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번째 환자 확진 전 수차례 병원행…‘병원 내 감염’ 비상 [‘신종 코로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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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7. 오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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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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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오한·발열 등 증상에도 ‘중국 방문력’ 없어 조기 검사 못 받아
ㆍ16번째 환자, 18번째 확진 받은 딸 입원 병원서 장시간 체류
ㆍ접촉자 병원 환자·근로자 많아…‘제2 메르스 사태’ 재현 우려

국내 16·1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입원 치료 및 간호를 하느라 오랫동안 체류한 것으로 확인된 광주 광산구 21세기병원의 외부 출입문이 5일 밧줄에 묶여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태국에 다녀온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내 16번째 확진자 ㄱ씨(42·한국인·여성)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딸을 간호하기 위해 병원 내에 며칠 동안 장시간 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딸(20·한국인)도 18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다녀온 후 국내 17번째 확진자가 된 ㄴ씨(43·한국인·남성) 역시 발열 증상 등으로 여러 차례 의료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방역 그물망 밖에 놓인 제3국 감염자들이 신종 코로나 관련 증상을 치료받기 위해 열흘 가까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병원이 새로운 전파 공간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16번째 환자, 병원서 291명 접촉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ㄱ씨의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ㄱ씨는 태국 여행 후 지난달 19일 귀국했다. 25일부터 발열, 오한 등 증상이 시작된 ㄱ씨는 27일 오전 9시쯤 광주21세기병원을 방문했다. 이 병원에 인대 수술로 입원 중인 딸의 1인실에 함께 머물다가 오후 6시쯤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ㄱ씨의 증세를 의심한 광주21세기병원이 콜센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은 지역 보건소에 ㄱ씨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 여부를 문의했지만,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가 필요 없다는 답을 받았다.

이후 ㄱ씨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본인 진료와 딸의 간병을 위해 거의 하루 종일 병원에 머물렀다. 3일부터 증세가 악화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ㄱ씨의 접촉자 수는 총 306명이다. ㄱ씨가 머물렀던 광주21세기병원(272명)과 전남대병원(19명) 환자와 의료 관계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선별진료소로 이동됐기 때문에 노출자가 비교적 적었다.

보건당국은 16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광주21세기병원 3층의 환자들을 다른 층으로 옮겨 격리 조치 중이다.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다른 층 환자들은 증상에 따라 광주소방학교 생활실 내 1인실에 격리되거나 자가격리됐다. 위험도가 높은 병원 근무자들도 자가격리된 상태다. 보건당국은 “병원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조치는 1인 1실로 엄격하게 격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병원 내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광주우편집중국도 직원 중 한 명이 ㄱ씨와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지자 350명의 직원을 모두 자가격리시키고 임시 폐쇄조치에 들어갔다.



■ 17번째 확진자도 여러 병원 전전

17번째 확진자 ㄴ씨는 업무차 싱가포르에 갔다가 지난달 24일 귀국한 후 26일부터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경기 구리시가 공개한 ㄴ씨의 동선에 따르면, 그는 5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약 열흘 동안 세 차례나 병원을 방문했다. 증세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한양대구리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단순발열로 진단받아 그날 저녁 귀가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삼성서울가정의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지난 3일에는 서울아산내과를 방문했다. 세 차례 모두 선별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다른 환자들과 섞여 진료를 받았다. ㄴ씨는 싱가포르에서 참석한 행사장에 있던 말레이시아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지난 4일에야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 병원 내 감염 우려

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많은 만큼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곳이다. 방역망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람들이 결국 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때 선별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이 새로운 감염 전파 루트가 되기 쉽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의 주최로 열린 신종 코로나 토론회에서 병원 내 전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광주(21세기병원)의 의료진이나 환자들 발병이 걱정돼 1인실 격리를 지켜보고 올라왔다”면서 “중국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감염이 늘어났다. 병원 내 감염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된 것도 병원 내 감염을 통해서였다. 당시 186명의 국내 메르스 확진환자 중 확진자와 동일한 병동에 입원했거나 같은 응급실에 있었던 환자가 44.1%, 환자의 가족 또는 방문객이 33.8%, 병원 관련 종사자가 20.9%였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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