다른 요리 채널도 많이 찾아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종원과 달리 방송사에 소속된 이들은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드는 것은 TV 프로그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고 밝혔다. SBS ‘런닝맨’, 히스토리채널 ‘뇌피셜’ 등을 만든 ‘워크맨’의 고동완 PD는 “TV 예능이라면 이렇게 편집하겠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일부러 그 방법은 피하는 편”이라며 “입 모양을 활용한 자막이 그렇게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5년 전 중국에서 1년간 머무르며 웹예능을 만든 그는 “집에 TV가 아예 없고 점심시간이나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보통 방송국에서는 편집하면 윗분들에게 컨펌을 받는데 우리는 인턴이나 후배들에게 먼저 보여준다. 꼰대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3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고동완 PD. [사진 유튜브]
고동완 PD 픽,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
[사진 유튜브]
2019년 7월 12일에 올린 ‘덕업일치 끝판왕 야구장 알바’ 영상.
고동완 PD는 “방송은 영화관 편이 1회였지만 가장 먼저 촬영한 영상”이라며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에 두 편씩 촬영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하루 한 편씩만 촬영하고 있다고.
현재 ‘워크맨’에 올라온 41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에버랜드’ 편(1540만회).
구독 기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타깃 시청자에 대한 고려도 중요한 부분이다. 고 PD는 “유튜브 주 이용층인 20대의 주요 관심사가 취업이고, 이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유명 연예인보다 장성규 아나운서나 김민아 기상캐스터처럼 덜 알려진 사람이 체험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체험 삶의 현장’ 류의 직업 콘텐트는 많지만 실제 시급을 공개한다거나 알바생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자이언트 펭TV’는 반대로 제한적인 타깃 시청층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이슬예나 PD는 “부모님이 TV를 틀어주는 미취학 아동은 EBS를 보지만 채널 선택권이 생긴 초등학생만 해도 EBS를 찾지 않는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며 “아이나 어른이나 웃음 코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BS에서 디지털 콘텐트를 만들어?” “캐릭터가 저런 말을 해?” 같은 의외성을 안겨준 것도 주효했다. 이 PD는 “처음에 구독자가 늘지 않을 때는 요리나 직업처럼 분명한 테마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저희는 위계질서에 굴하지 않고 모두에게 수평적 화법을 구사하는 펭수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을 믿었다”고 했다. “크리에이터의 자율성이 높기 때문에 연출의 역할이 더 적으리라는 것은 오해”라며 “이 캐릭터가 이 상황에 들어가면 어떤 모습이 나올지 예측하고 시너지를 최대한 높여야 하므로 보다 정교하게 상황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이슬예나 PD. [사진 유튜브]
이슬예나 PD 픽,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
[사진 유튜브]
2019년 4월 2일에 올린 ‘관종펭귄 초등학교 습격’ 영상.
이슬예나 PD는 “펭수가 초등학교에 전학을 가는 회차였는데 걱정이 많았다.
남극에서 왔는데 많이 덥진 않을까, 유난히 큰데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했는데 함께 어우러진 그림이 너무 좋아서 잘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현재 ‘자이언트 펭TV’에 올라온 157개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EBS 오디션 합격’ 영상(505만회).
막강한 팬덤을 얻게 된 이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슬예나 PD는 “펭수가 아직도 연습생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예상보다 빨리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직 우주대스타는 아니다. 도전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다”고 했다. 고동완 PD는 “‘워크맨’은 알바 체험이기 때문에 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선배들이나 사장님도 고충이 많다. 이들을 활용한 캐릭터나 콘텐트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 JTBC ‘양식의 양식’ 등에 출연 중인 백종원은 보다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구독자 중에 해외 교민이나 외국인도 많습니다. 처음엔 한국처럼 재료가 구비돼 있지 않더라도 쉽게 한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분들이 한식에 점점 더 친숙해져서 한국에 오셔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관광객 중에서는 아무 데나 가서 맛없는 걸 먹거나 바가지 쓰는 분들도 많으니 제가 음식점을 직접 소개해 주고 섭외해주면 어떨까, 그럼 이분들이 각 나라 언어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면 더 많은 분들이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될 테고, 한국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또 한국을 찾다 보면 우리나라 관광자원도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우리 유튜브팀 팀원이 10명인데 자꾸 사람을 더 뽑고 있어요. 적잔데. 방송과 사업을 같이 해서 좋은 점은 이렇게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같아요. 착한 척하다 보면 실제로도 착하게 살아야 하거든요. 하하.”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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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천착하는 기자. 사람과 세상을 잇는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가요와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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